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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벗은 임금과 신하들

작성자심선생|작성시간05.09.10|조회수19 목록 댓글 0
옷을 벗은 임금과 신하들

옛날에 어떤 나라에 간혹 악우(惡雨)가 내렸는데, 그 빗물이 강이나 호수 또는 우물에 스며들어 사람들이 마시게 되면 정신이 이상해졌다. 일단 그렇게 되면 일 주일이 지나야 제정신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 나라의 국왕은 천문에 밝아 악우가 내릴 징조가 나타나면 백성들에게 우물을 덮어두라고 명했다. 그런데 한번은 명령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조정의 모든 대신들이 악우가 스며든 우물물을 먹고 그만 정신이 이상해졌다. 그들은 머리에 진흙을 바르고 나체로 입조(入朝)했다. 물론 국광은 평소대로 왕관을 쓰고 화려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신들은 도리어 왕에게 손가락질하며 저희들끼리 수군거렸다.
“아마도 왕이 미친 모양이오. 어째서 혼자 저런 옷을 입고 있단 말이오? 미친 왕을 그대로 놔둘 수는 없는 노릇 아니오?”
국왕은 대신들이 미쳐서 모반하지 않을까 두려워 얼른 신하들에게 말했다.
“잠깐만 기다리시오. 짐에게 좋은 약이 있으니 이 병을 고칠 수 있을 것이오. 내전에 들어가서 먹고 곧 다시 나오겠소.”
국왕은 다급히 내전으로 들어가 옷을 벗고 머리에 진흙을 바르고 다시 나왔다. 그러자 대신들이 기뻐하며 말했다.
“이제야 국왕께서 정신을 차리신 모양이오.”
일 주일 후 대신들은 제정신이 들자 스스로의 모습에 깜짝 놀라 부끄러워하며 관복을 챙겨입고 관을 쓴 후 입조했다. 그런데 국왕은 여전히 발가벗은 몸으로 상석에 앉아 있었다. 대신들은 민망해서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한 채 말했다.
“대왕께서는 슬기로운 분이신데,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내 정신은 항상 변함이 없소. 그런데 경들은 자신들이 미쳤으면서 도리어 짐을 미쳤다고 해서 이렇게 한 것뿐이오.”
부처님도 마찬가지다. 중생들은 무명의 물을 마시고 늘 미쳐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부처님이 ‘모든 법은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으며 어떤 고정된 모습도 없다’고 설하시면 이해하지 못하고 도리어 미친 소리라고 한다. 그래서 부처님은 어리석은 중생들을 교화하시고자 선과 악을 구별하여 말씀하셨다.
-「잡비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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