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보물 금곡사 성문안바위 선각마애안면불
기고 : 심규한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한다. 아무리 귀한 보석이 있어도 등잔 밑에 있으면 알아보지 못하고 쓸어버린다. 강진에 살면 누구나 가보았을 금곡사에도 그렇게 묻힌 보석이 있다.
바로 금곡사 성문안바위에 새겨진 선각마애안면불이다. 해마다 벚꽃축제를 찾아 금곡사를 방문하는 분들이 많아도, 성문안바위의 선각마애안면불을 알아보는 이는 거의 없다.
금곡사의 산문 역할을 하는 성문안바위, 석문 동쪽 바위벽을 보면 그림 같은 것이 그려져 있다. 설사 그것을 알아본 이가 있더라도 그림의 형태를 정확히 읽을 수 없어 어설픈 미완성작으로 생각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필자도 그랬다. 하지만 다시 유심히 뜯어보다 깜짝 놀랐다. 부처님의 거대한 안면상이 있는 것이 아닌가? 명확히 대칭을 이루며 길게 늘어진 귀, 귀의 위쪽 끝선을 잇는 눈썹선과 그 밑에 선명하게 대칭을 이루는 두 눈과 동자가 제대로 보였다. 그러자 순식간에 이마선과 턱 밑 선이 읽히고, 입술선과 코방울의 윤곽이 보였다. 3m 이상의 거대한 부처님 안면상이었다. 완벽한 대칭과 균형 잡힌 안면의 완성도로 볼 때 이 작품은 완벽한 의도로 선각된 완성품이다. 은연중 전신상을 염두에 두고 본 탓에 선각마애안면불을 읽지 못했던 것이다.
필자가 이를 발견하고 금곡사 주지 도허 지각스님을 찾아가니, 스님도 이를 알고 계셨다. 선각마애안면불 앞에 불단바위를 놓으신 장본인이셨다. 그런데 왜 이토록 아름다운 부처님상이 문화재로 등록되지도 알려지지도 않았을까? 바로 등잔 밑을 알아보는 눈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선 선각마애안면불은 음각이 아닌 선각 작품이다. 그 이유는 성문안바위의 특성을 알면 당연하다. 성문안바위는 규암이다. 우리가 흔히 차돌로 부르는 단단하기 이를 데 없는 암석이다. 성문안바위 규암맥은 선캄브리아기 5억 6천만 년 전 모래톱이 오래 시간 운모와 장석이 풍화되어 사라지고 단단한 석영들만 남아 만들어진 석영사암이 땅속에서 고열로 변성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이 암맥이 보은산에서 해남 땅끝까지 연결되어 있다. 월출산 화강암 같으면야 정으로 쪼아 음각을 새겼을 것이다. 규암의 경우 모스 강도 7~8에 해당한다. 다이아몬드칼로 긁어야 할 정도다. 그러니 거대한 차돌바위에 그림을 그리는 방법은 선각이 유일하다. 날카로운 송곳으로 파고 끌로 긁는 작업이었다. 일반 음각에 비해 몇 십 배 공력이 드는 대불사일 수밖에 없다. 바위를 이해하고 음각이 아닌 선각 작품으로 봐야 이 작품의 가치를 비로소 평가할 수 있다. 미완성작이 아닌 완성작으로.
마애불의 조성자는 보은산의 거대한 규암맥에서 부처의 금강석 같은 진리를 읽고 그 몸에 부처의 얼굴을 새겨 영원무변한 진리를 구현하고 싶었을 것이다. 의도대로 규암은 쉽게 풍화되지 않는다.
작품의 완성도로 볼 때 이 작품의 제작 시기는 금곡사가 세워지고 삼층석탑이 세워지던 고려시대로 봐야 한다. 비록 선각 위에 지의류와 이끼가 자라긴 했지만 형태를 변화시킬 정도는 아니다. 더구나 우측상단 글자를 새겨 넣은 것으로 추측되는 부분을 면밀히 조사해보면 더 자세한 사항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금곡사를 찾는 이는 반드시 산문인 성문안바위에 이르러 선각마애안면불에 합장하고 산문에 들었을 것이다. 적어도 이를 다시 복원하여 금곡사의 원래모습을 찾아야 한다.
하루빨리 군에서는 성문안바위 선각마애안면불에 대해 정밀 조사하여 문화재로 등록하여 보호하기 바란다.
첨부사진은 금곡사 성문안바위 선각마애안면불 사진과 그것을 AI로 해독하여 전규선님이 보내주신 그림이다. AI해독 그림의 경우 하관부분이 필자가 그린 것과 차이가 있지만 원래의 모습에 가깝게 복원한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바탕으로 실측하여 정밀도를 그리면 완전한 선각마애안면불의 실상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