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편지를 쓰다가
가슴 앓던 해묵은 이야기를 써 놓고도
당신들의 향기를
마음속에 묻어 두기엔 너무 안타까워
가슴밖으로 내뱉아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처럼
밀려 오는 그리움을 담아
사진도 한장 넣어
편지 봉투에 우표를 부쳐 보았오
보여주고 들려 주려 해도
주소도 없고
우편번호도 없는 당신...
부칠 곳이 없어
다시 가슴에 넣으려 하오.
한 번 흘러가면
다시 오지 않을 덧없는 세월에 마음까지 따라가지 말자.
세월은 언제나 우리의 삶에 무거운 짐만 싣고 오지 않았던가...
무거운 짐 빨리 벗어 버리려 애쓰지 말자.
세월은
우리 곁을 떠나갈 때도 그 무게를 짊어지고 가지 않던가...
무엇을 얻고 잃었는가를 굳이 되새김 할 필요는 없다.
이룬 것도 없이 나이 한 살 더 늘어났다고 책망하지 말자.
욕심은 끝 없는 갈망일 뿐
무심하게 흐르는 세월에 마음을 뺏기지 말고
훈훈한 마음으로 세월을 이끌어 가고자 합니다.
비목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양지 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 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혔네
궁노루산 울림 달빛 타고 달빛 타고 흐르는 밤
홀로 선 적막감에 울어 지친 울어 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퍼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