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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맘 공부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구상1

작성자이두성|작성시간23.12.13|조회수20 목록 댓글 0

나는 울었다. 왜 울었을까? 그때 내가 운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나조차 잊어서 영영 모를 것이 되었다. 그런 일들에 대해 요즘 자주 생각한다. 분명 일어났으나 아무도 모르는 일들. 기억하는 유일한 존재와 함께 사라져 버리는 무수한 순간들.

 

(나는 웃었다. 왜 웃었을까? 그때 내가 웃은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나조차 잊어서 영영 모를 것이 되었다. 그런 일들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아마도 나로 인한 웃음에서 나의 존재를 인정받고 사랑받았다는 기쁨을 찾아야했다. 기억을 만들어 낸다...)

((이런 기억 같은 모습... 이 기억의 순간을 집어 영원으로 늘린다.))

 

p.13, 최진영 - 홈 스위트 홈

2023 4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2023, 문학사상출

 

기억은 기억. 말이 안 되는 기억이 적지 않은 데다 이제 아는 시간을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므로 말이 안 되는 일도 가능하다고 믿는 편이다. 미래를 기억할 수 있을까? 육체의 눈과는 차원이 다른 정신의 눈이 있어 미래를 보고 기억할 수 도 있지 않을까? 나는 인생이 한 방향으로만, 그러니까 책장을 넘기듯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현재에서 미래로만 흐른다는 생각을 버렸다. 시간은 인간의 언어. 측정도구. 약속. 인간이 발명하고 이름 붙인 것. 그러므로 다르게 해석할 수 도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시간은 발산한다.

과거는 사라지고 현재는 여기 있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무언가가 폭발하여 사방으로 무한히 퍼져나가는 것처럼 멀리 떨어진 채로 공존한다. 과거는 사라지지 않는다. 기억하거나 기억하지 못할 뿐. 미래는 어딘가에 있다.

p.15 최진영

 

출생과 죽음, 성장과 노화, 발생과 소멸을 시간이란 개념 바깥에서 이해하고 싶다. 얼음이 물이 되고 물이 수증기가 되듯 바뀌어 달라지는 것. 시간을 배제하고 변화를 말할 수 있을까. 죽음 다음이 있다면, 어쩌면, 시간에서 해방된 무엇 아닐까.

p.15 최진영

 

나는 엄마의 옆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나와 가장 닮은 사람. 내가 나이 들면 저런 얼굴이겠지. 미래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엄마가 눈을 떴다.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엄마는 나를 보며 과거를 생각할까?

p.19, 최진영

 

나는 죽어가고 있다. 살아 있다는 뜻이다. 죽음을 죽음 자체로 두기 위해 오래 바라볼수록 두려움보다 슬픔이 커졌다. 두려움은 막연했으나 슬픔은 구체적이었다. 거기 나의 희망이 있었다. 슬픔을 위해 움직일 힘이라면 아직 남아 있었다. 미래를 기억할 수 있을까?

 

(아버지는 죽어가고 있다.

...

미래를 기억할 수 있을까?

그 미래는 우리 자식들, 손자손녀가 아닐까...)

 

p.26, 최진영

 

 

(집에서 죽는다는 것..

그리고 백수까지 산다는 것..

그게 행복일까?

하지만 누구라도 낯설고, 환자가 있는 곳.

병원에서의 죽음은 두렵고, 무섭고, 전혀 행복하지 않으리라.

그런데 집에서 죽으면 그게 행복일까...?)

 

(삶을 이해할 수 있을까...

죽음은...)

죽음은 이해의 문제가 아니니까. 미래를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나는 이제 미래를 기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 눈앞에 미래가 나타났으므로. 어느 여름날에는 뒷마루에 청개구리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나는 그것을 향해 손을 뻗고 청개구리는 사라지고, 나는 이유를 모른 채 울어 버릴지도. 나는 다시 아플 수 있다. 어쩌면 나아질 수도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죽을 것이다. 탄생과 죽음은 누구나 겪는 일. 누구나 겪는다는 결과만으로 그 과정까지 공정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 (나는 말한다. 발음한다. 우리 가족이 모두 웃는다. 나도 그 모습들에 기뻐서 웃는다. 그리고 다시 발음한다.) 이제 나는 다른 것을 바라보며 살 것이다. 미래에 나는 바라보고 살 것이다. 폭우의 빗방울 하나, 폭설의 눈 한송이. 해변의 모래알 하나, 그 하나가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물론 신은 그런 것에 관심 없겠지만.

(이제 나는 작은 존재의 웃음을 기억하리라.빗방울하나, 눈 한송이, 모래알 하나에 깃든 존재...)

p.38, 최영 진

 

 

 

 

 

흠결 없는 삶을 살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만큼

완벽한 사람이 존재할 리 없었다. (있을까?)

 

p.189 서상란 내가 아직 조금 남아 있을 때

2023 4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2023, 문학사상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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