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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정보[파우더]

눈폭풍후...

작성자신호간|작성시간12.01.24|조회수140 목록 댓글 4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항상 안전 스킹하시고. 음.. 그런데, 저는 좀 안전스킹을 안해서리.

이 동네는 지난 주 토욜부터 끊이지 않고 오던 폭설이 화요일부턴 아예 눈폭풍으로 심해지믄서, 나무들이 넘어져 주변 여러 도시에서 전기가 나가고, 학교는 수요일부터 주말까지 문을 닫아서 아이들은 신나부렀고, 웬만한 직장은 재택근무하고, 저도 수욜 재택근무하다 파우더를 참을 수 없어서 목욜은 휴가를 내고 가족과 산으로 갔습니다. 눈폭풍을 뚫고 가는데, 차가 가끔 기우뚱거리며 미끄러져도 아그들은 신나서 괴성을.. 차에서 힘빼믄 안되는데. 마눌님은 바짝 쫄아서 천천히 안간다고 잔소리. 제가 눈길 운전을 좋아해서리. 

수욜엔 눈이 정말 딥 드라이 파우더 였다네요. 눈은 끊임없이 오고, 목욜에도 약간 습설이지만, 여전히 깊은 파우더가 있었습니다.

산이 크지 않은데도, 좀 가기 꺼려지던 지역이 있었는데, 그날 시도해 봤습니다. Shot Six라고 능선 바위 아래 절벽쪽입니다.

더블블랙 경사에 턴을 하기 힘든 좁은 낭떠러지 같은 길이라 사이드 슬립을 하거나 hop turn을 하는데, 아무도 보는 사람없지만, 영화 "아스펜 익스트림"에서 주인공과 파트너가 시합장소를 넘어가서 급사면에서 hop turn하며 내려오는 짜릿한 장면을 혹시 기억하시는지. 그렇게 멋지게는 못내려가지만, 그냥 어설프게 점프하면서 쫌 많이 긴 길을 내려갑니다. 아.. 숨차고, 다리 떨리고. 그러다 절벽입구에 다다르면, 옆으로 아슬아슬하게 사활강할 수도 있지만, 눈이 좋으니 로컬답게 한 5미터 정도 절벽을 미끄러져 봤습니다. 내려가기 전에 어찌나 다리가 후덜덜 거리던지. 다른 산정상 오른쪽의 더블블랙 입구도 비슷하게 절벽같은 곳을 내려가야 하는데, 그래봤자 약 2미터 정도인데, 일행도 없고 혼자서 5미터짜리를 뛰어 보려니 가심이 콩닥콩닥. 

다행이 푹신하게 잘 착지해서 산중턱 캣트랙까지 딥 파우더 트리런을 합니다. 첨 가보는 길이라 조심조심.

금욜은 출근해서 일하고, 토욜은 일하러 새벽같이 일어나 산으로.

강사들에게 좋은 것 중 하나가, 강습전 아침 연습을 위해 중급사면 리프트 하나를 강사들에게만 열어줍니다. 눈은 여전히 계속 내리지만, 기온이 올라가고 있어서 wet 파우더로 예상했지만, 그나마 사람들이 다 해먹었을 거라 생각하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그런데, 이것이 무신 일입니까? 산에는 밤새 쌓인 눈이 드라이 파우더 였습니다. 강사 라커룸에서 강사들의 말수가 줄고 서둘러 나가는 겁니다. 따라 나갔더니, 헉... 무릎까지 빠지는, 좀 깊은 곳은 허리까지 빠지는 파우더... 강사들만 리프트를 타고 올라 내리는데, 평일에 새벽에 와야 맛볼 수 있는 그루밍도 하지 않고, 누구도 지나가지 않은 fresh powder가 눈 엎에 펼쳐져 있는 겁니다. 이 사람들은 그루밍된 곳에서는 폼이 약간 엉성하지만, 파우더에서도 거의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이 자세로 탑니다. 친한 강사와 함께 첫 트랙을 괴성을 질러대며 첫 런을 합니다. 둥실둥실... 얼마만에 맛보는 진짜 파우더냐..

두번째 런에서는 트리런으로 들어갔다가 좀 크게 솟은 둔덕위로 올라 점프하려고 했는데, 새로 온 눈이라 올라가다 말고 그냥 중간쯤에 푹 박혔다가 뒤로 자빠집니다. 오마이... 깊은 파우더에서 자빠지믄 골치 아픕니다. 거기다 강사복 입고, 자빠져 있으니 쪽팔려서 빨리 일나야 됩니다. ^^;  다행이 요령이 있어서 뒤로 구른 후, 폴을 십자형태로 만들어 상체가 빠지지 않게 받히고 한방에 일어났지만, 흐미... 리프트 바로 아래에서 자빠졌네요. 리프트 오픈을 했는지, 위에서 본 사람들이 그럴줄 알았다며 껄껄거리며 웃고 있네요. 에효...

오전 강습을 시작하는데, 허걱 오늘은 왜 놀라는 일이 많냐... 울 반애들중 두놈이 친구라며 두명을 더 데리고 왔네요. 아무래도 10명은 무리라서, 프로그램 리더한테 얘기하고, 안가려고 버티는 제일 잘 타는 애들 둘을 다른 반으로 보냅니다. 오전만 타보고 싫으면 다시 오라고 달래서.  오전강습을 끝내고 점심 먹으러 가는데, 한번 타고 내려갑니다. 속도를 좀 내서 가다가 파우더니까 급사면 범프에서 점프도 해주고,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아주 큰 범프가 눈앞에 떡하고 나타납니다. 방법은 한번더 점프해서 범프위로 타고 가는 것 밖에 없는데, 속도도 좀 낸 상태고 급사면이라 순간 겁이 덜컥 나니 (역시 쫄면 안되는데), 바로 후경되면서 몸은 이미 허공을 날고 있더군요. 푹! 하고 온몸이 파우더에 묻혔습니다. 또, 리프트 바로 밑에서... 두번째네.

오후 강습을 마치고 강사 클리닉을 하는데, 급사면 파우더 범프 런을 합니다. 오전에 두번이나 자빠진 거 까먹고 또 신나서 까불거리며 낙차가 큰 범프를 두번 연속 돌핀턴을 했는데, 골에 스키가 떨어지자마자 두 스키 바인딩이 동시에 풀리면서 무슨 트렘플린 뛰는 것처럼 공중으로 튕겨나갔다가 머리부터 떨어졌습니다. 강사들과 클리니션이 황당해하고, 저는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몰라 멍해 있고. 스키 탄성이 쎈 것에 비해 바인딩이 약하게 잡혀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니면, 살을 빼야하나...

지난주 폭설로 일이 밀리는 바람에 오늘 하루일을 바쁘게 처리하고 들어왔는데, 지금도 밀린일 좀 해야 하는데, 파우더 생각에 일이 손에 안잡히네요. 사진은 몇장 있긴 하지만, 염장만 넘 지르고 있어서 안 올립니다. 죄송합니다. 염장만 질러서..

파우더님... 타호 눈은 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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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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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에어 | 작성시간 12.01.25 사진 올려주세요. 이거 이러면 안됩니다. 사진보고 아..이런거군..자극 받아줘야합니다. 그래야 타호든 호간님 뒷산이든..달려갈거 아닙니까....
    엔터키 안치고 주~욱 글쓴거 보니 그날의 풍경들이 생생하게 전해지는데 사진이 없는게 아쉽..ㅎ
    나두 파우더 타구 싶어집니다. 아..드라이 파우더....
  • 작성자재용아빠 | 작성시간 12.01.25 사진이 중요하지용, 사진 안 올리면 무효
  • 작성자신호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01.25 눈이 좋았던 토욜, 강습하는 날엔 사진찍기가 어려워서 그날 사진은 없고, 목욜 찍은 사진이 있는데, 그거라도? 실망하시면 어쩌나...
  • 작성자서준호 | 작성시간 12.01.31 파우더 맛들면.. 모글이고 뭐고.. 파우더 올인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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