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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무철의 사진

어느 날 저녁 - 이상국

작성자무철|작성시간26.06.09|조회수23 목록 댓글 0

 

어느 날 저녁

이상국

 

마트에서 돌아오는데

간지럼 혹은 무슨 즐거움 같은 게

나를 슬쩍 건드리고 지나간다

비닐봉지에 든 맥주였을까

저만치 가는 여자의 단발머리일까

하여튼 집으로 돌아오는데

수줍은 듯한 어둠도 그랬지만

서늘한 가로등도 나를 아는 것 같았다

이런 적이 별로 없었다

나는 늘 저녁의 골목을

집 나갔다 오는 아이처럼

고개를 숙이고 돌아오고는 했는데

오늘은 달랐다

차오르는 어둠에 아무렇게나 몸을 적신 나를

무슨 희망 같은 게

물고기처럼 툭 치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그때 골목길에는 나밖에 없었고

소년처럼 반바지를 입은데다

비닐봉지를 든 나를 그렇게 건드리고 간 것은

아무래도 나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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