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단 <상응부경전>
여기 두 묶음의 갈대단이 있다고 하자. 이 갈대단들은 서로 의지하고 있을 때 는 서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두개의 갈대단 중에서 어느 하나를 치워버리 면 다른 갈대단도 쓰러지고 만다.
이와 같이 네가 있으므로 내가 있고, 내가 있으므로 네가 있다.
이 내용은 누구나 알고 있는 불교의 핵심사상인 연기법緣起法을 함축하고 있는 부분이다.
연기법은 다름 아닌 공존과 조화의 법칙을 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역할,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상의적相依的 구조를 밝히고 있는 법문이다.
이 사회는 각자의 능력과 재주가 그물처럼 짜여 있고, 인연과 인정이 통발처럼 이루어져 있는 거대한 네트워크와 같다.
그래서 각자가 서로 서로 도움을 받는 하나의 관계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호보완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으면 아만과 독단이 삶을 지배하기 쉽다.
숲의 나무들이 서로 다투지 않듯이 서로의 역할에 충실한다면 조화로운 관계가 유지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러한 질서는 흔들리고 만다. 자연과 인간의 관례도 다르지 않다.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논리 때문에 공멸할 위기에 서 있다.
앞으로 모두가 공생의 길을 모색하고 이러한 관계성 회복에 앞장 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데,
역시 그 해답의 목소리는 종교 안에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세계 여러 곳에는 신의 이름으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종교간에 투쟁과 갈등이 주는 피해자는 결국 우리들 자신이라는 사실이다.
남을 굴복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다치는 구조적 모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화해는 상호 존중하는 마음과 자세를 자기 안에서 키우는 일이다.
신의 영역 안에서 형성되는 종교적 독선을 몰아낼때 종교적 공존이 가능하다.
그리고 종교간의 공존과 화해 분위기는 사회적인 화합과 맞물린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지도자들 스스로가 종교적 편견을 바꾸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