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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위계질서와 정치: 끝없는 이야기

작성자phantom|작성시간26.06.20|조회수22 목록 댓글 0

 

#코라흐

위계질서와 정치: 끝없는 이야기

 

이는 전형적인 권력 다툼이었다. 이 사건이 왕실, 의회 회의, 혹은 권력의 중심지에서 벌어지는 흔한 드라마들과 달랐던 유일한 점은, 그 무대가 네덜란드 아른헴의 버거스 동물원이었고, 주인공들이 수컷 침팬지들이었다는 사실뿐이었다.

 

프란스 드 발(Frans de Waal)의 저서 『침팬지 정치학』(Chimpanzee Politics)은 당연히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이 책에서 그는 한동안 지배적인 세력이었던 알파 수컷 예로엔이 젊은 도전자 루이트로부터 점점 더 큰 도전을 받게 된 과정을 묘사한다. 루이트는 혼자서는 예로엔을 몰아낼 수 없었기에, 또 다른 젊은 경쟁자인 니키와 동맹을 맺었다. 결국 루이트는 성공했고 예로엔은 축출되었다.

 

루이트는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했다. 그는 무리 내부의 평화를 유지하는 데 능숙했다. 그는 약자를 옹호했고, 그 결과 널리 존경을 받았다. 암컷들은 그의 리더십을 인정했고, 언제나 기꺼이 그를 손질해 주며 자신의 새끼들과 놀게 했다. 예로엔은 루이트에게 대항해 얻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이미 다시 알파 수컷이 되기에는 너무 늙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로엔은 젊은 니키와 힘을 합치기로 결심했다. 어느 날 밤, 그들은 루이트가 방심한 틈을 타 그를 죽였다. 축출당했던 알파 수컷은 복수를 한 것이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피르케이 아보트』(2:7)에 나오는 힐렐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는 물 위에 떠 있는 해골을 보고 말하였다. ‘네가 다른 이들을 물에 빠뜨렸기에 너도 물에 빠진 것이니, 너를 물에 빠뜨린 자들도 결국 물에 빠질 것이다.’”

 

사실 침팬지들 사이의 권력 다툼은 너무나도 인간적이어서, 1995년 공화당 하원의장 뉴트 깅리치는 젊은 공화당 의원들에게 읽을 것을 권하는 25권의 책 목록에 드 발의 저서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코라흐(קרח)는 같은 마키아벨리식 정치 학교의 졸업생이었다. 그는 세 가지 기본 원칙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첫째, 포퓰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사람들의 불만을 자극하고, 마치 현 지도자에 맞서 그들 편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해야 한다. “너희는 너무 지나쳤다!” 그는 모쉐와 아하론에게 말했다. “온 회중이 거룩하니, 그들 모두가 그러하며, 주님께서 그들과 함께 계신다. 그런데 어찌하여 너희는 주님의 회중 위에 자신을 두느냐?”

 

둘째, 동맹을 모아야 한다. 코라흐 자신은 레위인이었다. 그의 불만은 모쉐가 자신의 형 아하론을 대제사장으로 임명했다는 점이었다. 그는 모쉐의 사촌이자—모쉐와 아하론의 아버지 암람의 형 이쯔하르의 아들로서—그 자리가 자신에게 돌아갔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분명하다. 그는 두 지도자 직책이 모두 같은 씨족 내의 한 가문에 돌아간 것이 불공평하다고 여겼다.

 

코라흐는 자신의 지파 내에서 큰 지지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다른 레위인들은 아하론을 축출한다고 해서 얻을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두 개의 불만 세력, 즉 르우벤 지파의 다단과 아비람, 그리고 “공동체 내에서 지위가 높고, 회중의 대표이며, 명망 있는 이스라엘 사람 250명”을 동맹으로 삼았다.

 

르우벤 지파 사람들은 야아콥의 장자 후손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지도자 역할을 맡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었다. 이븐 에즈라에 따르면, 그 250명의 "지위 높은 자들"은 금송아지 사건 이후 지도권이 각 지파의 장자에서 레위 지파 한 지파로 넘어간 것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들의 불만은 서로 달랐고 모두 충족될 수 없었기에, 이 반란은 결국 실패할 운명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이 불경한 동맹을 막지는 못했다. 원한을 품은 사람들은 자신만의 건설적인 행동 계획보다는 현 지도자를 축출하는 데 더 집착한다.

 

"증오는 이성을 무너뜨린다"고 현자들은 말했다. 상처받은 자존심, 즉 명예가 그 사람이 아니라 자신에게 돌아갔어야 한다는 느낌은 인류가 지구에 존재해 온 이래로 파괴적이고 자멸적인 행동으로 이어져 왔다.

 

셋째, 축출하려는 대상이 취약한 순간을 선택하라. 람반은 코라흐의 반란이 정탐꾼 사건과 그에 따른 '다음 세대가 될 때까지 백성이 그 땅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판결 직후에 일어났다고 지적한다. 이스라엘 백성이 아무리 불만을 품고 있었더라도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느끼는 한, 백성을 반란으로 이끌 현실적인 기회는 없었다.

 

오직 그들이 요단을 건널 때까지 살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반란이 가능해졌다. 백성에게는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인간과 침팬지의 정치성을 비교하는 것은 결코 가볍게 하는 말이 아니다. 유대교는 오랫동안 호모 사피엔스가 『조하르』에서 말하는 ‘네페쉬 하-베하미트(נפש הבהמית: 동물적 영혼)’와 ‘네페쉬 하-엘로키트(נפש האלקית: 신성한 영혼)’가 혼합된 존재임을 이해해 왔다. 우리는 육체를 벗어난 정신체만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육체적 욕구가 있으며, 이는 우리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세 가지 시스템을 이야기한다. 가장 원초적인 싸움 또는 도피 반응을 일으키는 '파충류 뇌', 사회적이고 감정적이며 위계질서에 민감한 '원숭이 뇌', 그리고 느리고 사려 깊으며 대안적 행동의 결과를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인간 뇌인 전전두엽 피질이다.

 

이는 유대인들을 비롯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등 다른 이들이 오랫동안 알고 있던 사실을 확인해 준다. 인간의 자유라는 드라마는 바로 이 시스템들 간의 긴장과 상호작용을 통해 펼쳐진다.

 

프란스 드 발은 그의 최신 저서에서 "침팬지 사회에서는 위계질서가 모든 것에 스며들어 있다"고 지적한다. 암컷들 사이에서는 이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수컷들 사이에서는 "권력은 언제나 쟁취해야 할 대상"이다. 권력은 "싸워서 얻어야 하며, 경쟁자들로부터 질투심에 차서 지켜내야 한다." 수컷 침팬지들은 "아부하고 음모를 꾸미는 마키아벨리주의자들"이다. 문제는, 우리도 그런가 하는 점이다.

 

이것은 사소한 질문이 아니다. 인류의 미래가 있다면, 이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질문일지도 모른다. 인류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초기 인류인 수렵채집인들이 대체로 평등주의적이었다는 데 동의한다. 집단 내에서 모든 구성원은 각자 맡은 역할이 있었다. 그들의 주된 임무는 생존하고, 식량을 구하며, 포식자를 피하는 것이었다. 축적된 부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농업, 도시, 무역이 발달하면서 비로소 계층 구조가 인간 사회를 지배하게 되었다. 대개 절대적인 지도자, 통치하는 (문맹을 벗어난) 계급, 그리고 거대한 건축 프로젝트의 노동력이나 제국군의 병력으로 동원되는 대중이 존재했다. 유대교는 바로 이러한 구조에 대한 저항으로 세상에 등장했다.

 

우리는 토라의 첫 장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그곳에서 하나님은 자신의 형상과 모양대로 인간을 창조하셨으며, 이는 우리 모두가 동등하게 신성의 일부임을 의미한다. 현인들은 왜 인간이 홀로 창조되었는지 물었다. “아무도 ‘내 조상들이 네 조상들보다 위대하다’라고 말할 수 없게 하려 함이다.” 모쉐가 여호수아에게 한 말에서도 이러한 평등주의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주님의 모든 백성이 예언자가 되어 주님께서 그들에게 성령을 부어 주시기를 바라노라.“

 

그러나 채식주의, 노예제 폐지, 일부일처제 도입 등 토라의 많은 이상들이 그러했듯이, 평등주의 역시 하룻밤 사이에 실현될 수 없었다. 수세기와 수천 년이 걸렸으며, 여러 면에서 아직 완전히 달성되지는 못했다.

 

성경 시대의 이스라엘에는 두 가지 위계적 구조가 존재했다. 왕들이 있었고, 제사장들이 있었으며, 그중에는 대제사장도 있었다. 이 두 구조는 모두 위기를 겪은 후에 도입되었다. ‘사사’들의 통치가 실패한 후 군주제가, 금송아지 우상 숭배 사건 이후 레위인과 아하론 가문의 제사장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두 구조 모두 필연적으로 긴장과 분열을 초래했다.

 

성경 속 이스라엘은 단 세 대의 왕이 통치하는 통합 왕국으로만 존속하다가 두 나라로 분열되었다. 제사장 제도는 제 2성전 후기 분열의 주요 원인이 되었으며, 사두개인, 보에투스파, 그리고 그 외 세력 간의 종파적 분열로 이어졌다. 코라흐의 이야기가 그 이유를 설명해 준다. 위계질서가 있는 곳에는 누가 우두머리가 될지에 대한 경쟁이 따르기 마련이다.

 

계급 구조는 모든 선진 문명의 피할 수 없는 특징인가? 마이모니데스는 그렇다고 말하는 듯하다. 그에게 군주제는 단순한 타협이 아니라 긍정적인 제도였다. 아바르바넬은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의 저술에는 이상적인 세상에서는 그 누구도 다른 이를 지배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던 유토피아적 무정부주의자였음을 시사하는 구절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 각자는 오직 하나님의 주권만을 인정할 것이다.

 

코라흐의 이야기와 프란스 드 발이 제시한 침팬지 버전의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를 종합해 보면, 계급 구조가 존재하는 곳에는 알파 수컷이 되기 위한 투쟁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 결과는 토마스 홉스가 “죽음으로만 끝나는, 권력을 향한 끝없이 쉼 없는 욕망(a perpetual and restless desire of power after power, that ceaseth only in death)”이라고 표현한 것과 같다.

 

바로 그 때문에 랍비들은 왕권이나 사제직과 같은 위계적인 왕관이 아니라, 그것을 추구하는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비위계적인 토라의 왕관에 주목했다. 여기에서 경쟁은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고 지혜의 증진으로 이어지며, 하늘조차도 현자들이 서로 의견이 다른 것을 보고 “이쪽 말도 저쪽 말도 살아 계신 하나님의 말씀이다”라고 말한다. (Eruvin 13b; Gittin 6b.)

 

코라흐의 이야기는 모든 세대에 걸쳐 반복된다. 이에 대한 해독제는 권력이 아닌 진리를 추구하며, 신성한 대화 속의 목소리로서 모든 이를 동등하게 존중하는 토라 연구라는 대안적 세계에 매일 몰입하는 것이다.

 

참고>

프란스 드 발(Frans de Waal, 1948년 – 2024년)은 네덜란드계 미국인 영장류학자 이자 동물행동학자. 《 침팬지 정치》 (1982)와 《우리의 내면의 유인원》 (2005) 을 비롯한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 넷플릭스 미국 정치 스릴러 TV 시리즈.

토머스 홉스(Thomas Hobbes, 1588년 ~ 1679년): 잉글랜드 왕국의 정치철학자이자 최초의 민주적 사회계약론자이다. 서구 근대정치철학의 토대를 마련한 책 《리바이어던》(1651)의 저자.

 

By Rabbi Lord Jonathan Sa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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