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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감상

군마에 대하여 / 몽테뉴

작성자달빛 이정숙|작성시간26.07.10|조회수39 목록 댓글 0

《몽테뉴 수상록》 「군마에 대하여」를 읽기 전에

《몽테뉴 수상록》(Les Essais)은 근대 에세이 문학의 출발점으로 평가받는 고전이다. 몽테뉴는 자신의 삶과 생각을 솔직하게 기록하며 인간 존재를 탐구했고, 그 사유는 오늘날까지도 깊은 울림을 전한다.

“내가 그리고자 하는 것은 나의 행위가 아니라 나의 본질이다.”

‘나’라는 개인을 통해 보편적 인간에 이르고자 했던 몽테뉴. 약 500년 전의 인물이지만, 타인에 대한 포용과 다름의 가치, 다양성에 대한 존중 등 오늘날에도 여전히 깊은 사상적 울림을 전한다.

그의 삶과 사유는 《몽테뉴 수상록》을 통해 생생하게 펼쳐진다. 그는 프랑스 모럴리스트 전통을 확립했을 뿐 아니라 유럽 각국의 문학과 사상에도 큰 영향을 미쳤으며, 파스칼, 셰익스피어, 존 로크, 루소 등 수많은 사상가와 작가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48. 군마에 대하여

언어라고는 늘 풍월로밖에는 배우지 않았고, 이것이 형용사인지 접속사인지 탈격 조사인지 모르는 내가 이제 문법학자가 된 것 같다. 나는 이런 말을 들은 것 같다.

 

로마인들은 필요한 때에 새로운 기분으로 타도록, 다른 용도나 역마로 부리던 말을 ‘푸날레스’나 ‘덱스트라리오스’라고 부르고 있었다. 거기서 우리가 부리는 군마를 ‘데스트리에’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말로는 동반한다는 것을 보통 ‘아데스트레’라고 말한다.

 

또 말 한 쌍이 서로 매어져 고삐도 안장도 없이 전속력으로 달음질하도록 길들인 것을 곡예하는 말(desultorios equos)이라고 부르며, 로마 귀족들은 전신을 무장하고 한창 달음질하다가 이 말에서 저 말로 뛰어 건넜다.

 

누미디아의 무사들은 손으로 두 필의 말을 끌고 가다가 치열한 전투 중에 갈아탄다.

 

“이 말에서 저 말로 뛰어 건너는 우리 기사들처럼, 그들은 말 두 필을 전장에 몰고 가는 습관이 있었다. 그리고 전투가 가장 심할 때 그들은 흔히 전신 무장을 하고 지친 말에서 기운찬 말로 갈아탄다. 그만큼 그들은 민첩했으며, 그들의 말은 온순하였다.”

― 티투스 리비우스

 

말들 중에는 적이 칼을 뽑아 들고 나올 때 주인을 구하려고 달려들어 공격해 오는 자들을 발로 차고 이빨로 물어뜯도록 훈련된 것도 많다. 그러나 말은 적보다 자기편을 해치는 수가 더 많다. 더욱이 말이 한 번 싸우기 시작하면 쉽게 떼어 놓지도 못한다.

 

페르시아군의 대장 아르테비우스가 살라미스 왕 오네실로스와 단둘이 싸울 때, 이렇게 훈련된 말을 썼다가 참혹한 불행을 당했다. 말이 그의 죽음의 원인이 되었던 것이다. 그의 말이 오네실로스에게 용솟음쳐 대들 때 오네실로스의 부하가 초승달 모양의 언월도로 그 말의 어깨를 내리쳤다.

 

그리고 이탈리아인들이 말하는 바에 따르면, 포르누오바 전투에서는 왕의 말이 달려드는 적들을 발로 차고 짓밟아 왕을 빠져나가게 하였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는 죽었을 것이다. 사실이라면 그는 대단히 운이 좋은 편에 든다.

 

마멜루크들은 세상의 기사들 가운데 가장 재간 있는 말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한다. 마멜루크는 노예로 구성된 이집트·튀르키예계 혼성 군사 집단으로, 뒤에는 이집트의 실권을 장악했다.

 

그들은 말들이 천성과 습성에 따라 한창 싸우는 마당에서도 신호와 특정한 소리로 주인을 식별해 찾아내고, 이빨로 큰 창과 투창을 주워 주인에게 바치며, 적을 알아보고 구별하도록 길들였다고 한다.

 

카이사르와 대 폼페이우스는 다른 훌륭한 소질들 외에도 말을 다루는 데 탁월한 선수였다. 카이사르는 젊었을 때 말 위에 바로 누워 고삐도 잡지 않고 손을 등 뒤로 돌린 채 말이 마음껏 달리도록 놓아두었다고 한다.

 

대자연은 이 인물(카이사르)과 알렉산드로스를 군사 기술상의 기적으로 세상에 내놓기로 한 바, 그들에게 비상한 무력을 갖추어 주려고 애썼다고 말하고 싶다.

알렉산드로스의 말 부케팔로스는 머리가 황소를 닮았고, 주인밖에는 아무도 등에 태우지 않았다. 이 말이 죽은 뒤에는 그 영예를 기려 그 이름을 딴 도시가 세워졌다.

 

카이사르 역시 앞발이 사람의 발과 같고 발굽이 손가락처럼 갈라진 말 한 필을 가지고 있었는데, 카이사르 말고는 그 말을 타거나 다룰 사람이 없었다. 그는 이 말이 죽은 뒤 그 초상화를 여신 비너스에게 바쳤다.

 

나는 말을 타면 내리고 싶지 않다. 건강할 때나 아플 때나 그 앉은 자리가 내게 가장 편하기 때문이다. 플라톤은 승마가 건강에 좋다고 권하며, 플리니우스도 승마가 위와 관절에 좋다고 권한다.

 

(중략)

 

출처 : 몽테뉴, 《수상록》 제1권, 309~310쪽 일부 발췌

《몽테뉴 수상록》(Les Essais)은 1580년 초판이 출간되었다.몽테뉴는 생애 마지막까지 작품을 수정하고 증보했으며, 1588년에는 제3권을 추가하여 완성도를 높였다. 그는 1592년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신의 책 여백에 끊임없이 메모를 남기며 작품을 다듬었다. 이러한 수정 사항은1595년 사후판에 반영되었으며, 오늘날 우리가 읽는 『수상록』은 이러한 증보 과정을 거쳐 완성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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