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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정보[파우더]

Gone with the Snow [부제] 눈과 함께 사라지다

작성자신호간|작성시간11.04.01|조회수260 목록 댓글 11

지난 3월 12일 토요일 강습을 마지막으로 10/11 시즌 강습을 마쳤습니다.

해마다 두 아들 놈 스키를 제가 가르쳤는데, 강습을 받게 해 보고 싶었지만, 강습비가 만만치 않아서 택한 방법이 제가 강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 강습비 할인을 받고, 9살 큰 아이는 Buddy Werner라는 레이싱 강습 프로그램에, 6살 둘째는 아이들 프로그램에 넣었는데, 다행이 높은 레벨로 배치가 되어 시즌 중반엔 더블 블랙으로 다니더군요. 이미 지난 시즌에 저와 같이 둘다 더블 블랙을 다녔지만, 강습 프로그램에서 다니며 스키를 배운다니 다행스러웠습니다.

여긴 스키어 레벨을 1부터 9까지 나누어 1은 처음 스키장에 온 사람 (Never ever skier), 9은 어떤 사면, 컨디션에서도 다이나믹한 턴을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여기서 어떤 사면과 컨디션은 그린부터 더블블랙과 그루밍된 곳, 파우더, 범프, off-piste를 모두 포함한 것으로 전천후 스키어를 뜻합니다.

강사가 된 또 다른 동기는, 여러해 함께 스킹할 한국사람을 찾다가 포기하고, 지난 시즌에 Mount Pro라는 상급스키어를 위한 프로그램에 등록해서 토욜마다 함께 탔는데, 생각보다 좋았지만, 그 위 레벨은 개인강습이어서, 강사가 되면, 강사들을 위한 클릭닉을 들을 수 있어서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스키 강사가 되는 과정은 생각보다 까다로왔고, 공식적인 훈련과 연습을 통해 강사로 활동할 준비를 잘 시켜주었습니다. 두번의 실내교육과 두번의 on-snow 교육, 그리고 두번의 shadow 클래스를 통해 이론, 실기, 그리고 실습 단계로 강사로 일할 자신감을 준비시켜주었습니다. 스키 강사를 하기 위해 미리 강사자격증을 갖고 있을 필요는 없지만, 강사 이수 프로그램을 빠지면 안됩니다. 이 단계를 거치면, Registered level로 강사를 하게 되는데, PSIA 자격증이 없으면 대부분 3 ~ 6세의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는 강사가 됩니다. 사실 강습을 한다기 보단 day care로 생각하면 됩니다. 강사를 하면서, 강사 시험을 볼 수 있는 클릭닉을 함께 듣게 해 주는데, 강사 시험을 보려면, 클리닉을 이수해야 하고, clinician의 싸인을 받아야 시험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Registered level은 Level 1 클리닉만 들을 수 있고, 상위 클리닉을 들을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1년에 한 레벨씩만 시험을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한국과 캐나다의 자격증도 그냥 인정해 주지 않더라구요. 대신, 기본적인 스킹과 지식 시험을 보고나서 레벨 1과 2를 함께 시험 볼 수 있게 허락은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레벨 2 클리닉을 듣는 초창기에는 많은 동료 강사들이 어떻게 레벨 1과 2를 같이 하는지 의아해 해서, 일일이 설명해야 했습니다.

 

저는 다행이 7~12살 반 아이들을 맡았는데, 주로 7~8세였고, 레벨은 2에서 3정도 였습니다. 1월 중순부터 8주간 매주 토요일 오전 2시간, 오후 2시간을 강습하는 건데, Grace라는 여자 아이는 웨지턴 (플루그 보겐)도 거의 못하는 수준이어서 포기하고 더 낮은 레벨로 보내려고 했다가, 좀 더 레슨을 집중해 주었더니 금방 따라 잡더군요. 나중엔, 한명을 제외하고 모두 블랙 off-piste (그루밍하지 않은 지역)에서 패러렐턴을 하는 수준까지 갔습니다. 저도 놀랐지만, 부모들이 엄청 놀라더군요.

강습 마지막 날 Grace는 고맙다는 카드를 저에게 주었고, 부모로부터 gift card를 받았습니다. 어찌나 뭉클하던지. 아이들 하나 하나 꼭 안아주고 그날 헤어지는데,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Nick의 부모는 스키스쿨에 저를 칭찬하는 메일을 보내서, 게시판에 게재했더군요. 덕분에 유명인사가 되었답니다.  

 

 스키 강습 마지막날 아이들과. 좌로부터 Grace, Ryan, Nick, Ryan2.  두명이 빠졌는데, Nicole과 Harry가 안나왔네요.

 

위의 두 Ryan은 아주 골치거리들이었습니다. 왼쪽 Ryan은 아주 능숙한 말솜씨로 어떻게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또는 가고 싶은 곳만 가려고 하고, 안들어 주면 계속 눈장난을 하면서 아예 드러누워 버립니다. 오른쪽 Ryan은 어찌나 징징거리는지 조금만 맘에 들지 않으면 징징거리며 I hate ski 하면서 뒤집어지죠. 

저도 인간인지라 집에서 아무리 칭찬하는 방식으로 아이들을 다루려고 해도, 화가 머리 끝까지 날 땐, 정말 어쩔 수 없이 화를 낼 때가 있는데, 이 미국 아이들을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웃으며 칭찬 위주로 다루려니, 첨엔 아주 속이 까매지다 못해 내가 왜 이러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격 수양을 좀 했습니다. 그래도, 매번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강습이 잘 끝날 땐, 고맙고, 반성하게 되고. 이러면서 많이 아이들과 친해졌지요. 제일 힘들었던 것이 아이들을 지루하지 않게 재밌게 해주는 것과 스키기술을 익히게 하는 두가지 사이의 밸런스를 맞추는 일이었는데, 나중엔 요령이 생겨서 그리 힘들지 않게 되더군요. 스키 기술도 기술 자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개념으로 바꾸고 또 게임을 통해서 재미와 기술을 동시에 익히게 하는 방법도 많이 터득하게 되었구요.

여기선, 아이들이건 어른이건 스키는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그렇게 되도록 함께 노력합니다. 그래서, 어른 강습도 기술을 진지하게 토의하기 보다는 이론 설명은 가능한 핵심위주로 간단하게 하고, 함께 스킹하면서 그대로 따라하게 하는 방식을 많이 쓰고, 잘 안되는 부분은 그 부분을 잘하게 하기 위한 연습을 따로 하게 합니다. 

 

마지막날은 레이싱이 있는 날인데, 너무 많은 아이들이 참가해서 기다리는게 싫다며 큰애가 우리반 asisstant로 합류했습니다. 좌로부터 큰 놈, Nick, Ryan, Grace.

 

대부분의 강사들이 아이들을 가르칠 때, 재미위주로 많이 시간을 보내는 편입니다. 부모들도 아이들 실력이 많이 늘거라 기대하기 보다는 다치지 않고 재밌게 시간을 보내면 괜찮다고 생각하기에, 시즌초에 비해 후반에 기술은 별로 늘지 않지만, 여러 사면에 대한 자신감은 많아지게 되죠. 저는 레벨 2 클리닉에서 배운 것 중, teaching module 시험을 준비할 겸, 아이들에게 정한 목표 (패러렐턴)을 위한 필요한 단계들을 가르쳤는데, 몇가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결국은 아이들 대부분이 블랙 off-piste에서 자신있게 패러렐턴을 하게 되었고, 나중에 teaching module 시험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시험관이 끈질기게 질문을 했는데, 다행이 아이들과 함께 겪으면서 해결한 것들을 물어봐서 답을 할 수 있었습니다.

 

눈 많이 오는 날 블랙에서 작은 놈 (여섯살), 큰 놈 (아홉살)

 

우리 아이들은 덕분에 강습 프로그램에서 새로운 스키친구들을 사귀고, 또래 아이들과 신나게 산을 누비고 다녔습니다. 대신 저와 함께 스킹한 날이 많이 줄었지요. 우리 가족은 토욜에만 스키를 타는데, 그날 강습이 오전 두시간, 오후 두시간 이렇게 잡혀있고, 강습이 끝난 다음엔 제가 듣는 레벨 2 클리닉 때문에 강습 기간 동안엔 거의 아이들과 함께 스킹을 못했습니다. 위의 사진도 12월에 찍은 것입니다.

 

더블 블랙 Snake dance에서 작은 놈.

위의 사진은 큰 애가 듣는 프로그램에서 백컨트리에 가까운 곳으로 들어갔었다는 얘길 듣고 작은 애와 함께 갔다가 찍은 사진입니다.  

 

마지막 강습날 Grace가 고맙다며 카드를 만들어 줬습니다. 뭉클~  Grace 부모도 고맙다며 기프트 카드를 줬는데, 일생 첨 받아보는 팁이네요. ^^

 

강습 마지막 날이라고 모두 한자리에 모여 축하하고 있습니다.

 

레벨 2 클리릭반. 가운데 갈색 재킷을 입은 사람이 Clinician, Gary (Level 3). 정말 좋은 사람입니다.

 

또 다른 레벨 2반 clinician, Molly (Level 3). 왼편에 보이는 두 사람은 나이가 거의 60대 후반으로 보입니다.

 

 

Instructor appreciation day. 강습이 중반에 다다랐을 때, 고맙다고 아침에 스키스쿨에서 커피와 도넛을 준비했습니다. 왼편은 office admin, Nicole이고 오른편은 Alpental ski school manager, Drue. Drue는 헤어 스타일로 좀 젊어보이지만, 50대 후반/60대 초반으로 보입니다.

 

 

스킹 시험 감독관들과 클리니션들. 제 좌우로 있는 사람들은 Technical demonstration 팀이면서 스킹 시험 감독관인데, 왼쪽 Scott은 현재 레이싱팀 코치도 하고 있고, 가운데 할아버지는 아마 60대 후반 또는 70대 초반일 겁니다. 아직도 hop turn 시범을 보일 정도로 정정하시죠. 오른쪽의 커플은 오레곤 마운트 후드에서 온 클리니션들로 Angella는 Alpental에 와서 클릭닉을 해 준 적이 있어서 알고 있는데, 사진보다 실물이 훨 나은데, 아주 미인이죠. 

 

 

PSIA Level 2 Teaching module 시험을 마치고, 합격 발표를 들은 뒤. Aaron, Rick, Scott 입니다. Aaron이 이번에 저와 같이 레벨 1과 2를 같이 시험봤고, 모두 패스했습니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이 사람 체중이 380 파운드(172 kg)에 키가 2미터에 가까운 거구입니다. 해리 파터의 해그리드 같은 사람이죠. 이 사람이 Lipper (점프턴)을 한번 하면 땅이 울립니다. ^^  Rick은 지난 번에 teaching module에서 떨어져서 이번에 두번째 시험보는 건데, 발표전까지 별로 긴장하지 않더니, 합격발표 후, 옆에서 펑펑 울어대는데, 저도 그만 찔끔.  그 옆의 Scott은 크리스탈 마운트에서 온 사람인데, 와이프가 한국에서 입양되어 온 사람이라며 여러가지 얘기를 해 주는데, 맘이 짠 하더라구요.

 

 참고로, PSIA Level 2 pin은 아래와 같이 생겼습니다.

혼자 스킹하는 외로움을 달래보려고 강사를 하게 된 것인데, 많은 것을 배우고 얻은 한 해였습니다. 여기 강사들은 대부분 자기 직업을 따로 가지고 있고, 주말에 또는 평일 저녁에 와서 강사를 합니다. 평일 낮에 강습을 신청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full time 강사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실 강사 본인이 연습할 시간이 부족한 편이지요. 저도 목요일 저녁과 토요일 오후에 연습한 것이 전부라서, 스킹은 별로 걱정을 안했지만, 티칭은 정말 그날 아침까지도 포기하고 싶은 맘이 들었는데, 다행이 시험관이 본인이 원하는 주제를 선택하게 해서, 제가 젤 자신있는 웨지 크리스티에서 기본 패러렐로 넘어가는 주제로 설명하고 시범을 보이고, 피드백을 주고, 질문에 답하고 하며 잘 넘어갔습니다. 시험관이 질문을 계속 까다롭게 여러번 해서 대답은 모두 했지만, 좀 불안하더군요. 그래서,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다행이 합격해서 넘 좋았습니다. 옆에 앉아있던 Nick이 훌쩍거려서 50이 다된 아저씨가 계속 울어대니 저도 같이.

하지만, 떨어진 사람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Rob이라는 아저씨도 같이 열심히 준비했는데, 그사람은 떨어져서 울더군요. 아... 스키시험이 뭐길래 이런 나이든 미국 아저씨들도 이 스키시험 당락에 이리 울어대나... 그런데, 어떤 사람은 네번이나 떨어져서 다시 시험 본 사람도 있고, 들은 얘기로는 20번이나 떨어지고도 다시 시험보는 사람도 있다고 하더군요.

이것이 핑계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제가 이번 겨울에 글을 잘 못 올렸습니다. 4월 중순에 이틀이나 삼일 정도 위슬러를 가보려고 합니다. 가봐야 가는 건데,  

이번 토욜엔 드디어 간만에 가족들과 스킹을 합니다. 제가 또 스킹에 대해 뭐라하면 잔소리한다고 싫어할 테니, 입 닥치고 그냥 함께 스킹하렵니다. 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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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신밧드 맥스 | 작성시간 11.04.02 아.. 미국 파우더는 어떤 기분일까요?
  • 답댓글 작성자신호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4.05 제가 다른 곳 파우더를 안타봐서 잘 모르겠지만, 여기도 워낙 넓은 곳이라, 지역마다 특성이 좀 다르겠지요. 이 동네에선, 드라이 파우더일 땐, 무지 부드럽고 포근하고 구름에 떠가는 기분이지만, 주로 산정상쪽에 가야 맛 볼 수 있어서, 사실 좀 춥고 깡다구도 필요하고... 산아래에선 좀 안전하지만, 웻 파우더라서, 무겁고 까다로와서 정확한 타이밍과 밸런스를 놓치면, 금방 허벅지가 터지는 상황이 됩니다. 요즘은 드라이 파우더에서 페이스 샷을 맛 볼 기회가 며칠 있었는데, 일이 손에 안잡힙니다. 지난 주말 동안에 쌓인 눈들을 우짜나...
  • 작성자신호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4.05 올 겨울은 좀 이상 기온인 것 같습니다. 지난 토욜 스킹은 이번 시즌 들어 가장 좋은 파우더 스킹이었습니다. 토욜까지 3일 연속 4인치씩 눈이 왔고, 평일에 온 사람이 거의 없었나봐요. 토욜 아침에 파우더가 다 살아있어서, 굳이 위로 안올라가도 아래쪽 블랙의 파우더에서 허벅지 터질때까지 타주다가 위로 올라갔는데, 더블 블랙쪽은 아침일찍 눈사태가 있었기에 아주 고생을 하면서 탔습니다. 잘 안보이는데다가 신설 아래쪽으로 딱딱한 눈덩어리가 숨어있어서 서너번 날아가서 굴렀습니다. 그러다 반대편으로 넘어갔는데, 아.... 환상이었습니다. 잘 보이지 않아도 눈이 너무 좋아서, 그냥 페이스 샷을 맞으며 신나게 스킹했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신호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4.05 거기다 어제 이멜을 받았는데, Crystal Mount가 겨울 시즌을 끝내고 Spring season을 새로 오픈한다고 합니다. 4월중순부터 6월중순까지 그리고 가능하면 7월까지도 오픈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직원들은 Sping season pass를 $99에 살 수 있답니다. 아. 이 동네가 왜 이러나. 여름에 스키타려면 아래 동네 오레곤 Mt. Hood나 위슬러를 가면 되었는데, 이제 두시간만 운전하면 되는 곳에 여름에도 스키를 할 수 있다니... 그리고 지금 스키를 넘 오래 많이 써서, 바꿔야 할 것 같은데, 라커 스키도 필요해요. 요즘 파우더 데이가 많다보니, 대부분 라커스키를 들고 나오는데, All mount용과 파우더용 두가지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음
  • 작성자서준호 | 작성시간 11.04.15 허얼.. 여름 스키까지?? 이건 정말 쓰나미 염장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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