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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비명(시)

작성자심규한|작성시간06.11.07|조회수16 목록 댓글 0

       묘비명

                                           나이미 낭끼 찌


이 돌비 위를 지나가는

작은 새들아

잠시 예서 날개를 쉬어라

이 돌비 아래 잠든 것은

너희들 친구 중 하나이다

무엇인가 잘못 되어

인간으로 태어나 버렸지만

(그는 평생 그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영혼은 너희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왜냐면 그는 인간이 있는 자리보다

너희들이 앉아 있는 나무 밑을 사랑했다

인간이 지껄이는 미움과 거짓말보다

너희들의

기쁨과 슬픔의 순수한 대화를 사랑했다

인간들의 몰이해와 보기 싫은 생활보다

너희들 서로가 신뢰하면서

조심스레 살아가는 생활 모습을 사랑했다

하지만 무엇인가 잘못되어

그는 인간 세계에 태어나고 말았다.

그에겐 인간들처럼

상대를 헐뜯으며 살아갈 용기가

(너무나) 부족했다.

그에겐 인간들처럼

현실과 싸워 나갈 용기가

너무나 부족했다.

하지만 현실은

멋대로 그에게 도전해 왔다

그래서 겁쟁이인 그는

언제나 달아나기만 했다

상처받기 쉬운 마음에

푸른 조그만 꿈의 등불을 켜고

저쪽 감상의 바다로

또는 이쪽 환상의 골짜기로

그는 쫓겨 가기만 했다

하지만 현실의 차가운 바람은

가는 곳마다 뒤쫓아 가서

그의 푸른 등불을 꺼버리려 했다

거기서 결국 위태로워져

제 스스로 그것을 후우 불어버리고

그는 어느 날 죽어 버렸다

작은 새들아

진정 그는 너희들을  사랑했었다

비록 공기총에 맞아 쓰러지더라도

어째서 이 손이

날개가 못되었나 하고

그는 진정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너희들

작은 새야 이따금 여기 놀러 오너라

거기서 고운 노래를 들려 주려무나

거기서 귀여운 춤을 보여 주려무나

그는 이 묘비명을

너희들 말로 쓰지 못함을

까다로운 인간의 언어로밖에 쓰지 못함을

거듭거듭 아쉬워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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