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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냄의 해, 허수아비

작성자심규한|작성시간06.10.30|조회수31 목록 댓글 0
성냄의 해 - 홍도비구 이야기

예전에 금강산 돈도암(頓道庵)에서 있었던 일이다.
홍도(弘道)스님이 우연히 그 암자엘 가보니 푸른 뱀이 나와서 꼬리로 모래밭에 글을 쓰는데 글 내용이 사람을 경책(警策)하는 글이다.

내가 다행히 사람을 태어나고 또 불법을 만나
여러 겁을 수행하여 성불하기에 이르렀다가
솔바람이 자리에 불어와 눈에 티가 들어가서
한 번 성을 냈더니 뱀의 몸을 받게 됐네

천당이나 부처님 세계에 나는 것과 지옥으로 가는 것이
오직 사람의 몸으로 인연을 지음이네
내가 예전에 비구로서 이 암자에 있었는데
이제 뱀의 몸을 받고 보니 한스러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구려

이제 내 차라리 몸을 바수어 가루를 만들지언정
맹세코 평생토록 성을 내지 않겠네
원컨대 스님께서 염부제에 돌아가거든
나의 몰골을 말해서 뒷사람들을 경계케 하소

뜻은 품었으나 말로 다 못하니
꼬리로나마 글을 써서 나의 진정을 알립니다.
원컨대 스님께서 이 글을 벽에 걸어놓고
화가 날 때가 있으시거든 쳐다보소


허수아비

선창(禪窓) 밖에 한 뙤기 콩밭이 있는데 산짐승과 들새들이 자주 침해하기에 마른 풀로 허수아비를 만들어서 밭 한가운데 세워놓았더니, 들새와 산짐승들이 그 후부터는 허수아비를 사람으로 속아 의심하여 들어가지 않았다. 하룻밤에는 들소가 밭에 달려 들어가서 콩을 다 뜯어먹고 허수아비도 의심치 않고 모두 먹어버리기에 내가 손뼉을 치고 허허 웃으며 부질없이 읊조렸다.
마른 풀로 사람을 만들어 옷 입혔더니
들새와 산짐승들 사람인 줄 의심했네
흉년과 험한 세상 아랑곳도 안 하는데
전쟁 나서 징병해도 민적에도 빠졌구나
서 있는 그 모양은 언제나 봐도 춤추는 듯
형용은 야밤중에 다시 새로워
들소가 힘도 세고 눈까지 밝아
곧 밭에 뛰어들어 허수아비를 먹어버렸네

-경봉스님 설법 중

멩이 군말 : 정말 화를 내는 것이 내 영혼에 가장 위험하다는 걸 실감하곤 합니다. 아무리 선한 맘을 가졌더라도, 또 평화를 지녔더라도 화를 내는 순간 모든 것은 무너져버립니다. 화라는 미친 불소를 잡지 못한다면 모든 것은 허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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