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와 징검다리
장 문 식
사락사락, 사락사락
이상한 소리가 계속 들려 왔습니다. 눈을 들어 삥 둘러보면 더욱 똑똑하게 사방에서 들려 왔습니다. 그 소리는 나무에서도 땅 속에서도 골짝물에서도 나고 있었습니다.
오오라! 깡깡한 비늘이 떨어지는 소리로구나.
이 깡깡한 비늘이 벗겨지면서 새순은 아기 이빨처럼 귀엽게 솟아나오고, 또 골짝물은 은돈처럼 진종일 반짝거렸습니다. 참으로 눈부신 세상이었습니다.
박실 마을 앞으로 펀펀히 흐르는 이 버드내는 너무너무 맑아 마음까지 환하게 했습니다. 이 버드내를 가로질러 허리띠처럼 징검다리가 놓여 있습니다. 작년 가을이 그렇게 추웠는데도 징검다리는 물 속에 발목을 담근 채 끄덕없이 버티어 냈습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개동이 집 마루에 걸터앉아 사립문만 밀치면 그 버드내의 징검다리는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박실 마을에 드나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버드내의 징검다리를 건너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지금도 아이들 서넛이 징검다리를 팔짝팔짝 건너오고 있었습니다. 학교는 벌서 파했는데 해찰하다가 늦게 오는 아이들임이 분명합니다.
‘그래, 저 징검다리가 제일 좋은 자리다. 저기다 해놓으면 틀림없이 성공할 거야.’
개동이는 마음 속으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다래끼 난 왼눈을 가만히 만져 보았습니다. 어제보다는 더 도톰하게 부어 올랐고 약간 씀벅거렸습니다.
며칠 전이었습니다. 왼눈에 티가 든 것처럼 갈신거리더니만 좁쌀만한 것이 생겨났습니다. 그것이 점점 커지더니만 다래끼로 되었습니다. 그 후 개동이의 얼굴은 영 꼴불견이었습니다.
“여어, 개똥이 자슥 꼴좋다. 욕심꾸러기라서 다래끼가 난 거여.”
“그래, 니네들 개똥이한테 뭣 하나라도 얻어묵어 본 사람 손 들어 봐라. 욕심이 부엉이라고…….”
“야! 니네들은 왜 자꾸 개똥이 개똥이 하냐? 내 이름은 똥이 아니고 동이란 말여!”
“동이나 똥이나 고것이 고것이제 뭣이냐?”
“애해해해 애해해해.”
“개똥이 넌 인자 애꾸가 될지 모른다고. 욕심만 부리다가 잘 됐다.”
아이들이 제멋대로 지껄이는 소리를 듣고는 개동이는 슬그머니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렇게 욕심부린 일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다래끼가 나고 애꾸눈이 될지 모른다니 슬슬 겁이 났습니다.
이제는 하루가 다르게 왼눈이 부어 올랐습니다. 또 눈곱도 찌죽찌죽 끼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되어가다가는 정말 왼눈을 잃어버릴 것 같았습니다.
걱정에 싸인 개동이는 맥이 풀려 있었습니다. 눈 녹듯 먹던 밥도 반으로 줄어 버렸습니다. 말수도 알아보게 줄고 방안에만 박혀 있었습니다.
“개동아 너 걱정 마라, 곧 낫게 될 것이니께. 사내대장부가 뭐 그런 것 가지고 그러냐? 남부끄럽게시리.”
옥순이는 약간 꾸중을 섞어 개동이를 안심시켜 주었습니다.
“시끄러! 누나는 모르는 소리 말라고.”
“아니다. 꼭 나을 것이니께 애꾸 될까 염려도 마라. 이 바보야.”
“뻘소리 말란께. 누나가 뭣을 안다고 그래!”
개동이는 옥순이 누나 때문에 다래끼가 난 것처럼 누나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옥순이는 개동이가 성내는 것을 잘 받아 주고 있었습니다.
“누나는 말로만 생각하는 척하지 말란 말여!”
“아녀. 정말로 너 대신 나한테 다래끼가 났으면 좋겠다야.”
“흥!”
개동이는 팽돌아 앉으며 코방귀를 뀌었습니다.
이러고 있는데 할머니가 꼬부라진 허리를 토닥이며 방 안으로 들어오셨습니다.
“왜들 또 다툼이냐! 오직 남매밖에 없는디 요것들이 붙어 앉기만 하면 티격태격이여.”
“글 안해도 다래끼가 나서 걱정인디 누나가 뻘소리로 놀리잖아요.”
눈살을 꼿꼿이 세우고 말하는 개동이의 왼눈을 보고 옥순이는 쿡쿡 웃었습니다. 다래끼가 난 개동이의 왼눈은 마치 퉁방울처럼 부어 올라 거의 감겨져 있었습니다.
“옥순이 저것이 나뻐. 아픈 동생을 놀리다니……땍!”
개동이와 옥순이가 다투었다 하면 할머니는 무조건 옥순이를 나무랐습니다. 이런 걸 잘 알기 때문에 옥순이는 할머니의 꾸중이 끝나기도 전에 얼른 밖으로 나와 버렸습니다.
“개똥아, 너 다래끼 땜에 그러지?”
“할머니는 맨날 개똥이라고 할 꺼요?”
사실 어렸을 때는 개똥이라고 부르다가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개동이라고 이름을 고친 것이었습니다. 아무 탈 없이 잘 크라고 개똥이라는 천한 이름을 지어 불렀던 것인데 그 이름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래, 개동아. 다래끼 낫게 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련?”
개동이는 귀가 솔깃해서 할머니 턱 앞으로 바싹 다가앉았습니다.
“동생 꼬치로 다래끼난 눈을 살살 문지르면 낫는디 넌 누나 하나밖에 업스니께 할 수 없고 또 한가지 방법은…….”
개동이에게 옥순이 누나는 언제나 있으나마나였습니다. 할머니의 말을 듣고 보니 옥순이 누나는 아무데도 필요가 없었습니다. 차라리 누나 대신 남동생이나 하나 있었다면 좋았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동이는 옥순이 누나가 괜스레 미웠습니다. 아무 잘못도 없는데 어쨌든 미웠습니다.
할머니가 가르쳐 준 다른 방법은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오직 개동이만 알고 있어야 할 것이었습니다. 다래끼가 다 나을 때까지는 절대 말해서는 안 되는 방법이었습니다.
개동이는 할머니가 일러주신 방법을 머릿속에 생각하면서 징검다리를 밟아가고 있었습니다. 도둑질을 하는 것처럼 가슴은 계속 콩닥거렸습니다. 개동이는 고개를 늘려 빼고 삥 둘러 보았습니다. 산밑에 박실 마을이 보였습니다. 언제 보아도 조용하고 평화스런 마을이었습니다.
개동이를 보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개동이의 가슴은 더욱 쿵쿵 뛰고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일러주시기를 남들이 절대로 봐서는 안 된다고 했었습니다.
개동이는 다래끼 난 왼눈 속눈썹을 순간에 홱 잡아 뽑았습니다. 눈물이 핑 돌면서 톡 쏘게 아팠습니다. 속눈썹 서너 개가 뽑혀져 나왔습니다. 손끝이 바르르 떨렸습니다. 개동이는 동글납작한 돌멩이를 하나 주워 조심스럽게 속눈썹을 징검다리 위에 눌러 놓고 돌아볼 겨를도 없이 되돌아 건너왔습니다. 누가 볼세라 정신없이 달렸습니다. 그리고 논두렁 밑에와서야 숨을 돌렸습니다. 개동이는 멀리서 속눈썹 눌러 놓은 그 돌멩이를 지켜보았습니다. 조그만 돌멩이인데도 정확하게 볼 수가 있었습니다.
저 돌멩이를 누가 찰까?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할머니는 그 돌멩이를 차는 사람에게 다래끼가 옮아가는 것이고 그러면 깨끗이 낫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다래끼가 누구에게 옮아 갈까?
잘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얼마쯤 지났을까, 버드내 저쪽 건너편에서 여자애들이 나타났습니다. 저 애들이 징검다리를 건너온다면 틀림없이 돌멩이를 차게 될 것이 뻔했습니다. 개동이의 가슴이 또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 여자애들이 뭐라고 재잘거리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버드내 징검다리에 다다랐을 때 자세히 보니 나물 캐러 갔다 오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여자애들은 모두 나물 바구니를 옆구리에 끼고서 징검다리를 건너려고 한 줄로 조르르 섰습니다.
“아니 저건! 아이구머니, 옥순이 누나 아녀?”
맨 앞장서서 징검다리를 건너오는 것은 틀림없는 옥순이였습니다. 그렇다면 옥순이가 그 돌멩이를 걷어찰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개동이는 큰일났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이걸 어쩌제? 큰일났네.”
옥순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버드내 징검다리를 팔짝팔짝 건너오고 있었습니다.
“왜 하필이면 옥순이 누나가 맨 앞장이람?”
개동이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괜스레 미워했던 옥순이 누나였지만 그대로 놔둘 수는 없었습니다.
“누나! 안 돼! 서라 섯! 건너오지 마!”
논두렁 밑에 숨어 있던 개동이는 벌떡 일어나 뛰쳐나가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손을 내저으며 건너오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옥순이는 개동이의 모습을 보고서 자기도 손을 마주 흔들어 주며 다 빨리 뛰어 징검다리를 건너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쿠!”
개동이는 그대로 논두렁에 풀썩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징검다리를 완전히 건너온 옥순이는 손을 흔들어 주었던 개동이를 보고 좋아서 싱글벙글이었습니다.
“개동아, 뭘라고 여기까지 마중 나오고 그래? 오늘은 맛있는 냉이를 많이 캤다야.”
개동이는 무슨 말을 할 수 없어 옥순이 누나의 얼굴만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옥순이가 기분이 좋아서 집으로 가버린 뒤에 개동이는 징검다리를 다시 밟아 가보았습니다. 아까 속눈썹을 눌러 놓았던 돌멩이는 어김없이 발길에 채어 맑은 물 속에 앙증맞게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틀림없이 옥순이 누나가 차버린 것이었습니다. 이제 다래끼는 어쩔 수 없이 옥순이 누나에게 옮아갈 것이 분명했습니다.
이미 일이 이렇게 되어 버렸으니 개동이는 아무 말도 않기로 했습니다. 이 일을 비밀로 간직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만약에 이 비밀을 알려 주면 다래끼는 다시 되돌아 오고 영영 낫지 않는다고 할머니는 말하지 않았던가.
“쳇! 누나는 큰소리치며 날 놀렸으니께 다래끼 한번 나보라제 뭐.”
그 후 개동이 왼눈의 다래끼는 신통하게 낫기 시작했습니다. 개동이는 자기의 다래끼가 옥순이 누나에게 옮아갔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거 봐라. 내 말이 맞제? 거의 다 나았지 않냐?”
속도 모르고 옥순이는 개동이를 생각해 주고 있었습니다. 개동이는 인제 누나 일이 걱정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비밀을 말할 수도 없었습니다.
개동이는 날마다 옥순이 누나의 눈만 살폈습니다. 아마 지금즘 누나의 눈에 다래끼가 자리를 잡고 톡 불거져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직껏 옥순이 누나의 눈은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언제쯤 날 것인고?
차라리 올른 옥순이 누나의 눈에 다래끼가 나버렸으면 좋겠는데 아직도 나지 않는 것이 더 애타게 했습니다.
멀고 가까운 산엔 진달래가 무더기로 피고 있었습니다. 온 산에 점점이 물드는 연분홍. 여기저기 산불이 번지듯 진달래는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개동이는 아이들과 같이 진달래를 꺾어 가지고 산을 내려오면서도 누나 생각뿐이었습니다. 아이들은 꽃다발이 되어 즐거워하는데 개동이는 진달래 꽃송이가 벌겋게 핏발 선 누나의 눈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쯤 누나의 눈은 어찌 됐을까?
개동이는 다급하게 사립문을 밀치고 들어가 방으로 뛰어들려다가 주춤 멈춰 섰습니다. 못 보던 여자 구두가 토방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유달리 눈매가 예쁘고 얌전하게 생겼구나.”
귀에 선 목소리가 방 안에서 흘러 나왔습니다.
“뭘요, 가난하고 애미 없이 자라서 변변치 못허구만요.”
할머니의 대답이었습니다.
“내가 옥순이 이모라서가 아니라 돌아가신 제 엄말 닮아서 나무랄 데가 없어요.”
도회지에 사는 이모의 목소리까지 들리니 분명 예삿일이 아니라는 짐작이 갔습니다.
개동이는 방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마루에 걸터앉았습니다. 그러자 검정 여자구두에게로 자꾸만 눈길이 끌렸습니다.
이 박실에서는 구두를 신고 다니는 여자는 없었습니다. 어쩌다 도회지에 나가 살다가 돌아온 사람들이나 가끔 구두를 신고 나타났었습니다. 토방에 놓여 있는 번질거리는 검정 여자 구두. 그 여자구두는 개동이의 가슴 속에 설렘과 두려움을 한꺼번에 일게 했습니다.
“그럼 됐으니 해 있을 때 나서자.”
“친자식같이 돌봐 주시어요.”
“염려 마세요.”
할머니는 옥순이가 마음에 걸려서 자꾸만 부탁을 하였습니다.
낯선 아주머니와 이모의 뒤를 따라 옥순이가 밖으로 나왔습니다. 옥순이는 오랜만에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었고 조그만 보따리를 하나 들고 있었습니다. 시무룩한 표정을 하고 있던 옥순이는 마침내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고 있었습니다.
“할머니, 누나 어디 가는 거요?”
“으응, 저, 저어기…….”
할머니는 대답을 못하고 더듬거리기만 했습니다.
“개동아, 옥순이 누난 도회지로 돈 벌러 가는 거여. 저 분은 부잣집 사모님이신데 옥순이 누나를 데리고 있기로 하신 거다. 작년부터 내가 좋은 자리를 찾으려고 애를 썼어. 그러다 이번에 이 사모님을 만난 거여. 개동이 너도 내년에 중학교에 가얄 텐데 돈이 필요하지 않니? 다 큰 것이 집 안에만 박혀만 있으면 뭐 하니? 그래도 옥순이가 참 기특하구나. 가겠다고 나서니 말이야. 다 할머니와 널 위해서 가는 거여.”
이모는 조그마한 소리로 속삭이듯이 그리고 자세히 개동이에게 말해 주었습니다. 개동이는 누나와 떨어진다고 생각하니 대번에 슬픔이 북받쳤습니다. 그러나 어찌 할 수 없어 눈물을 힘겹게 참고 있었습니다.
“개동아, 공부 잘 하고 할머니랑 잘 있어?”
“…….”
개동이는 아무 대답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는데 옥순이는 낯선 아주머니를 따라 사립문을 나가고 있었습니다. 옥순이는 점점 멀어져 갔습니다. 옥순이의 치맛자락이 바람에 팔랑거리며 이윽고 버드내 징검다리를 건너가고 있었습니다. 개동이는 물끄러미 누나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눈물에 어리어 비친 누나의 모습은 여러 개로 보이면서 자꾸만 작아지고 있었습니다. 그때 아까 낯선 아주머니가 누나를 보고 칭찬하던 말이 산울림처럼 되살아났습니다.
‘유달리 눈매가 예쁘고 얌전하게 생겼구나.’
개동이는 가슴이 갑갑해져 툭 터질 것만 같았습니다. 더 이상 이대로 가만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개동이는 버드내 징검다리를 건너가고 있는 누나를 향해 황소처럼 뛰었습니다.
“누우나아-! 누우나아-! 거기 서봐- 할말이 있어- 거기 서봐-”
개동이는 헐렁한 고무신을 벗어 버리고 맨발로 달렸습니다.
옥순이와 낯선 아주머니, 이모는 버드내 징검다리를 다 건너고서 멈춰 섰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달려오는 개동이를 바라보았습니다.
“아니, 개동이 너 뭔 일이 있어 그러냐?”
“누나, 내 누나한테 꼭 할말 비밀이 있어.”
개동이는 숨을 할딱이느라고 토막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비밀?”
“응, 누나 눈에 내 다래끼가 옮아갈 거여.”
“너 무슨 소리냐?”
“지난번 이 징검다리에다 내 속눈썹을 눌러 논 것을 누나가 찼거든, 그걸 지금까지 숨겨 온 거여. 인제 이 비밀을 말했으니깐 다래끼가 다시 내게 올 것이구만. 누나 눈에 다래끼가 나면 안 되지. 그래서 그 말 하려고…….”
“에이, 바보야. 자, 내 눈을 봐. 어디 다래끼가 났냐? 어서 들어가.”
옥순이는 그 예쁜 눈을 크게 뜨고 개동이에게 내보였습니다. 옥순이의 눈에는 아직도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 있었습니다.
“누나아-”
누나를 부르는 개동이의 목소리는 이미 울음이었습니다.
“어서 가자. 해 떨어지겠다.”
옥순이는 말도 못하고 서러워 어깨만 들먹거리다가 다시 낯선 아주머니를 따라갔습니다.
개동이는 그 자리에 서서 누나의 뒷모습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았습니다. 산모롱이를 돌아가는 누나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개동이는 힘없는 걸음으로 버드내 징검다리를 되짚어 건너오면서 이런 걱정을 했습니다.
“정말로 우리 누나 눈에 다래끼가 안 나야 할 텐데…….”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박실 마을 뒷산에서는 피울음을 운다는 소쩍새가 지치도록 울어제끼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