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암 체제공의 관악산 유람은 그가 존경하던 미수 허목이 일찍이 83세 때 관악산 주봉 연주대를 올랐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뒤를 따라 오르고자 했다는 계기에서 시작됐다. 허목은 조선 중기 학자 겸 문신으로, 퇴계와 한강의 학통을 이어받아 성호에게 연결함으로써 기호 남인이자 근기 실학파의 선구가 되었던 인물이다. 전서(篆書) 필체에 독보적 경지를 이루어 지금도 주요 문화유적 곳곳에서 그의 필체가 담긴 현판과 비문을 접할 수 있다. 무엇보다 미수는 그의 호에서 볼 수 있듯, 신선과 같은 풍모를 지닌 인물이다. 그토록 존경하던 미수가 83세의 고령에 험준한 관악산을 날아오르듯 올랐다는 이야기를 접한 번암이 이 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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