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코키토스
32-34곡은 지옥의 가장 깊은 곳인 “코키토스”(Cocytos. 33곡 156행)에 대해서 다룬다. 각종 배신자가 벌을 받는 곳으로 얼음이 얼어 있는 호수다. “발밑에 호수가 펼쳐지는데, 얼어붙어 물이 아니라 유리처럼 보였다”(32곡 23-24행)라고 표현한다.
「호수의 얼음 속에 갇힌 영혼들이
부끄러움이 먼저 드러나는 얼굴까지 추위로 납빛이 되어
황새의 입놀림처럼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다.
모두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으며,
입에서는 추위가, 눈에서는
슬픈 마음이 드러나고 있었다」(32곡 34-39행)
얼음은 차가움을 나타낸다. 사랑을 배신하고 신뢰를 배반하는 것은 차가운 얼음 같은 죄라는 의미다. 배신은 차갑고 잔인한 죄다.
2) 카이나
‣ 4가지 장면이 나온다.
첫째, “카이나”(Caina)다(32곡 58행). 성경의 아벨을 죽인 가인(Cain)에게서 유래하였다. 가족을 배신한 자들이 벌을 받는 곳이다.
‣ 예를 들어서 두 영혼이 서로 붙어 있었고 머리카락이 서로의 머리 위에서 엉켜 있는 모습을 본다(32곡 42-42행). 서로 가슴을 맞대고, 두 마리 숫염소처럼 맞붙어 싸웠다(32곡 51행). 비센치오 같이 흘러내는 골짜기(계곡)는(32곡 57행) 알베르토 백작의 것이었다. 그가 죽은 후 두 아들 ‘나폴레오네’와 ‘알렉산드로’는 재산 상속을 두고 싸우다 상대를 죽인다. 두 형제가 한배에서 나왔는데 재산 때문에 살인이라는 폭력을 행한 것이다.
3) 안테노라
‣ 둘째, 안테노라(Antenora)다(32곡 89행). 조국이나 정치적 공동체(그가 속한 당)를 배반한 자들이다. 트로이를 배반했다고 전해지는 안테노르(Antenor)에서 유래하였다. 단테는 자기 당파를 배신한 자를 아주 증오하고 있다. 단테는 그자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머리카락을 한 움큼이나 뽑아낸다(32곡 103-105행).
‣ 어느 구멍에선가 얼어붙은 두 망령을 보는데, 한 망령의 머리가 다른 망령의 모자가 되어 있어 배가 고파 빵을 게걸스럽게 씹어먹는 것처럼, 위에 있는 자가 밑에 있는 자의 머리와 몸이 맞붙은 곳을 쉴 새 없이 이빨로 깨물고 있었다(32곡 122-126행). 짐승처럼 씹으면서 증오하고 저주하고 있었다. 33곡에 그 이유가 나오는데 지옥 편에서 가장 비참한 장면으로 보기도 한다. “그 죄인”(33곡 1행. 물어뜯는 자)은 피사의 행정관(1284년) 우골리노 백작(33곡 13행)이고 ‘먹이’(33곡 1행. 물어뜯기는 배신자)는 루지에리 대주교다(33곡 14행). 백작은 대주교를 믿었다가 그 사악한 속임수에 말려들어 결국 죽임을 당한다. 우골리노 백작은 토스카나 가문의 귀족이었는데 손자 니노와의 권력 싸움을 한다. 그때 대주교 루지에리가 먼저 우골리노의 편을 들어 니노를 추방하고, 민중들을 선동하여 백작을 투옥한다. 우골리노는 두 아들 두 손자와 함께 탑에 갇혀 굶어 죽는다(‘굶주림’이라는 이름이 붙은 탑. 33곡 22-24행. 1288년 7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옥에 갇힘). 일가족을 굶겨 죽이는 잔인한 짓을 한 것이다. 루지에리는 그의 동료들도 잔인할 정도로 배신한다.
4) 톨로메아
‣ 셋째, 톨로메아(Ptolomea)다. 손님을 배반한 프톨레매오(33곡 124행)에서 유래하였다. 『마카베오 상』(16장 11-16절. 외경)에 나오는 이야기다. 프톨레매오가 나라를 차지하기 위해 장인 시몬 마카베오와 그의 아들들을 초대하여 술을 먹여 취하게 한 후 살해했다는 것이다. 배신자를 “자기 영혼 대신이 마귀를 자기 육신 안에 밀어 놓은” 자(33곡 145-146행)라고 한다. 내가 사는 것이 아니고 내 안에 마귀가 사는 것이다.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는 것과 전적으로 다르다(갈 2장 20절). “모든 정직한 전통을 다 버리고 악의만 남긴 사람들이여! 왜 너희들은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는가!”라고 한탄한다(33곡 151-153행).
5) 유데카
‣ 넷째, 유데카(Judecca)다. 예수님을 배반한 유다에게서 유래하였다. 은인(恩人)을 배반한 자들이다. 지옥의 맨 밑바닥이다. 단테는 배신을 인간 사회를 무너뜨리는 가장 심한 죄로 보았다.
「이놈들은 누워 있고 저놈들은 서 있는데,
누구는 머리를 밑으로, 누구는 발을 밑으로 하였고,
또 누구는 활처럼 몸을 구부려 얼굴이 발에 닿아 있었다.」(34곡 13-15행)
- 누워 있는 놈 : 자기와 동등한 지위에 있는 은인을 배반한 자들
- 서 있는 놈 : 자기보다 지위가 낮은 은인을 배반한 자들
- 머리를 밑으로 하고 발바닥을 쳐든 자 : 자기 윗사람을 배반한 자들
- 활처럼 구부리고 있는 자 : 높거나 낮은 두 종류 은인을 배반한 자들
5) 마귀
‣ 마귀의 모습이 나오는데, “이전에 아름다운 용모를 지녔던 피조물”(34곡 17-18행)이라고 한다. 한 머리에 3개의 얼굴을 하였다고 한다(34곡 37행).
앞쪽 얼굴 : 진홍색(34곡 39행). 무애(無愛)를 나타냄(증오)
오른쪽 얼굴 : 하양과 노랑 사이의 색(누르스름한 색. 34곡 43행). 무력(無力)을 나타냄
왼쪽 얼굴 : 나일강이 흐르는 곳에서 온 사람(검은색. 34곡 44-45행). 무지(無知)를 나타냄
입도 3개여서 죄인을 하나씩 물고 있었다. 가운데가 그리스도를 판 유다다. 카이사르를 암살한 브루투스와 카시우스가 나온다.
6) 별
‣ 지옥 편은 “별들”로 끝난다. 34곡 139행에 “그렇게 해서 밖으로 나와 별들을 다시 보았다”라고 하였다.
‣ ‘별’은 『신곡』 전체의 중심 주제로 희망을 뜻한다. 지옥도, 연옥도, 천국도 모두 별로 끝난다. 불의가 홍수처럼 넘치는 사회지만 그때도 세계는 하나님께서 다스리신다는 것이다.
연옥 33곡 145행.
“별들에게 올라갈 열망을 가다듬었다”
천국 33곡 143-145행.
「내 소망과 의지는 이미, 일정하게
돌아가는 바퀴처럼, 태양과 다른 별들을
움직이시는 사랑이 이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