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이 불구속판정을 받았습니다.
많은 국민들의 공분을 샀고 불구속 사유에 대해서 이런 저런 비판들이
각종 시민단체들 뿐아니라 법조계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이 불구속 사유를 도대체 이해하지 못하는 축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일단 중요한 것은 이재용이 불구속 되었다는게 면죄부를 받은 것은 아니란 점입니다.
이쯤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에 있어서 뭐가 문제가 되는 건지 팩트를 중심으로
정리를 한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개인적인 견해를 밝힙니다.
<이 합병은 치밀한 계획하에 진행된 설계이며
나중의 합병 의결때의 문제가 아니라 계획의 수립단계에서부터 이재용과 국민연금의 합작으로
탄생된 결과물이라는 것이 저의 견해입니다.>
먼저 팩트를 살펴봅니다.
지난해 1월 2일부터 같은 해 5월 22일까지 건설업종 주가는 28.7% 상승했다. 이 기간 삼성물산 주가는 8.9% 하락했다.
국민연금은 이때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 주식 294만2002주를 매도했다. 합병 계획이 발표된 후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결정(7월 10일)이 있기 일주일 전인 7월 3일까지는 삼성물산 주식 376만4692주를 다시 매수했다.
[출처] 이투데이: http://www.etoday.co.kr/news/section/newsview.php?idxno=1424735#csidx0854baabc77f4d7a22631d721d34211 
일단 위의 사실은 움직일 수 없는 팩트입니다.
누군가의 증언, 정황증거등이 아니라 매매과정에서 드러나있는 팩트입니다.
그런데 제가 볼때 무엇보다도 중요한 팩트이고 이것이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자, 그럼 이 팩트를 기반으로 한편의 소설을 써보겠습니다.
이건희회장이 쓰러지고 나서 이재용은 삼성의 지배구조를 자신을 중심으로
빠른 시간내에 개편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합니다.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를 위해서는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을 확보해야하는데
삼성전자의 지분을 이재용 개인의 자금으로 확충하는 것은 불가능의 영역이고
삼성전자의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삼성생명(7.21%,2014년12월 31일 결산기준)과 삼성물산(4.06%,2014년 12월 31일 결산기준)에 대해
지분정리를 통해 장악력을 확고히 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재용이
삼성생명에 대한 직접적인 지배는 제일모직(구 에버랜드)을 통해 충분히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제일모직 삼성생명 지분율 19.34%,이건희 삼성생명 지분율 20.76% 2014.12.31.결산기준)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은 직접적 연결고리가 약하다는 데 있었습니다.
게다가 제일모직은 삼성가의 지분율이 52.24%에 달해 지배력이 확고하지만,
삼성물산은 삼성계열의 지분율이 다 합해도 13.86%밖에 안되어서 지배구조 자체가 취약하고
이재용 개인의 지분은 전혀 없다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문제를 한 큐에 풀어버리는 신의 한수가 등장합니다.
바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그것입니다.
자, 그럼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입니다.
합병시 합병비율을 최대한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산정하는 것입니다.
그럼 어떤 작업이 필요할까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다 상장사이기때문에 합병가치 산정전에 무엇보다
제일모직의 주가를 높게 유지하고 삼성물산의 주가는 낮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국민연금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의 주식을 2014년 12월 31일 기준 13.15%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 국민연금이 2015년 들어 1월부터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기 시작합니다.
같은해 5월 22일까지 삼성물산 주식 294만2002주를 시장에 내다 팝니다.
절대적인 금액으로도 15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한 종목에서 한 주체가 매도하는 것인데다가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단일주체로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매도하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대체 이 국민연금이 얼마나 팔려고 하는 것인지 왜 파는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큰 손이나 기관투자자가 보기에는 이 종목에 매수버튼이 쉽게 눌러질까요?
바로 이 여파로 삼성물산의 주가는 여타건설주들에 비해 심한 언더퍼폼을 기록합니다.(28.7%상승 vs 8.9%하락)
이런 상황에서 2015년 5월 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결정을 공시합니다.
합병비율은 이미 낮아진 삼성물산의 시가를 기준으로 산정되었기 때문에 삼성물산에 형편없이 불리합니다.
( 합병을 위한 이사회결의일(2015년 5월 26일)과 합병계약을 체결한 날(2015년 5월 26일) 중
앞서는 날의 전일을 기산일(2015년 5월 25일)로 최근 1개월간의 거래량 가중산술평균종가,
최근 1주일간의 거래량 가중산술평균종가, 최근일의 종가를 산술평균한 가액으로 기준가액을 산정 후
할인 또는 할증없이 그대로 적용함 --- 삼성물산 합병결정 공시문 중에서 인용)
이제 합병을 위한 절차 중에서 남은 것은 합병에 반대하는 주식수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국민연금은 찬성표를 던질 것이고, 문제는 일반 주주들입니다.
이 일반주주들의 합병반대표를 막기위해서 국민연금이 다시 등장합니다.
이번에는 거꾸로 삼성물산의 주가를 올리는 것입니다. 이유는?
상장사들끼리 합병을 하게 되면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에게는 매수청구권이라는 것이 생깁니다.
난 합병에 반대하니 내 주식을 회사가 사라. 이게 매수청구권인데
삼성물산의 경우는 이 매수청구권의 행사가격이 57,234원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이 가격보다 주가가 낮게 유지되는 경우는 일반주주들은 합병에 반대표를 던지고 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게 됩니다.
따라서, 합병이 성사되기 위해서는(즉, 반대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삼성물산의 가격을 이 가격보다 높게 유지해야만 하는 필요가 생기게 됩니다.
여기에서 국민연금이 등장하는 겁니다.
<합병 계획이 발표된 후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결정(7월 10일)이 있기 일주일 전인 7월 3일까지는
삼성물산 주식 376만4692주를 다시 매수했다>
아니 합병비율이 낮게 나온 회사의 주식을 갑자기 마구 사들인다????
이 황당한 상황에 대해 국민연금은 다음과 같은 해명을 내놓습니다.
합병 부결 시 지분경쟁으로 인해 삼성물산의 일시적 가격 급등이 예상돼 삼성물산을 매수했다.
그러면서 SK와 소버린 사태때 SK주가가 528%급등했었다는 것을 근거자료로 제시합니다.
헐, 여러분이 만일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큰 손투자가라면 어떻게 하실건가요?
당연히 많이 가지고 있는 주식의 급등을 위해서(그것도 500%라는....) 합병에 반대표를 던지지 않으시겠습니까?
하지만 실제 국민연금은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바로 이점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주식매수의 실제 이유와 목적이 명백히 밝혀집니다.
삼성물산의 가격을 매수청구권위로 유지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작업의 결과 2015년7월 17일 임시주총에서 합병은 원안대로 승인가결되었습니다.
기획단계에서부터 한 편의 잘 짜여진 금융 드라마...
이 드라마는 합병의결때 갑자기 국민연금이 청와대의 압박과 지시를 받고 자신의 의지에 어긋나게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 아니라 합병작업의 기획단계에부터 개입되어 있을 것이 분명해보인다는 냄새를
너무나도 짙게 풍깁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재용과 박근혜의 독대가 합병결정 한달 뒤에 있었네 뭐네 하는 것은 본질이 아니게 됩니다.
오히려 이 모든 과정의 처음부터 함께 공모했고 그런 작업에 따라 합병이 성사된 후
삼성이 그 뒤의 절차(약속된 댓가의 제공)를 신속하게 밟아나가지 않자 불러서 질책한 것이
바로 독대의 의미가 되는 것이고,
이렇게 보아야 비로소 전체 그림이 확실하게 머리속에 들어오게 되는 것입니다.
국민의 소중한 돈이 모인 국민연금이 더 이상 이런 몇몇 특권층의 사리사욕에 이용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 합병건은 정말 제대로 다루어져야만 합니다.
이재용씨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그리고 그게 받아들여짐으로써
우리나라가 이 징한 정경유착 재벌유착에서 벗어나는 큰 한걸음이 제대로 놓여지게 되길
바라고 또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