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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정보[파우더]

스키장에서의 파우더 스킹

작성자파우더|작성시간11.03.10|조회수308 목록 댓글 9

대장이 댓글에 파우더 데이가 뭐지? 하고 물은 걸 봤습니다. 그 얘기를 해보려구요. 오늘 얘기는 스키장에 관한 것입니다. 백컨츄리는 제외하겠습니다.

 

눈이 오면..스키장의 파우더 상태는 얼마나 갈까..궁금하시죠? 물론 얼마나 왔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대개 이틀 정도면 난도질(?)이 끝난다고 봅니다. 주말이면 한나절도 걸리지 않습니다. 이곳도 주말이면 주중과는 상대도 되지 않게 많은 스키어들이 스키장을 찾는답니다. 하지만 한국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양상입니다. 그건 직접 오셔서 느끼시길 바랍니다.

 

암튼 오늘은 눈이 오면 어디로 가서 스키를 탈 것인지에 대한 얘길 해보겠습니다.

 

그 전에 일단 이곳 스키장들의 생김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스키를 탄다함은 무조건 grooming된 슬로프에서의 행위를 말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곳은 그루밍을 하지 않는 슬로프도 많습니다. 대개 이런 슬로프들은 눈 온 뒤에는 자연모글 지역으로 변해갑니다. 암튼 한국에서는 그 외 지역으로 갔다가는 패트롤들이 호루라기를 부르고 난리가 날 겁니다. 리프트권을 뺐는다고 으름장을 놓고 그러겠지요. 그리고 그 외의 지역으로 가는 것이 쉽지도 않습니다. 눈이 없으니까요.

 

적설량이 풍부한 유수의 스키장들은 대부분..슬로프이건 아니건 간에 바운더리 내라면 스킹을 하는데 제한이 없습니다. 슬로프인데 그루밍을 하지 않는 곳과 아예 슬로프 상태가 아닌 곳은 모든 것이 다릅니다. 이런 지역을 off-trail 혹은 off-piste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스키장들은 슬로프 외의 지역이 훨씬 더 넓기 때문에, 그런 off-trail 지역에서의 스킹은 양상이 조금 다른 경험치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물론 당연히 바운더리 외 지역도 제한이 없기는 마찬가집니다. 바운더리가 아니니 뭐 신경 쓸 필요가 더 없죠. 그저 경고장이 붙어 있을 뿐입니다. 이곳으로 내려 가면 리프트가 없으니 올라오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시오, 이거죠. 죽으면 니 책임이에요, 뭐 이런 거요. 아시다시피 바운더리 내에서 스킹을 한다는 의미는, 스키를 타고 내려가도 다시 리프트를 타고 산 위로 올라올 수 있는 지역 내에서의 그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저도 예전에 바운더리를 벗어났다가 온갖 고생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창피하네요. ^^;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라면 하룻밤에 30cm(대략 12 인치) 정도 오는 것은 흔히 벌어지는(?) 일입니다. 대부분 유명 스키장들은 연간 적설량이 10m를 상회하기 때문입니다. 일년 적설량이 10m라고 치면, 산술적으로 30cm 정도의 눈이 오는 날이 일년 중에 30일이 넘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강설기간을 대략 160~180일 정도로 보면, 평균 5~6일 간격으로 30cm 이상 눈이 온다는 얘기지요.

 

물론 당연히 이렇게 규칙적으로 storm이 오지는 않습니다. 몰아서 오지요. 지난 2월 중순과 말에는 연이어 5일 동안 2미터가 넘게 온 것도 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 제가 있는 타호 지역에서 가장 눈이 많이 내리는 스키장으로 Kirkwood, Alpine Meadow, Sierra at Tahoe 등이 있는데, 평균 적설량 20m 정도랍니다. 타의추종을 불허할 적설량이지요. 지금 이들 스키장의 베이스는 200인치가 넘습니다. 토탈 적설량과 베이스의 깊이는 당연히 차이가 있습니다. 눌리고, 녹고를 반복할 테니 말입니다. 200인치면 5m 정도인가요..? 이 근처에서 가장 눈이 없는 스키장이 헤븐리입니다. 지금 헤븐리의 베이스는 150인치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근데 이렇게 눈이 많이 내려도 버진 파우더를 보기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Virgin은 잊으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처녀(?)가 좋으시다면 cat skiing을 권하는 바입니다. 하루에 300~400불 정도의 비용이면 가능합니다. 물론 눈 온 뒤가 좋습니다. 자리가 남아있다면 말입니다.

 

Virgin은 아니어도 fresh powder를 타실 요량이시라면 무조건 부지런해야 합니다. 일이고 뭐고 언제나 스키를 타러 나갈 수 있는 태세여야 하고, 간 밤에 내린 눈이라면 매우 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새벽같이 스키장으로 가야 합니다. 간 밤에 눈이 30cm 왔다고 해도, 파우더를 타기 좋은 지역은 반나절이 채 되기도 전에 track out 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새벽부터 와서 리프트 앞에서 기다리는 local들과 그 외의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룹니다. 주중이라고 다를 것이 별로 없습니다. 또한 힘(?)있는 놈들은 리프트가 열리기도 전에 snow cat을 타고 먼저 올라가버리는 놈들도 있습니다.

 

일본의 몇몇 스키장들은 리프트를 열기 1시간 전에 스노우 캣을 타고 먼저 올라가는 프로그램도 있더군요. 일본 돈 만엔을 줘야 합니다. 지금은 얼마나 하는지 모르겠지만… 간밤에 내린 눈이라면..기온이 가장 차가운 새벽이 가장 드라이한 파우더를 맛볼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만, 10만원이면 음...비싼거죠. 제게는 그렇습니다. 일본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엔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새벽부터 리프트 가동을 기다리며 대기 줄에 섞여 있기 싫으시다면 fresh powder는 잊으셔야 합니다. 그 대기줄에 동참하고 싶어도, 저같이 게으르고 무늬만 로컬인 놈들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요. **전 사실 새벽에 수영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거의 갈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게으른 스키어들에게도 하느님이 보우하사 국물은 있게 마련입니다. 그게 바로 트리런입니다. 나무들이 없는 탁 트인 보울 지형의 파우더는 순식간에 track out 됩니다. 이런 현상은 보더들의 출현 이후로 더욱 더 급격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엉성한 실력의 보더들이 쓸어버리고(턴을 하지 않고) 가는 눈의 양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보통 마바리(마발이?)보더 1명이 해먹는 양은 스키어 10명이 해먹는 양과 맞먹습니다. 저 같이 off-trail을 선호하는 스키어들에게는 아주 짜증나는 일이지요. 해서 미국의 몇몇 스키장들은 보드를 아예 금지한 곳도 있습니다. 파우더를 좀 더 오래 보존하기 위해서죠.

 

암튼..앞서 언급을 했던, 국물이라도 건질 요량이라면 트리런을 선택하라는 이유는, 물론 숲 속으로 들어가도 난도질(?)이 되어있을 것이 뻔한 일이지만, 보울 지형의 오픈 스페이스보다는 파우더가 좀더 남아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엉성한 실력의 보더들에게는 호락호락한 장소가 아닐 뿐더러, 바람의 영향도 덜 받기 때문입니다. 바람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것은 스킹을 할 때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바람으로 인해서 눈이 날려가는 비율을 현저하게 줄여준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눈이 내리고 있는 상태에서도..정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눈이 많이 올수록 tree run이 유리합니다. 폭풍을 동반한 폭설..눈이 와서 좋긴 한데, 난감하죠. 이런 날은 대개 스키를 타지 않는 것이 좋지만, 굳이 타야 한다면 숲으로 들어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나무 사이에서는 white-out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무들로 인해 시야를 확보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트리런의 또 다른 비밀은많은 스키어들이나 보더들이 트리런을 시도하지만, 대개의 경우 경험이 없거나 스킹 기술의 문제로 인하여 나무들 사이로 뚫고 나가는 공격적인 스킹을 구사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대개 나무들 주위를 둘러갑니다. 말하자면, 대부분의 일반인들에게 트리는 그렇게 편한 장소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으니 용기를 낸다면 얼마든지 쉽게 극복되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약간(?)의 경험치와 어느 정도의 턴을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면, 트리런은 파우더 스킹을 보장 받을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인 셈입니다대개 나무 주위 반경 2~3m 정도는 눈이 fresh한 상태로 남아 있게 마련이거든요. 이것은 공격적인 스키어들에게 남겨진 마지막 국물입니다. 나무 사이를 뚫고 나가면 뒤편의 눈은 당연히 더욱 fresh 할 확률이 높습니다. 어떤 지역은 빽빽한 나무들 사이를 뚫고 나가면 방대한 정도는 아니어도 상당히 넓은 지역의 fresh한 파우더를 만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몇몇 사람들만이 알고 있는 숨은 지역인 셈이지요.

 

숨은 지역? 스키장 내에서스키장이 클수록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지역이 있기 마련입니다. 물어봐도 잘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치사한 놈들이죠. ^^

 

이런 지역으로 들어서려면 좀 걸어야 합니다. 힘들죠. 하지만 분명히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이런 곳으로의 하이킹은 아무리 길어야 20분을 넘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느끼는 것은..훨씬 더 하죠. 경험이 없을수록 많이 힘들 겁니다. 그리고 고지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산소가 희박한 공기로 숨쉬기를 해야 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가치 있는 일일 겁니다. 언젠가 파우더 스킹을 할 기회가 있으시다면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다음의 동영상은 지난 2월 중순의 헤븐리 모습입니다. 이 근처 지역에서 가장 적설량이 적은 스키장의 모습입니다. 그 다음 동영상은 일반인들이 찍은 건데, 스킹 실력은 좀 볼품이 없지만 스키장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올립니다. 개장날이라 더 그런 것 같은데, 리프트의 긴 줄이 보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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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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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파우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3.10 어찌하다 보니 강수량을 거꾸로 환산한 격이 되어보입니다만, 대개 일기 예보에서는 적설량에 대한 언급보다는 강수량에 대한 언급을 합니다. 그것은 비(눈)구름이 습기를 얼마나 갖고 있나하는 것의 판단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자면, 예보에서 강수량 0.74 inch <--이렇게 예보를 합니다. 그러니까 강수량은 예보를 위한 단위로 더 많이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반면 눈이 내리고 있는 동안이나 후에는 실제로 눈이 내려 쌓인 길이를 측정하여 적설량으로 보고를 합니다. Last 24 Hour Snowfall Total 8 inches <-- 이런 식으로 보고를 하더라구요...
  • 답댓글 작성자파우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3.11 강설량이나 적설량은 시점이나 기간의 변수가 같다면 아마도 같은 표현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강설량은 눈이 내린 양, 강우량은 비가 내린 양. 강수량은 비건 눈이건 얼음이건 뭐든지 내린 것을 물의 양으로 환산해서 측정한 양. 적설량은 눈이 쌓인 양. 에구..뭐 비슷비슷하네요. 같은 권역에서 같은 storm, 같은 강수량의 구름에서 떨어지는 눈이라도 강설량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기온차이 때문입니다. 강수량이 같아도 추우면 더 많은 강설량(적설량)을 보입니다. 그것은 눈입자에 수분이 그 만큼 없기 때문에 동일한 물의 양으로 좀더 많은 눈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겨울은 추워야 된다...이거죠 뭐.
  • 작성자에어 | 작성시간 11.03.11 나두 미쿡에서 살고 싶어요...쩝....
  • 작성자개아범 | 작성시간 11.03.11 쭈~욱 내려가며 읽어보니 제가 마치 후레쉬 파우더 스킹을 경험한 것 같네요. 좋은 정보를 나눠주시고 경험치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 작성자신호간 | 작성시간 11.03.12 마자요.. 숨은 파우더 지역이 대부분 트리런인데, 여기도 로컬 애들이 거의 해먹죠. 이것도 평일에 가야 좀 남아있습니다. 아래 제글에서 한 사람이 인도해서 간 숨겨진 파우더 지역도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슬롭과 잘 가는 슬롭사이의 트리런 지역이었습니다. 잘 안가는 슬롭이라도 파우더는 이미 해먹은 상태지만, 그 슬롭과 다른 슬롭사이의 급사면 트리런 파우더는 스키자국이 전혀 없더군요. 거길 들어간 건데, 첫발에 무릎까지 들어가서 눈을 다져서 시작 플랫폼을 만들고 스피드를 내서 내려가는데 음...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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