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stom 845 를 구입했습니다.
손이 다소 큰 편이기에, 그에 맞춰 크기 면에서는 대형기에 가까웠으면 좋겠고,
또 필기감 및 무게 면에서는 장시간 필기에 편한 펜을 고르다 보니 845 를 찾아 보게 되었습니다.
m800 을 두고 오래 고민했지만, 시필해보니 뒤쪽의 무게 중심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져서 일단 접어두었습니다.
상자는 크고 고급스러워 보였습니다.
선물 용으로 신경쓴 듯 한데, 대개 만년필을 선물할 땐 몽블랑을 하게 될테니 좀 안타깝네요;
m 닙으로 선택했습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세일러 레아로 f 닙이 생각보다 가늘게 나오고 있어서 다소 진한 펜을 써 보고 싶었습니다.
다만 845 m 닙에 대한 평은, 타사의 f 닙보다 얇을 정도로 세필이라는 말씀도 있고,
반대로 유럽 제조사들의 m 닙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굵게 나온다는 말씀도 있어서 고민을 했습니다.
같은 파이로트 15 호 닙이더라도, 823 등은 s 가 붙은 연성 계열이나, fm 닙 등 다양한 규격이 많던데,
845 는 f, m, b, bb 로 선택의 폭이 좁아서 아쉬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845 m 닙은 저에게 아주 적합한 굵기였습니다.
크기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습니다.
대형기의 시작이라 불리우는 m800 보다 약간 더 큰 만큼, 845 역시 대형기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을텐데,
만년필의 세계에 조예가 깊지 못한 저로서는, 그냥 평범한 크기의 만년필로 보였습니다;
캡을 뒤에 꽂았을 때의 길이는 165 mm 이고, 캡을 제외한 본체만의 길이는 132 mm 였습니다.
캡을 닫은 상태의 전체 길이는 145 mm 로, 흔히 쓰는 모나미 153 볼펜의 길이 145 mm 와 동일합니다.
물론 그립부의 굵기는 차이가 크겠지만, 그렇다고 손이 작은 분에게 불편할 정도는 아닙니다.
845 에 내장된 con-70 컨버터 (아래) 는 기존 con-70 과 다른 레어 아이템이라기에,
일부러 일반 con-70 을 사용하려고 따로 하나 더 구매해 두었습니다.
보시는대로 색상이 다르지만, 부피와 길이는 동일한 제품입니다.
con-70 는 거품이 많이 들어가고, 제대로 꽉 차지 않는다는 평도 있었지만,
닙을 잉크에 담근 후, 직각으로 세워서 버튼을 끝까지 서너번 누르니 거품 없이 잉크가 가득 차올랐습니다.
1 ml 가량 들어간다고 하는데, 간편하고 효율적인 방식이라 생각합니다.
투톤 닙은 잘 정돈된듯한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브랜드만의 특색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지만, 이는 일제 펜들이 대개 그렇기에 별 생각은 없습니다.
가운데 은색 부분이 아래로 죽 이어지지 않고 도중에 끝나는 점이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직접 받아보니 꽤 괜찮아 보였습니다. 제 펜이 되서 그런지 관대해진 걸까요;
측면의 모습입니다.
그간 dslr 을 쓰면서 렌즈 지름신을 잘 참아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만년필 등의 소품을 찍다 보니 매크로 렌즈가 자꾸 아른거립니다.
최소초점거리가 확 줄어든다면 속이 다 시원해질 것 같습니다;
일단 아쉬운대로, 50mm 단렌즈를 뒤집어서 루페 대용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렇게 닙의 상단을 확대하여 촬영한 모습입니다.
뒤집어서 찍었습니다.
자세히 확인하진 못했지만, 얼핏 보기에 닙의 균형은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다만 아직은 가끔 헛발질이 나오는데, 긁히는 느낌은 없는 것으로 보아 길들이면 나아질 듯 합니다.
측면에서 찍었습니다.
ef, f 닙만 쓰다가 m 닙을 보니 이리듐이 굉장히 큼직하게 느껴집니다.
물방울처럼 닙 끝에 맺혀 있는 모양이 마음에 듭니다.
캡을 뒤집어서 확대했습니다.
물방울 클립을 처음 보았을 때는 굉장히 어색하게 느껴졌는데, 자꾸 보다 보니 좋아집니다.
캡의 안쪽에는 몸체 뒤에 꽂았을 때 스크래치가 생기지 않도록 발포 스펀지 비슷한 재질이 덧대어져 있습니다.
옻칠도 모서리까지 꼼꼼하게 되어 있어서, 일제다운 세심한 배려가 느껴집니다.
캡을 잠글 때도 묵직하고 부드럽게 닫히는 느낌이 괜찮습니다.
다만 링에 새겨진 별 세개는, 무슨 드래곤볼도 아닐텐데 이해하기 힘든 센스입니다;
손에 쥔 모습을 찍었습니다.
캡을 뒤에 씌워도 큰 무리는 없지만, 장시간 필기시엔 피로가 오리라 생각합니다.
캡을 제거하면. 대형기 치고 무척 가볍게 느껴져서 무리가 없습니다.
옻칠의 촉감은 미묘하지만 좋았습니다.
혼자 상상했던 대로 환상적이라거나, 기존 코팅과 격을 달리하는 압도적인 무언가까지는 아니고,
왠지 달콤한 느낌의 매끄러움인데, 어린 시절 먹었던 겉이 코팅된 알약 형태의 감기약이 떠오릅니다;
에보나이트 배럴 덕분에 추운 곳에서 만년필을 잡아도, 그리 차갑지 않아서 편했습니다.
세일러 프로페셔널 기어 레아로를 놓고 같이 찍었습니다.
845 의 닙은 그립부로부터 23 mm 정도 돌출되었고, 레아로는 21 mm 가량 돌출되어 있었습니다.
2 mm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845 의 닙이 확연히 더 크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균형을 해할 정도의 대형 닙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그저 적당한 비율인 듯 합니다.
캡을 씌운 모습입니다.
개인적으로 흑색에 은장을 좋아하는데, 어쩌다 보니 금장 제품들만 가지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막연한 소망인 펠리칸 m1000 을 구입하게 된다면, 은장의 m1050 을 구입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왠지 펠리칸이라면 그린 스트라이프를 구해야 할 것 같고...
구하게 될 날이 올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데, 벌써부터 고민이 되네요-_-
글씨 굵기가 어느 정도인지 이해를 돕기 위한 비교 샷입니다.
가장 위의 하이테크는 눈이 피로할 정도로 가느다랗기에, 주로 조그맣게 부기할 때나, 다이어리에 쓰게 됩니다.
레아로 f 닙은 평소 필기할 때 적당한 크기이기에 주로 사용하고 있고,
모나미 153 은 잉크의 진함이 덜하지만, 굵기 자체는 미세하게 레아로 f 닙보다 두껍습니다.
제트스트림은 1.0 mm 임에도 세필도 할 수 있는 굵기로,
비법대 시험 과목에서 갱지가 시험지로 나왔을 때, 서예에 대한 우려 없이 마음놓고 활용할 수 있겠습니다.
845 는 고시펜으로 많이 활용되는 사라사나 에너겔 0.7 mm 와 거의 동일한 굵기입니다.
교수님들이 보시기에 선명한 수준의 크기로 글씨를 쓸 수 있어서 제 목적에 부합합니다.
또한 사라사와 에너겔은 필감이 무척 미끌거려, 속필에 유리하나 글자 모양에 신경쓰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레파스처럼 부드러운 필감의 845 m 닙은 제가 바라던 이상적인 필기구에 가깝습니다.
현재까지는 사용감이 무척 좋습니다.
'ㅅ' 이나 'ㅇ' 을 쓸 때 가끔 헛발질이 나는 듯 합니다만, 계속해서 길들이면 나아질 듯 합니다.
길들인다는 것은, 단지 펜이 주인의 필기 습관에 맞춰진다는 의미 이외에도,
주인이 펜의 특성에 적응해 간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기에,
생각치도 못한 845 의 장점들을 더욱 더 발견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결론적으로, 아니 아직 결론을 내리기엔 사용 기간이 무척 짧습니다만,
어쨌든 이번 글의 결론을 짓자면 무척 만족스러운 펜입니다.
가격대 성능비로 평가했던 일제 펜 치고 높은 가격이라 구입을 오랫동안 망설였지만,
또한 뜻밖의 행운으로 총알이 비축되지 않았다면 아직도 망설이고 있을 펜이지만,
이렇게 구입하고 나니, 들어간 비용은 전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좋습니다.
다만 저는 고급 펜 사용 경력이 거의 없는 입문자에 지나지 않으므로 적절히 필터링을 거쳐주셨으면 합니다;
아무튼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은 크기이면서도, 만년필 중에서는 손 맛이 좋은 대형기에 속하고,
에보나이트 소재로 크기에 비해 가벼우며, 옻칠로 마무리를 하여 광택 및 촉감이 오랫동안 유지된다는 점,
배럴과 균형이 잘 어우러지는 적당한 크기의 닙은, 부드러운 필기감을 지녀 글을 쓰는 즐거움을 준다는 점,
일제다운 꼼꼼함과 세심한 배려로 완성도 면에서 만족감이 높다는 점 등을 살펴보면, 참 장점이 많은 펜입니다.
내 자신이 이 펜의 주인이 될 만한 자격이 있는 것인가에 대한 괴로움을 자아낸다는 점과 가격 정도가 단점일까요;
오랫동안 함께하여 나만의 펜으로 거듭나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snorkel 작성시간 10.12.26 글과 사진 모두 멋집니다.
-
답댓글 작성자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0.12.26 댓글 감사드립니다 ^^
-
작성자MOONG 작성시간 11.01.07 정작 손은 하나인데 사고 싶은 펜들은 많아지는군요. 멋지고 깔끔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사진도 정말 깨끗하고 좋네요. 저도 대형기를 좋아해서 대형기로 분류되는 몽블랑 149, 오마스 파라곤,파카 듀오센티니얼과 더불어 이녀석이 탐났었는데... 덕분에 어느새 오셔서 옆에 계신 지름신과 눈이 맞았습니다.ㅎㅎㅎ(저번에 문전박대했는데도 용케 다시 오시는군요..)
-
답댓글 작성자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1.01.12 댓글 감사합니다 ㅎㅎ 대형기들에 대한 지름신이 자꾸 커져서 걱정입니다. 몽블랑과 오마스, 펠리칸 등은 어찌어찌 겨우 떼어넸는데, 요즘엔 나카야의 오너메이드 펜들이 계속 아른거리네요 ㅠ
-
작성자최시영 작성시간 14.02.08 저도 대형기를 하나 드릴려고 고민 중인 사람입니다. 이놈하고 새로 나온 enju 중에 고민 중인데요. 몽블랑 EF nib하고 비슷한 굵기를 원한다면 F nib이 가까울까요? 아님 M nib이 가까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