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창간25주년특집-나무 향기 가득한 숲길 걸으며 '힐링'

작성자수수꽃(하경좌)|작성시간13.10.16|조회수271 목록 댓글 0

지난 8일 장성 치유의 숲 산림치유프로그램에 참가한 광주시소방안전본부 직원들이 숲내음길 편백나무에 기대, 잠시 명상의 시간을 갖고 있다. 이윤주기자
자연·사람과 마음 나누고 짐 덜어내며 치유

'피톤치드' 가득한 편백나무 숲속에서 명상

모든 일상·잡념 털어내고 만난 진정한 휴식

동료와 굳은 어깨 두드리고 풀잎 물들이며

2시간 동안 소소한 즐거움에 절로 '웃음꽃'

장성 치유의 숲 찾은 광주시 소방안전본부 직원들

'힐링'(Healing) 열풍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모두들 각박해진 세상에서 살아내기가 힘들었던 모양이다.

이 악물고 버티며 감춰온 생채기들을 '힐링'이라는 단어 앞에서 봇물 터지듯 쏟아내며 응어리를 풀어내려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TV에서도, 직장에서도, 숲에서도, 걷기에도, 캠핑에도 요즘은 어딜가나 '힐링' 물결이다.

하지만 '나를 치유하는'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은지 '힐링'에 대한 갈증은 오히려 더해가는 듯 하다.

유명인사들의 강좌나 책을 좇는 것도 좋지만 잠시 바쁜 일상을 내려놓고 조용한 곳에서 차를 마시거나, 음악을 듣거나, 산책을 하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힐링'일 수 있다.

특히 도심에서 쌓인 찌꺼기들을 털어내기 위해서는 그곳을 벗어나 오롯이 자연속으로 들어가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그렇다면 '힐링'은 어떻게 해야 할까.

어찌보면 '선문답' 같은 '힐링'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장성 축령산휴양림으로 향했다. 광주와 가까운데다 국내 최대 편백림에 무료 치유프로그램까지 있어 조금은 난해한 '힐링'에 답을 선뜻 내줄 것 같아서였다.

서부지방산림청 산하 장성 치유의 숲에서 운영하는 산림치유프로그램이 선사하는 짧지만 여유로운 '힐링' 이야기다.

# 치유 찾아 떠나는 짧은 숲속 여행

태풍의 영향권에서 빗줄기가 오락가락하던 지난 8일 오후 장성 축령산휴양림 치유의 숲 안내센터 앞 작은 광장.

두 팀으로 나뉘어 가벼운 게임을 즐기는 작은 무리의 웃음소리가 고요한 산속 적막을 가른다.

하경좌(45·여) 치유사가 산림치유프로그램에 참가한 광주시 소방안전본부 소속 직원 15명과 간단한 레크리에이션으로 첫 만남의 어색함을 풀어내는 풍경이다. 먼 길 오느라 지친 몸과 낯선 곳에 온 긴장된 마음도 함께 이완된다.

본부 산하 5개 소방서의 감찰과 안전보건 담당자들이 산림치유프로그램 체험을 위해 한데 모인 것.

레크리에이션이 끝나자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치유의 숲 산책이다.

프로그램은 센터에서 시작해 숲내음길과 산소숲길을 거쳐 다시 센터로 돌아오는 2㎞ 구간을 2시간여 동안 걸으며 진행된다.

자연스럽게 숲길을 따라 걸으며 하씨가 풀어내는 축령산의 나무와 다양한 식물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고 임종국 선생이 20여년 동안 장성군민들과 함께 물지게를 지고 조성한 축령산은 80%가 인공조림이에요. 그 중 편백나무가 60%, 삼나무가 40%에요."

축령산의 전국 최대 규모의 편백림은 '치톤피드'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힐링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 편백나무와 하나되어 명상

숲내음길로 들어선 참가자들은 한 치유사를 따라 걷고 서기를 반복하다 편백나무가 촘촘히 늘어선 너른 터에서 잠시 멈춰선다.

이어 모두 편백나무에 몸을 기대고 한쪽 발을 든 채 눈을 감는다. 명상의 시간이다. 호흡마저 멈춘 듯 고요한 적막을 자연의 소리가 채운다.

높은 편백나무 잎 사이사이로 간간히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물소리, 나뭇잎 바스락 거리는 소리 그리고 저 멀리서 아득히 전해오는 새소리까지.

"모든 걸 내려놓고 단 5분이라도 진정한 휴식을 취하세요. 집에서 낮잠을 잘 때도 온갖 잡념에 사로잡히지 않나요. 그런 것들에 얽매이지 말고 자연에 오롯이 몸을 맡기고 숲이 내는 소리를 들으며 '정신적 휴식'을 취하는 것이 바로 치유에요."

명상의 시간이 끝나자 두 줄로 늘어선 참가자들은 머리부터 어깨, 등까지 서로를 두드려주며 동료들과 그간 쌓인 피로를 털어낸다.

배꼽 아래에 손을 대고 복식호흡도 한다. 자연스럽게 피톤치드를 들이마시고 마음의 긴장을 이완하는 과정이다.

평상시 같으면 땅위에 몸을 누이고 맨발로 흙길을 걷기도 하지만 이날은 전날부터 내린 비로 땅이 온통 축축해 아쉽게도 모두 생략됐다.

잠시 후 숲내음길을 벗어나 산소숲길을 따라 다시 산책이 시작된다.

나무판으로 만든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고 임종국 선생의 묘소인 느티나무 앞에서 잠시 묵념도 해본다. 또 하얀 손수건에 풀잎을 따다 고무망치로 두드리는 '풀잎 물들이기'를 하며 소소한 즐거움을 맛본다.


하지만 이것도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치유프로그램의 일부. 물들인 손수건을 모아 놓고 주제발표를 한 후 피톤치드로 만든 미스트를 뿌리고 오일을 바르며 몸 깊숙히 숲을 담는다.



# "숲속을 걸으니 건강해지는 것 같네요"

산소숲길을 벗어나 센터로 다시 돌아오는 길. 모두들 한결 여유롭고 편안해진 모습이다.

특히 숲내음길에서 편백나무에 기댄채 가진 명상의 시간은 그들에게 '힐링'을 선사한 듯 했다.

황인(47)씨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기대 보다 훨씬 유익했다"며 "특히 숲 한가운데서 나무에 몸을 기대고 명상에 잠긴 순간이 가장 인상적이었고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는 말이 정말 마음에 와 닿았다"고 전했다.

황씨는 "힐링 열풍에 소방관들이 직업상 겪어야 하는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방식에 대한 논의도 다양화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힐링은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더 많은 투자를 하며 스스로 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광산소방서 최백진(43)씨는 "일상에서 이런 기회는 없다"며 "숲속에서 새소리,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니 옛 시골의 추억도 떠오르며 건강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다시 센터앞에 모인 참가자들.

하 치유사의 말에 모두 머리를 맡대고 엄지손가락을 이어 붙여 작은 원을 만들었다.

하 치유사는 "난 항상 훌륭하다. 내가 없으면 안된다. 서로를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끊어지면 조직이 무너진다는 생각으로 살아가세요"라는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며 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

하 치유사는 "숲길은 걷는것 만으로도 충분한 치유가 된다"며 "산길을 걷고 숲에서 명상을 하며 도시에서 생채기 난 마음을 자연속에서 달래고 나눠보라"고 웃음지었다. 이윤주기자

관광자원에서 新 직업군까지

다양한 분야의 키워드로 부상

'힐링'이 개인의 치유를 넘어 다양한 분야의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보너스 같은 물질적인 것으로 직원들 기 살리기에 나서던 기업들이 직원들이 몸과 마음의 짐을 덜고 행복감을 키우기 위한 시도를 펼치고 있다.

지자체도 '힐링'과 연계한 숲 가꾸기 등 관광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숲속 자원으로 '힐링'을 돕는 산림치유지도사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 기업들 힐링프로그램 눈길

직원들이 고객을 직접 상대하며 겪는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다른 업종에 비해 큰 유통업계는 직원들의 마음 달래기에 적극적이다.

㈜광주신세계는 지난 5월부터 임직원 대상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1박 2일 동안 자연 환경 속에서 수행자의 일생을 체험하며 마음의 휴식을 얻는 것인데 효과를 높이고자 가족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롯데백화점 광주점은 지난해부터 전문심리상담센터 '힐링센터'를 운영중이다. 이 센터는 지난 2001년 만든 고충상담실 '나눔자리'를 확대 개편한 것으로 직원들의 작은 어려움까지 챙겨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 지자체 숲가꾸기로 관광효과


지자체도 숲이 주는 경제적 효과에 '치유의 숲' 조성에 적극적이다.

전남도는 오는 2020년까지 총 1천169억원을 투입해 16곳에 '치유의 숲 조성' 사업을 펼친다.

이는 지난 한 해 동안 장흥 편백숲을 찾은 휴양객은 62만여 명으로 14억원의 운영수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도는 올해 56억원을 투입해 광양 백운산, 고흥 팔영산, 강진 주작산, 해남 흑석산, 화순 만연산, 나주 산림자원연구소, 완도수목원 등 7개소에 기본설계와 함께 조성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내년에는 순천 용계산과 담양 신성산, 2015년 이후에는 곡성 청계산과 나주 금성산 등 9곳에 모두 16곳의 치유의 숲을 조성할 계획이다.

조성된 치유의 숲에는 치유센터와 풍욕장, 명상공간 등 산림 치유시설과 편익시설 등이 설치된다. 또 식물요법, 물요법, 정신요법, 식이요법, 기후요법, 운동요법 등 치유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 '산림치유지도사'도 각광

'치유의 숲' 붐과 함께 각광받고 있는 것이 바로 산림치유지도사다.

숲의 치유기능을 활용한 산림치유 전문가로 지난 8월 치러진 '제1회 산림치유지도사 양성 평가' 결과 올해 처음 36명이 배출됐다.

산림치유지도사가 되기 위한 조건은 까다롭다.

산림·의료·보건·간호 관련 학사·석사 또는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으로, 산림청이 지정한 양성기관에서 소정의 교육을 수료한 후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전국의 '치유의 숲'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비해 지도사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며 산림청은 오는 2017년까지 산림치유지도사 500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산림청이 지정한 양성기관은 전국에 4개소로 지역에는 광주보건대와 순천대가 올해 처음 지정됐다. 더욱 자세한 사항은 산림청 홈페이지나 산림청 산림휴양문화과(042-481-8877)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윤주기자

국내 최대 편백림

'힐링명소' 각광

장성 치유의 숲은

산림청이 운영하는 장성 치유의 숲(축령산 휴양림)은 전체 조림면적(240㏊)의 64%인 153㏊가 편백인, 한국의 대표적인 편백 숲이다. 지난 2010년 치유의 숲으로 지정됐다.

애림가인 고 임종국 선생이 벌거숭이에 가까운 땅에 1956년부터 20여년간 장성군민들과 물지게를 지어 나르며 조성한 인공조림이다.

최근 '치톤피드'의 효능이 알려지며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이들로부터 '힐링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산림청은 지난 2002년 임종국 선생의 후손들로부터 279㏊를 사들인 후 인공시설을 최소화하고 숲의 환경을 이용해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장성 치유의 숲 센터에는 모두 의학·보건 등을 전공한 5명의 치유사들이 있으며 치유프로그램은 4개 숲길 중 숲내음길과 산소숲길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일반인과 청소년은 물론 암 환자들에게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에 별도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이들이 숲속에서 쉴 수 있는 '환우쉼터'도 만들었다.(문의 061-393-17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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