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5일 목요일 야간 - 웻 파우더

[신호간]

3월 15일 목요일 야간 - 웻 파우더

정말 이상한 나라에서 스킹을 하고 온 느낌입니다.

목요일에도 다른 클리닉이 있어서 참여하는데, 이날 낮에 비가 엄청 왔습니다. 혹시나 해서 스키스쿨 사무실에 전화했더니, 비가 온다네요. 일기 예보에는 저녁부터 눈으로 바뀐다고 되어 있어서, 설마 클리닉이 취소되진 않겠지 하고 퇴근하자 마자 산으로 향했습니다. 여전히 비는 퍼붓고 있는데, 희안하게 스키장 입구 직전부터 함박눈으로 바뀌더군요. 

클리닉 모임장소에서 10분을 기다려도 아무도 없네요. 그냥 기다리기도 뻘쭘해서 합턴 연습을 했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자기네 클리닉도 취소되었답니다. 낮에 온 폭우로 거의 모든 클리닉이 취소된 것 같더군요. 사람도 별로 없고.

혼자 리프트에 올라, 그렇다면 이것저것 연습하는 시간으로. 합턴 (Two-Footed Hop turn), 숏턴 (Short radius turn), 미들 턴 (Medium radius turn), Off-Piste, Skate downhill, Ski on one ski, 숏턴에 연결된 피봇 슬립 (Short radius turns and Linked Pivot slips). 작년까지만 해도, 범프에서 미들턴을 구분해서 했는데, 이젠 파우더, crud, 범프턴 & 범프 미들턴을 모두 Off-Piste 하나로 통합해서 보는 걸로 바뀌었고, 그래서, 훨씬 더 다이나믹한 스킹을 보여주어야 한답니다.

근데, 함박눈이 쏟아부어지더군요. 첫번째는 즐겁고 가볍게 한번 타주고, 두번째 런에서 off-piste를 연습하러 급사면 파우더가 있을 법한 곳으로 갔는데, 허걱 이건 예상외로 무릎 바로 아래까지 잠기는 겁니다. 낮에 엄청 온 폭우로 눈이 망가졌을 줄 알았는데, 이후에 새로온 눈이 많이 습하면서도 함박눈으로 신설이 쌓이다 보니, 눈표면쪽은 건설인듯하면서도 아래쪽은 습설인 희안한 설질인 겁니다. 보통 습설 파우더에선 Leaper로 점프해서 턴을 하는데, 눈표면이 푹신하니 차오를 수 없고, 그렇다고 Retraction으로 턴을 하자니 아래쪽 습설이 스키를 꽉 잡고 있어서 스키가 왠만큼 차는 걸로는 리바운드가 안되는 겁니다. 그래서, 아주 강한 retraction 턴을 해 주었더니, 두세턴까진 되는데, 이후엔 억지로 강하게 계속 차려니 힘도 마이 들고 밸런스가 무너져 계속 후경만 되더군요. 아.. 이런 애매한 곳에선 어떻게 타야할까. 물론, 스키허리가 100mm 이상인 파우더 전용스키로는 암 걱정이 없겠죠.

일반 사면은 이날 그루밍을 하지 않아서 온통 범프 투성이라 그냥 범프 미들턴 위주로 실컷 타며 이것저것 같이 해봅니다.

주차장에 와서 차를 빼야하는데, 바닥이 약간 슬러쉬하면서도 뭉치는 눈에다 그사이 쌓인 눈이 깊어서 사륜구동 SUV 인데도, RPM이 상당히 올라가는 헛바퀴질을 하며 헤매다가 간신이 빠져 나왔는데, 엔진 첵 불이 들어와 있는 겁니다. 아마 엔진이 over-heat 된 것 같아서, 후드 열고 물뿌리다 눈뿌리다 식히고 있는데, 고맙게도 지나가던 사람이 배터리 아웃된거냐고 물어봐주네요. 집에는 잘 돌아갔구요. 한 이틀 있다가 없어졌습니다.

[서준호]

아.. 이런게 염장이라고 하는구나.. 지난해부터 파우더에 관심이 가지더라고요. 부럽.. 그런데 합턴 좀 자세히 설명 해주세요^^

[신호간]

서대장님, 염장이라니요... 지산 파티가 더 염장이에요. 올핸 매주 평일 야간을 두번씩 갔더니, 예상치 못한 파우더를 많이 타게 되었슴다. 합턴은 원래 블랙사면의 가파른 곳에서 턴할 공간이 없을 때, 또는 더블 블랙 이상의 경사가 너무 센 곳에서 짧은 구간의 턴을 해야 할 경우, 앞쪽으로 점프하며 공중에서 스키를 회전시키는 기술로 최소 10턴 이상을 연속해서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체력과 무릎충격에 대한 부담으로, 레벨 3 클리니션들도 시범 보이기를 꺼려하는 편입니다. 시간나는대로, 좀 더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