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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세계건축대상을 수상한 강릉 인월사

작성자이종원|작성시간26.06.08|조회수261 목록 댓글 2

강릉 경포대의 나지막한 품에 안긴 작은 사찰인 인월사(印月寺). 이름 그대로 ‘호수 위에 찍힌 달의 도장’이라는 뜻이다. 즉 경포호수에 고즈넉이 내려앉은 달빛을 의미한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가 받아 잘 알려진 세계적 권위의 ‘세계건축상(World Architecture Award)’. 2026년 올해 이 작은 사찰이 수상했다는 소식은 참으로 경이롭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을 넘어 가장 혁신적인 건축 미학 속에 불교의 깊은 철학을 녹여냈기 때문이리라.

 

시간을 거슬러 2023년 4월 11일, 강릉을 집어삼킨 거대한 화마는 인월사마저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었다. 지금도 일주문을 들어서면 그날의 아픈 흔적이 아스라이 남아있으며 본전은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처지였다.

 

그러나 수많은 불자의 따뜻한 마음과 손길이 모여 인월사는 다시 일어섰다. 옛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전통의 틀을 깨고 미래를 향해 열린 혁신적인 공간으로 기적처럼 거듭난 것이다.

설계를 맡은 윤경식 건축가는 “종교적 색채는 가장 덜어내면서도 가장 부처님을 닮은 건물을 짓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불교 경전에서 부처님의 눈썹을 아름다운 초승달 모양으로 묘사한 것에 착안해 하늘에서 내려다본 사찰은 부드러운 이중 곡선 형태를 취하고 있다. 네모반듯하고 권위적인 사찰의 통념을 깨뜨린 초승달의 곡선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 안는다.

낮게 흘러가는 주변의 산세와도 마치 원래 하나였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가장 먼저 시선을 붙잡는 것은 둥글게 휘어진 벽면이다. 다채로운 색상의 큐브 벽돌이 비어 있는 여백과 조화롭게 맞물려 있는데, 이는 세상의 수많은 인간군상을 의미한다고 한다.

 

서로 다른 색을 지닌 이들이 인연이라는 끈으로 연결되어 더불어 살아가는 '화엄(華嚴)의 세계'를 상징하고 있다. 불교 고유의 오방색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단청은 세상 모든 것이 홀로 존재하지 않고 서로 원인이 된다는 '연기법(緣起法)'의 시각적 찬가와 다름없다.

 

건물과 벽 사이에는 숨을 쉴 수 있는 빈 공간이 존재한다. 낮에는 따스한 자연광이 그 틈을 타 내부로 스며들고 밤이 되면 내밀한 불빛이 밖으로 은은하게 번져나간다. 안과 밖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다정하게 소통하는 구조다.

사찰 앞마당에 자리한 타원형 연못 ‘관심지(觀心池)’는 부처님의 인자한 눈을 형상화했다. 건물이 부드러운 눈썹이라면 이 연못은 깊은 눈동자이며, 그 중심에서 팔각대좌가 보석처럼 빛을 발한다.

부처님을 친견하기 전, 흐려진 마음을 씻어내고 스스로 지은 업보를 고요히 비추어보는 정화의 거울인 셈이다.

건물 내부로 발을 들이면 로비인 ‘법계관’이 마중을 나온다. 부처님의 미간에 해당하는 이 공간은 내 안의 집착을 비우고 새로운 평온을 채우는 곳이다. 천장에는 마치 아늑한 은하계를 마주한 듯한 둥근 흡음판이 소리 없이 매달려 있고 야외로 시선을 돌리면 장독대 사이에서 미소 짓는 항아리가 정겨움을 더한다.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신 대웅전은 친환경 소재인 종이 기둥으로 장엄하고 거룩하게 꾸며져 있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인월사의 정점은 단연 명상실인 ‘담마센터’다. 천장에 정교한 흡음 시설을 설치해 세상의 모든 소음을 아득하게 차단했다. 감청색으로 물든 벽면은 부처님의 깊은 눈동자 색을 닮았고, 그 위로 쏟아지는 빛과 천장의 풍경은 마치 은하수 한가운데에 홀로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곳 역시 곧게 뻗은 종이 기둥들이 공간의 순수함을 더해준다.

 

산불이라는 혹독한 비극을 겪었기에, 새로운 인월사는 하이테크 기술을 접목해 불에 타지 않는 비가연성 재료로 단단하게 지어졌다. 상처를 통해 더 강인해진 것이다.

 

마당 한편에는 논산 관촉사 미륵불을 닮은 돌연한 입상이 꼿꼿이 서 있다. 거친 화강암 재질이었기에 그 모진 화재 속에서도 홀로 살아남아 자리를 지켜낸 고마운 존재다.

 

미륵불은 앞으로 이곳을 찾을 모든 중생의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는 달의 문신이 새겨지기를 축원하며 삶이 조금 더 평온해지기를 소리 없이 기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 모든 형상은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변한다는 불교의 가르침, 무상(無常).

 

인월사는 거대한 산불이라는 비극을 온몸으로 받아 안고 그 무상의 진리를 가장 아름다운 변화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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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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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늘푸름* | 작성시간 26.06.09 와! 사찰의 이름 자체서 부터 멋짐이 풍깁니다.
    세기에도 더 없을 귀한 건축물이 세워졌네요.
    기막힌 정보 감사합니다
  • 작성자팔색조 | 작성시간 26.06.09 와~~!
    대장님의 설명으로 더 애정이 갑니다
    꼭 가봐야 겠어요ㆍ
    갈 곳이 또 생겨서 좋아요~ ㅎ
    인월사~~!
    한국인의 뿌리는 ㆍㆍ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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