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m.blog.naver.com/nojagyu64/224324307148
프로필
노자규
2시간 전
이웃본문 기타 기능
첫 급여
때 늦은 저녁,
하나둘 별들이 놓아둔 길을 따라
편의점으로 들어온 폐지 줍는 할머니와
손자로 보이는 남자아이는
이쪽저쪽을 돌며
먹고 싶은 것들을 한 아름 카운터에
올려놓더니
"난 빵 하나면 됐고,
나머진 할머니가 좋아하는 거야."
"죽은 왜 샀어?
오늘 우리 동민이 생일인데
네가 먹고 싶은 걸 사라니까."
"만 이천 원입니다."
알바생의 말에
할머니는 주머니 속 폐지를 팔아
모은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 건네놓더니
아무리 뒤져봐도 백 원짜리 몇 개밖에
나오는 게 없어 난처한 표정으로
알바생을 바라보던 그때,
뒤에
서 있던 중년의 남자가 말했다.
"바쁘니까 제가 계산 먼저 하겠습니다."
그러고는
들고 있던 우유 하나를 카운터에
올려놓는 게 아니겠어요.
일한 지 겨우 한 달밖에 안 된 알바생이
얼떨결에 바코드를 가져다 대자마자
카드를 내민 남자는 급하다는 듯
후다닥 뛰어나가 버렸고
"이보게, 젊은 양반. ..
그럼 이 죽은 빼줘요."
"할머니, ..
어제부터 아파서 아무것도 못 먹었잖아."
"그러실 필요 없어요, 할머니. ..
금방 나가신 분이 같이 계산하고 가셨거든요."
고마움도 다 못 채워주는 세상에
미안함을 남겨준 게 마음 쓰인 할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더니
"이렇게 고마울 때가 있나…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또 신세를 졌구먼."
한 뼘 더 커진 얼굴로
손수레를 끌고 다정하게 멀어지는
할머니와 손자를 바라보는 알바생의
얼굴에는
남들이 먼저 행복해지는 게
내가 행복해지는 거라는 미소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첫 급여를 탄 돈으로
나눌 수 있었던 행복에 기뻐하면서….
펴냄 / 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