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 때 마다
할머니가 쑤어주시던
그 하얀 죽을 생각한다
불린 쌀알이 형체를 잃어갈 때
몇 시간이나 허공을 저어간
할머니의 손등은
해진 흙바닥 짓이겨온 세월의 절구
흰죽 한 그릇 속에
뜨거운 김으로 피어올라
부드러운 미음되어 헐어버린 속을 달랜다
비워낼수록 되레 묵직해지는 허기
가벼운 한 술이
천근만근의 생을 지탱하는 위로가 되어
멈춰 선 무릎을 일으키니
세상의 맛을 정직하게 지워내는
가장 뜨거운 씻김
다시 걸어갈 힘은
가장 낮은 곳에서 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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