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원 김치찌개’ 식당, 움츠린 이웃들 소통의 장으로
입력:2026-06-11 03:00
‘한밀청년밥상’ 섬김 사역 현장
영세교회 봉사자가 지난 8일 서울 중랑구 한밀청년밥상에서 김치찌개를 끓이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랑구 동일로의 한 골목. 저녁 식사 시간이 가까워지자 작은 식당 안으로 손님이 하나둘 들어섰다. 문을 열자 군침 도는 김치 냄새가 훅 들어왔다. 보글보글 끓인 찌개와 갓 지은 밥, 단무지무침이 차려지는 이곳 식당의 이름은 ‘한밀청년밥상’이다. 메뉴는 단 하나, 김치찌개다. 가격은 3000원. 밥과 찌개, 김과 단무지무침은 더 먹을 수 있고 계란프라이는 500원을 추가하면 된다.
한밀청년밥상 벽면에는 요한복음 12장 24절 말씀이 새겨져 있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식당 이름 한밀은 영세교회 설립자인 김종수(1918~1998) 목사의 호에서 따왔다. 고인의 ‘한 알의 밀’ 정신을 지역사회 섬김으로 이어가겠다며 고정환 장로 내외가 2022년 10월 이 공간을 열었다.
66㎡ 남짓한 식당에는 34개 좌석이 놓여 있다. 김치와 돼지고기, 쌀 모두 국내산이다. 직접 담근 배추김치와 다시마 북어 등으로 우려낸 육수로 매일 김치찌개를 끓인다. 운영 시간은 평일 오후 5시30분부터 8시까지 2시간30분이다. 30여명 영세교회(김태수 목사) 성도들이 요일별로 돌아가며 봉사자로 함께한다. 주변 상권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함이고 직장을 다니는 봉사자들이 퇴근 이후 합류하기 때문에 저녁 시간에만 문을 연다.
인근에서 자취하는 최재혁(28)씨는 퇴근길에 이곳을 찾는다. 그는 “집이 걸어서 5분 거리라 호기심에 와봤다가 계속 오게 됐다”며 “집에서 해 먹는 김치찌개 같은 맛이라 퇴근 뒤 굶지 않고 한 끼를 해결하기 좋다”고 말했다.
봉사자인 김종엽(69) 집사는 개인택시 운행을 마친 뒤 식당으로 온다. 평소 오전 5시부터 택시를 운행하기에 봉사 일정이 있는 날이면 한숨 돌린 뒤 오후 5시30분 영업 시간에 맞춰 앞치마를 두른다. 설거지와 홀 정리를 맡는 그는 “손님들이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갈 때 보람을 느낀다”며 “고물가 시대에 한 끼 제대로 먹기 쉽지 않은데, 고맙게 생각하고 찾아오는 분이 많다”고 말했다.
한밀청년밥상은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식당 사례를 접한 고 장로 내외가 영세교회와 상의한 끝에 시작했다.
중랑구에도 이런 공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어려운 주민에게 한 끼를 제공하고, 은둔형 청년들도 불러내 한 끼를 대접하자는 취지였다.
작은 밥상으로 지역을 섬기자 지역도 다시 밥상을 지탱하는 힘을 보태고 있다. 식당을 오가던 주민이 익명으로 후원금을 건네는가 하면 건물주는 취지에 공감해 매월 쌀과 후원금을 전한다. 영세교회는 최근 어려운 이들에게 무료 식권을 배포하는 일도 시작했다.
고 장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을 조금이나마 돕고 청년들에게도 힘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일하고 있다”며 “밥상을 통해 저희가 받은 하나님의 사랑이 지역사회에 전해지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