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협에 새바람을, 문인에게 자긍심을”
제29대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선거 출사표 던진 장호병 부이사장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가 제29대 이사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4년간 한국문협을 이끌 새로운 집행부를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서 수필가 장호병 현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이 ‘새바람’을 내걸고 출사표를 던졌다.
장호병 부이사장은 지난 7월 대전에서 ‘새바람, 한국문협29’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선거 행보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변화와 개혁’이라는 표현도 검토했지만, 선거가 갈등과 편 가르기의 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보다 부드럽고 포용적인 의미의 ‘새바람’을 선택했다.
그가 말하는 새바람은 단순히 사람을 바꾸자는 구호가 아니다. 회원이 중심이 되는 협회, 중앙과 지역이 함께 움직이는 협회, 문인의 창작 활동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협회로 한 단계 나아가자는 제안이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대구문인협회장과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을 역임하면서 행정과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출판 현장을 오랫동안 지켜온 출판인이기도 하다. 문학 창작과 문단 행정, 출판 현장을 두루 경험했다는 점이 그의 강점으로 꼽힌다.
제29대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에 도전하는 장호병 부이사장을 만나 출마 이유와 그가 그리고 있는 한국문협의 미래를 들어봤다.
Q. 제29대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선거에 출마를 결심하셨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무엇입니까.
“오랜 시간 문학 현장에 있으면서 한국문인협회가 우리 문인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울타리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협회 안에서 여러 역할을 맡으며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습니다. 이제는 그 경험을 회원들을 위해 돌려드려야 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문협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대한민국 대표 문인단체입니다. 그러나 전통이 오래됐다는 사실만으로 미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시대가 달라졌고 문학을 둘러싼 환경도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한국문협 역시 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그 일을 한번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마를 결심했습니다.”
Q. 이번 선거에서 ‘새바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입니까.
“처음에는 ‘변화와 개혁’이라는 말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개혁이라는 말이 자칫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과거를 부정하는 변화가 아닙니다.
잘해온 것은 계승하고 부족한 것은 보완하면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문협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새바람’이라는 말을 선택했습니다. 바람은 막혀 있던 곳을 흐르게 하고 새로운 공기를 불어넣습니다. 한국문협에도 그런 건강한 바람이 필요합니다.”
Q. 현재 한국문협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무엇보다 회원들이 ‘내가 왜 한국문협 회원인가’에 대한 자긍심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협회가 회원에게 이름만 제공하는 조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회원의 창작 활동을 돕고, 발표된 작품이 판매와 2차, 3차 저작물로 이어지는 문학상품의 플랫폼이 한국문협이라는 실질적인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한국문협은 한국 문학의 종가입니다. 문학의 파이를 키워야 합니다. 지회 지부의 예산 확보활동을 지원하여야 합니다. 전국 각 지역에서 묵묵히 창작하는 문인들이 한국 문학의 든든한 뿌리입니다. 중앙과 지회·지부가 보다 긴밀하게 연결되고 지역 문인들이 활동할 기회를 넓혀야 합니다.
또 국제펜과 시인협회를 비롯한 장르별 문학전문단체는 한국문협의 경쟁 단체가 아닙니다. 예산 확보 및 활동에 협력과 연대를 통해 상생을 도모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젊은 문인들과 새로운 세대의 영입이 절실합니다. 영향력 있는 스타 작가 또는 메이저 작가들이 협회 내에서 활동할 공간을 마련하여 교류할 수 있다면 젊은 세대의 문인에게는 창작활동의 동인이 될 것입니다. 문학의 전통은 지키되 운영과 소통 방식은 시대에 맞게 달라져야 합니다.”
Q. 지역 문학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 자신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문학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지역 문인들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좋은 작품을 쓰고도 발표할 기회가 부족하거나 중앙 문단과 연결될 기회가 적은 분들이 많습니다.
한국문협이 그 거리를 좁혀야 합니다. 지역을 찾아가는 문학행사와 교류를 확대하고, 지회·지부의 문학 활동을 전국적으로 알릴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합니다. 지역문학이 살아야 한국 문학 전체가 풍성해집니다.”
Q. 문단 활동을 보니 여러 심포지엄에서 발제를 하거나 좌장을 맡는 등 전문성에서의 신뢰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행사가 있다면 말씀해 주시죠.
“대구문인협회장 재직시 한중일 동아시아문학제를 개최하여 삼국의 정형시 포럼을 개최하고 예술제를 통하여 교류한 일입니다. 거의 10년이나 지난 지금도 교류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해외 교류 행사에서는 한국 문학을 그 나라에 알리고 또, 그 나라의 문학을 우리 문학에 접목하는 등 문인들 간은 물론 서로의 문학에 대한 교류를 이끌어냈습니다.”
Q. 재정을 튼튼하게 했다는 후문도 들었습니다.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 시절 발전기금을 4,500여만 원 모았고, 대구문협회장 때는 다음 집행부를 위해 대구문학사 편찬 예산 5천만 원을 확보해주기도 했지요.”
Q. 호라고 해야 할지 닉네임이라 해야 할지 ‘봉황터’는 어떤 의미입니까.
“제가 봉황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저와 인연 맺은 분들이 봉(鳳♂)이요 황(凰♀)이란 뜻입니다. 저는 봉님들과 황님들이 어울릴 수 있는 터전, 봉황터입니다.”
Q. 출판인으로 오랫동안 활동한 경험도 한국문협 운영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문학은 작품을 쓰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한 편의 글이 독자를 만나기까지 출판과 유통, 홍보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저는 창작자이면서 동시에 출판 현장에서 오랫동안 일해왔습니다. 그래서 문인의 입장과 출판 현장의 입장을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문협도 회원들의 작품이 독자와 만나는 방법을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종이책뿐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 온라인 플랫폼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야 합니다.”
Q.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문학계 역시 큰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I를 무조건 거부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이 들어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문학이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입니다.
기술은 글쓰기를 도울 수 있지만 인간이 살아온 시간과 고통, 사랑과 기억까지 대신 살아줄 수는 없습니다. 문학의 본질은 결국 인간에게 있습니다. 한국문협도 AI 시대의 저작권과 창작윤리 등에 대해 문인들과 함께 기준을 고민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Q. 한국문협 회원들에게 가장 실질적으로 체감되는 변화는 무엇이어야 할까요.
“회원에게 도움이 되는 협회가 되어야 합니다. 거창한 구호보다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문협이 달라졌다’고 느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학행사의 질을 높이고 발표와 교류의 기회를 확대하는 것, 지역 회원의 참여 폭을 넓히는 것, 젊은 문인에게 기회를 주는 것, 회원들의 작품과 활동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부터 하나씩 실천해야 합니다.
협회의 주인은 집행부가 아니라 회원입니다. 이 원칙만 확실하게 지켜도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선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 있다면요.
“문인들의 선거답게 치르고 싶습니다. 선거가 끝난 뒤 서로 얼굴을 보지 못할 정도로 상처를 남겨서는 안 됩니다. 누가 당선되든 결국 우리는 한국문학이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 다시 만나야 할 사람들입니다.
상대를 비난해서 얻는 표보다는 제가 무엇을 할 것인지 설명해서 얻는 한 표가 더 값지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은 하되 품격을 잃지 않는 선거, 끝나고 나면 서로 손을 잡을 수 있는 선거가 되었으면 합니다.”
Q. 함께 선거를 치르는 러닝메이트 구성에도 관심이 높습니다.
“이사장 혼자서 협회를 이끌 수는 없습니다. 각 장르와 세대를 아우르고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분들이 함께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자리를 위한 결합이 아니라 일을 하기 위한 팀이어야 합니다. 인선 기준을 공정한 행정과 경영 능력을 겸비한 문학에서의 야전사령관 출신들이 많습니다.
서로 충분히 대화하고 한국문협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뜻을 모은 분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당선되는 것 자체보다 당선된 다음 실제로 일할 수 있는 팀입니다.”
좌) 광야에서 부르리라 시낭송회 개막 인사 / 우) 포켓 속에 들어가는 잡지 월간 시사랑의 시낭송회,“광야에서 부르리라”
이육사 선생의 따님 이옥비 여사와의 인터뷰(대구MBC와 공동주최)
Q. 장호병 후보가 생각하는 ‘좋은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은 어떤 사람입니까.
“앞에 서는 사람이기보다 회원들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사장은 권위를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책임을 지는 자리입니다.
회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듣고,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정하고, 필요할 때는 정부와 사회를 향해 문인들의 목소리를 대신 내야 합니다. 문인들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도록 뒤에서 길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좋은 이사장이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한국문협 회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한국문인협회의 역사는 어느 한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선배 문인들과 오늘의 회원들이 함께 쌓아온 역사입니다. 저는 그 역사를 소중히 이어가면서 다음 세대를 위한 새로운 길을 열고 싶습니다.
이번 선거가 사람을 나누는 선거가 아니라 한국문협의 미래를 함께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새바람은 혼자 만들 수 없습니다. 한 사람의 목소리가 모이고, 한 사람의 참여가 더해질 때 비로소 큰 바람이 됩니다. 회원 권익과 복지에도 중점을 두겠습니다. 회원을 존경하고 자랑으로 여기는 한국문협, 회원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운 한국문협을 만드는 데 제 경험과 열정을 다하고 싶습니다.”
수필과지성 여름문학제
문학·출판·문단 행정을 두루 경험한 ‘현장형 문인’
장호병 부이사장은 경북 청송 출신으로 포항 청하중학교와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을 졸업했다. 1980년대 초 작품 활동을 시작해 『웃는 연습』, 『하프 플라워』, 『실키의 어느 하루』, 『너인 듯한 너』, 『눈부처』, 『아버지 학교』, 『선택, 그 섬세한 무게』 등의 수필집을 비롯해 평론집 『로고스@카오스』, 『붓 가는 데로의 여행』 창작이론서 『글, 맛있게 쓰기』, 영문 에세이집 『Half Flower』 등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대구시문화상(문학부문), 대구수필문학상, 대구문학상, 김규련수필문학상, 조연현문학상, 대구예술대상, 대한민국 예술문화공로상 등을 수상했으며, 대구문인협회장과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출처] 제29대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선거 출사표 던진 장호병 부이사장 [월간 문학바탕 2026년 9월호(Vol.266) 인물포커스]|작성자 미디어바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