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량옥 변호사 특별강연 후기

작성자최규환|작성시간16.10.29|조회수404 목록 댓글 6

1. 낯선 만남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었을까.
무척 기억에 남을 만남이었다.

지금껏 내가 만나본 법조인은 어려운 말을 쓰며 어려운 일들을 하는 어려운 사람들이었다.
이들을 만날때마다 나와는 다른 세계에 살고있다 란 느낌을 강하게 받아왔다.

그렇지 않은 법조인도 있구나 하고 느낀 첫 만남이 노무현대통령이다.

그는 무척 어려운 책으로 열심히 공부하여 어려운 시험을 패스하고 변호사가 된다.
그리고 그가 배운 어려운 지식으로 보통 사람들이 처한 어려움을 풀어주었다.

평범한 보통사람을 위하여 노력하는 그를 보며 나와 같은 세계에 속해있다고 생각되었다.


구량옥 변호사에게도 비슷한 것이 느껴졌다.

우토로에서 보낸 자신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하며,
교토조선학교에서 자신이 지키고자 노력한 '저고리'를 말하며,
헤이트스피치를 겪은 아이들의 아픈 마음을 자세히 전하며,

시종일관 촉촉히 젖어있는 그녀의 눈속에서
타인의 아픔과 슬픔을 함께하는 간절함을 보았다.


진심은 누구에게나 느껴지는 법.

다수의 법조인이 속한 세계에는 구량옥변호사의 자리가 없는 듯 하다.
무척 낯선 법조인임이 확실하다.



2.신념


나는 언제부터인가 사람을 움직이는건 오직 '두가지뿐이다' 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돈 이냐 신념이냐.
신념을 지키면서 돈을 버는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에도 미래에도.
내가 아는 한 그렇다.


구량옥변호사의 열띤 강의를 들으며 노트에 이렇게 썼다.

'신념'

그녀는 자신이 굳게 믿고 있는 것을 지키고 싸우고 있는 듯 보였다.
이제껏 신념을 지키며 사는 이들을 많이는 보지 못했다.
왜냐하면 신념이란 본디 지키기 어렵고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신념으로 사는 이들이 역사를 바꾼다.

구량옥 변호사는 현재를 바꾸고 있다.
그러니 분명 미래 또한 달라질것이다.



3. 니체와 오사카


부타기무치(돼지김치) 라 조롱하는 헤이트스피치에 부타김치라고 정정해주었다는 그녀의 경험담에서
더이상 그녀가 신참내기 변호사가 아님을 엿볼 수 있었다.


니체의 말이 떠올랐다.


재일교포가 가장 많다는 오사카.

오사카특유의 무더위. 찐득찐득한 습기와 뜨거운 열기.

싸우는 것처럼 오해받기 쉬운 키츠이오사카벤 (강한 오사카사투리).

재일교포의 공공의 적 하시모토 前 오사카  시장.

그녀의 변호사사무실이 오사카에 있다고 하니
일본에서 가장 치열한 싸움의 최전선에 배치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니체의 말이 떠올랐다.

'괴물과 싸우는 자는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오랫동안 괴물의 심연을 들여다 보는동안 그 심연 또한 너를 들여다 보게 될 것이다'


그녀 를 비롯한 우리 또한 니체의 말에서 자유롭지 못할거라고 여겨지는 것은

나의 기우일까.




4. 희망



특강을 마치고 뒷풀이로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

그시간 그녀의 2살배기 딸은 인근 호텔에서 자고 있다 들었다.
맞다. 엄마였구나. 엄마이자 여성이자 변호사인 구량옥.
어쩌면 그녀의 모든 활동은 딸에게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들어주기위한
엄마의 노력일수 있겠구나.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엄마는 늘 위대하다는 사실을.


구량옥 변호사. 그녀가 만들어 낼 또 다른 미래에 과감히 희망을 걸어본다.
오늘 그녀의 짧은 만남을 통해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타인의 신념을 보며 얻은 믿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낯선이들과 기울인 술한잔이 그녀의 어깨에 짊어진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뜻을 같이 할 이들은 분명히 있기에. 여기 나부터.



2016.10.27
신촌 다래헌에서 강의를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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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송송(송승현) | 작성시간 16.10.29 마지막에 쓰신 말씀, 좋네요. "뜻을 같이 할 이들은 분명히 있기에."

    좋은 후기 고맙습니다 ^_^
  • 작성자간주영(엄준석) | 작성시간 16.10.30 좋은(?)배우는 글도 잘 쓰는 그런 존재인가 봅니다..!^^
  • 작성자열치매(기준성) | 작성시간 16.10.31 읽다보니 문뜩 이 문구가
    "승패를 결정한 권한 또는 권력을 가진 이들은 따로 있다. 승패는 우리의 고민거리가 아니란 이야기이며, 냉정한 현실을 말하는 것이다. 그저 우리의 고민거리는 우리가 믿는 길을 계속 걸어갈것이냐에 있는 것이다"
    생각납니다.

    좋은 후기 잘보았습니다. 규환씨! ^^
  • 작성자잇다(강현진) | 작성시간 16.11.01 본질이 무엇인가.
    함께 이야기 듣고, 나누면서 머릿속에 계속 남는 질문이에요.
    고맙습니다.
  • 작성자cyc군(최용철) | 작성시간 16.11.02 와! 규환씨 글도 참 잘 쓰신다.^^ 참석 못해서 안타까웠는데 좋은 후기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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