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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촉(만년필X)은 씻는다고 물에 담궈놓으면 안됩니다...

작성자뿌잉뿌잉|작성시간11.05.20|조회수5,039 목록 댓글 9

항상 눈팅만하다가 처음 쓰는 글이네요...


이번 주에 잉크를 새로 교환하면서 만년필 청소를 한다고, 물에 담궈서 청소했었습니다.

만년필은 라미 사파리이고, 오래된 제품이 아니어서 그냥 물에 담궈서 청소했죠.

아주 깨끗히 잘 씻어졌습니다.


그러고 보니 펜꽂이에 꽂혀있는 펜이 보였습니다.

브라우스의 Steno(블루펌킨)와 캘리그래피 펜촉 2개를 쓰는데, 이 펜촉은 쓰고나서 물로 씻어주는 정도밖에 안해서 이참에 얘네들도 청소해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제밤에 자기 전, 종이컵에 미지근한 물을 넣고, 펜촉들을 모두 넣어주었습니다.

눈에 안보이는 잉크가 있었는지, 스멀스멀 잉크들이 흘러나오는군요.


참 뿌듯하죠 이때 ㅎㅎㅎ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주고, 단잠에 푹 빠졌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나갈 준비를 마친 후 책상위의 종이컵을 보았습니다.

요즘 라미 녹색 잉크를 쓰고 있어서 어제는 분명히 녹색 물이 보였었는데, 황록색 물로 변했더군요.

별로 신경안썼습니다.


또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주었죠.


!!!!!!!!!!!!!!!!!!!!!!!!!!!!!!!!!!!!!!!!!!!



펜촉 아래에 노란 알갱이들이 모래알같이 모여있는겁니다. 이것들이 젓가락으로 휘저으니까 빙빙 도네요.

불안함이 엄습했습니다.


왜 항상 안좋은 예감은 맞는 걸까요....


물이 황록색인 이유도 알았습니다. 바로 화장실로 뛰쳐가서 물을 버리고 펜촉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오마이갓... -_-;;;


펜촉이 녹으로 옷을 입었군요.....

반질반질 하길래 코팅이 되어있는 줄 알았는데, 펜사이와 펜대에 끼울때 생긴 흠집부분부터 녹이 번져있었습니다.

펜촉의 반이나 녹으로 뒤덥혀있더군요.


전 우선 출근을 해야기에 휴지로 물기를 닦고, 급한대로 드라이기로 말린 후 휴지로 싼 다음 책상에 올려놓고 나갔습니다.


하루종일 마음이 불안하고, 속상하고, 화가나고, 죄책감에... 이 맘 아시는 분 계실겁니다. ㅠ_ㅠ




오후에 집에 온 후 옷도 안갈아입고, 인터넷으로 녹 제거에 대해서 마구 검색했죠.

연마제, WD-40, 알류미늄호일, 베이킹파우더... 다양한 방법이 있었지만, 펜촉에 쓸만한 방법은 안보이네요.

여기 펜후드에서도 엄청 찾아보았는데, 약품을 쓰는 방법 등이나 만년필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A/S등)이라 그냥 구글에서 검색했습니다. 그러다가 토마토로 녹을 제거한다는 방법을 알게되었습니다.

밑져야 본전이고, 토마토때문에 펜촉이 망가질 거란 생각도 안들어서 냉장고를 보니 안먹고 냅둔 맛없는 방울 토마토들이 있었습니다. 일반 토마토가 아니어서 꺼림칙했지만, 바로 하나 꺼내서 펜촉들을 마구 찔러넣었습니다. 푹푹푹!!!


밥먹고나서 찔러놓은 펜촉을 꺼내서 손으로 문질러 보았습니다.


오호~ 신기하네요. 녹 냄새를 풍기면서 녹이 제거되는 겁니다. 코팅도 살아있네요.

한참을 문지르고 나니 100%는 아니지만 눈에 보이는 녹은 모두 제거했습니다.




아주 빈티지하게 변했습니다. 눈에는 잘 안보였는데, 카메라로 찍어서 보니 코팅도 죄다 벗겨졌군요 ㅠㅠ

비싼건 아니지만, 그동안 잘 써온거라서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맨 오른쪽이 Steno - 블루펌킨인데, 원래는 청동색으로 반짝반짝 오묘한 색깔을 보여주는데, 더 멋있어졌네요 ㅠㅠ

왼쪽 두개는 캘리그라피 펜촉인데, 펜 머리에 쓰고있는 모자(잉크를 모으는 역할)가 안벗겨져서 그 틈새의 녹은 녹을 전부 제거하지 못했네요. 면봉으로 마구 쑤셔주기만 했습니다. 누가보면 중세시대 수도승들이 쓰던 펜촉인줄 알 듯;;;;



시험삼아 써보았습니다. 캘리그라피 펜촉으로 쓰고, 모델은 Steno가....

다행이도 잘 써집니다. 그리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잉크가 더 잘먹습니다;;; 벗겨진 코팅때문이겠죠;;;


앞으로는 만년필도 물에 담궈서 못씻을 것 같아요.

그냥 흐르는 물에 씻어야죠;;; 속상하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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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뿌잉뿌잉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5.20 저도 이젠 담그고는 못씻을 것 같아요. 그런데 만년필을 흐르는 물에 씻으니까 끝도없이 잉크가 나와서;;;
  • 답댓글 작성자TheMarine | 작성시간 11.05.20 그렇지 않나요...-_-;; 저도 대략 한시간정도를 계속 컨버터 꽂은채로 물 넣었다뻇다해도 계속 잉크가 삐질삐질 나와서 나중에는 자포자기하는 맘으로(물에 담그면 안된다고 들었던건 알고있습니다만...) 넣어버렸지요...
  • 작성자동똘이 | 작성시간 11.05.21 브라우스 펜촉쓰시네요. 저도 필기용0.4잇엇어요. 캘리용은 성분이 다르나 녹이 스느눈요. 라미는 괘안아요 사파리 몇시간 감가놔도 말짱햇어요. ㅎㅎ
  • 답댓글 작성자뿌잉뿌잉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5.25 브라우스 펜촉 캘리랑 steno 둘다 녹슬었어요 ㅠㅠ 사파리는 괜찮은 것 같지만, 그래도 되도록이면 담궈서 씻는건 자주 안하려고요 ㅎ
  • 작성자박대포 | 작성시간 25.02.26 펜촉이야말로 제일 중요한 핵심 부품이 되는 것이죠. 귀중한 보물 다루듯 세척 또한 그렇게 잘 관리하여야 될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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