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 후 현재 대학원에 재학 중인 박이수 원우님께서
광주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당선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당선소감
스터디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베란다 창 커튼을 걷어놓은 채였어요. 거세게 부는 바람으로 온갖 사물이 흔들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소설을 공부하려고 문학회를 처음 찾던 날도 날씨가 꼭 오늘 같았습니다.
“오늘 날씨 참 소설적이죠?” 선생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소설은 정말 짓궂은 날씨 같아요.
해와 구름과 빗방울이 눈앞을 흐려놓기고 하고 때론 부시게도 합니다.
겨우 70매 정도의 단편을 쓰는 동안에도 먹구름처럼 어두워졌다가 번개처럼 번쩍거리기도 하니까요.
쓰고 있는 소설을 완성할 수 있을까, 늘 의심스러웠습니다.
응모한 사실조차 깜빡하고 있었는데, 당선소식을 접했다는 당선자들의 소감을 읽을 때면 믿기지 않았습니다.
목을 빼고 기다렸던 날들이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그 말들을 이제야 믿게 되네요. 정말 저도 깜빡, 하고 있었거든요.
당선소식을 듣고 나서 읽고 있던 책을 두어 문장 소리 내어 읽다보니 비로소 실감이 나며 목이 젖어왔습니다.
이제 소설을 써도 된다는 허락을 얻었다는 것이 너무 기쁩니다.
광주대에서 소설을 가르치시는 이화경 교수님, 이기호 교수님 그리고 신덕룡 교수님,
문예창작과 교수님들 감사합니다.
생오지에 계시는 문순태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아직도 저에게 넉넉한 그늘이 되어주시는 부모님 감사합니다. 멀리서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만세형 고마워요.
꿍꿍이 문우들과도 이 기쁨을 함께 하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미흡한 제 글을 끝까지 읽어주시고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심사평
- 소설가 전경린
"소설 자체의 힘과 필연성 느껴져..."
‘컨테이너’와 ‘문신’을 두고 고민이 좀 길었다. ‘컨테이너’는 세상의 커튼을 걷으면 보이게 되는 힘의 비극적인 균형을 불우함에 대한 연민 없이, 의미 부여도 없이 있는 그대로 하드보일드하게 그려냈다. 추악하고 어둡고 아픈 삶의 이야기지만 소설 자체의 힘과 필연성으로 인해 한순간 풍경의 아름다움으로 전도되면서 당혹감을 준다.
‘문신’은 타인의 폭력으로 인한 수동적인 상처 위에 적극적인 상처를 스스로 새겨 넣어 삶의 무늬로 관리해가는 치유의 가능성을 탐문하고 있다. 담담하고 잔잔한 문체로 집중력 있게 주제를 쫓아 의미에 도달했고 소설적 요건도 충실하게 갖춘 작품이다. 하지만 거꾸로 말하면 구조가 전형적이고 계산된 작위성이 드러나며 결말이 허약하다.
‘컨테이너’의 경우도 장애자가 의지하는 사람에게 교환적인 성 착취를 당하는 소설의 구조가 낯익고 결말이 허황하게 열려있는 듯해 망설였다. 그러나 결말이 불안정하다기 보다는 첫 문장과 조응하며 다음 연작을 향해 흘러가는 느낌이다. 이 탄탄한 문체와 거리의 낮은 곳을 조망하는 중립적인 시선이 세상의 연약하고 사소한 개연성들을 어떤 강렬한 그림으로 그려 우리 삶에 선사할 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