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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신앙

작성자심규한|작성시간06.10.30|조회수32 목록 댓글 0
단순한 신앙

얼마 전 일본에 대산청만(大山靑巒)이라는 문학박사 한분이있었다. 그분에게 늙은 하녀가 있었는데 병자를 앉혀놓고 뭐라고 중얼거리기만 하면 병이 금방 낫곤 한다. 박사가 생각하니 참으로 신기하기도 하고 가관이었다. 그것이 미신인 것만은 분명한 듯한데 병이 완쾌되니 말이다.
그래서 하녀를 보고 무엇을 이르느냐고 물었다.
그 하녀는 “오무기 고무기 이소고고 오무기 고무기 이소고고”라 한다고 대답했다.
이 말을 듣고 박사가 생각해보니 ‘오무기’는 보리요 ‘고무기’는 밀, ‘이소고고’는 두되 다섯 홉이란 말이다. ‘보리 밀 두 되 다섯 홉’이란 말에 병이 나을 까닭이 없는데 병이 잘 낫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이 되었다.
일본에서 문학박사가 되자면 불교를 모르고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불교의 경전에는 문학과 너무나도 관련 깊은 철학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이가 <금강경(金剛經)>을 보았는데 경 가운데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 즉 응당 머무름 없이 그 마음을 낸다고 하는 구절이 있다. 육조혜능대사도 다른 사람이 <금강경>을 읽을 때 이 구절을 듣고 도를 깨달았던 것이다.
이 구절의 일본 발음이 ‘오무소주 이소고싱’인데, 누가 이 말을 하는 것을 곁에서 듣고 잘못 외어서 ‘오무기 고무기 이소고고’라는 비슷한 말을 늘 외운 것이다.
박사가 하녀에게 외우는 것이 잘못되었으니 다시 외우라고 고쳐주자 하녀가 그런가보다 하고 그 다음부터 환자들에게 그것을 외어보니 그것이 진짜이지만 병은 낫지 않았다. 그래서 ‘보리 밀 두 되 다섯 홉’이든지 무엇이든지 ‘오무기 고무기 이소고고’라고 또다시 바꾸어서 읽으니까 그제서야 병이 낫는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느냐 하면 박사가 말해준 것은 진짜이지만, 많이 외우지도 않았고 또 이렇게 하면 정말 병이 나을까, 이것이 옳은가 그른가 하는 의심이 나서 그런 것이다. -경봉 스님 설법 중


멩이 군말 : 톨스토이의 민화집도 이런 단순하지만 그래서 더 진실되고 무서운 믿음의 이야기가 '세은자'에 나오지요. 우리는 정말 너무 많이 알아 아무것도 모르곤 합니다. 무엇이 불안하다고, 무엇이 부족하다고 계속 새로운 지식을 찾아다니는 걸까요? 살다보면 이렇게 단수하고 강력한 스승들 만나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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