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영웅/노자규작가

작성자仁影|작성시간25.08.09|조회수52 목록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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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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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규
2024. 2. 2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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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영웅​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아

왜소하고 자그마한 아빠지만

우리 눈에는 세상에서 제일 큰

.........거인 같아요"​


아이들이 써놓은 일기장을 보며

내일을 버텨갈 힘을 모아보던 아빠는

홀연히 먼저 떠난

아내가 잠든 밤 하늘가를 올려다봅니다



"여보…. 잘 있지?

거기선 아프지 마!….

우리 얘기들은 내가 잘 돌볼 테니

....걱정하지 말고"


신음소리처럼 내뱉은 아빠의

울먹이는 마음을 잠든 척 듣고 있던

세 남매는 소리낼 수 없는 눈물만

밤새 흘리다 일어난 오늘은

아빠가 쉬는 날이라는데요


우산도 없이

장대같이 오는 비를 몸으로 튕겨내며

대문 옆에 놓인 녹슨 전동 휠체어를

다듬고 매만져 보지만

되살아 날 기미도 없어 포기한

아빠의 눈에


언제부터 지켜보았는지

세 남매의 눈물이 매달려 있는 걸

보고는


"늦잠 자지 왜 일어들 났어?"


"아빠..

라면 콜?"


"좋지…."


아빠에게 들킨 눈물이 옮겨붙어

아빠마저 울까 봐

눈물을 감추고 얼른 부엌으로 간

세 남매는 두 개 밖에 없는 라면에

물만 가득 부어 가져다 놓고는


"아…. 배 아파 나 변소 갈래"


"나두 "


"아빠 먼저 천천히 먹고 있어"



세 남매는 알고 있습니다



분명 우리에게 양보하느라

지켜만 볼 거란 걸요….


라면이 불어 터져 떡볶이가 된

냄비 안에 퍼내도 퍼내도 담겨있는

행복을 건져 먹으며

오늘도 행복 별 하나를 엄마에게

보내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 저녁


비도 오고 공쳐서

주머니에 버스비를 빼고

천 원밖에 없었던 아빠는



"아주머니 붕어빵 세 마리만 주세요"



천원에 세 마리 하는 붕어빵을

우산 속에 꽁꽁 숨겨온 아빠는



"오늘은 아빠가 니네들 줄려고

붕어빵 사 왔어"



"그런데 우리 아빠건 없네"



"아빤 오다가 배가 고파

버스에서 먹었어."



행복과 가난 사이에서

겪지 않아도 될 고생을 하는 게

모두 못난 자신의 탓인 것 같은 아빠는



행복은 천천히라도

반드시 올 거라고 믿으며

마주잡은 두 손을

꼭 쥐어 보고 있었습니다


8월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여름 방학이 되면


늦잠 자고 신나게 놀 수 있다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세 남매는 아빠 일을 도울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라 말하고 있었는데요


잘 못 걷는 아빠 대신

인근 사무실로 신발을 받으러 가는 일은

첫째가


다 닦아 놓은

구두를 가져다주는 일은 둘째가


아빠 옆에서

얼굴에 숯검정이 묻혀가며

구두 닦는 일을 하는 셋째까지



별 같은 하루를 보내던

네 사람에게 찾아온



-점심시간-


편의점에서 사 온 컵라면 앞에

빙 둘러 앉은 아빠와 세 남매는

중간에 놓인 김밥을 서로에 입에 넣어주며

이런 게 행복이라는 미소를

찬으로 때 늦은 점심을 먹습니다



"아빠….

매일 이렇게 힘들게 일해?"



"아빠는 하나도 안 힘들거던"


우리가 떠들고 웃는 동안

아빠는 이렇게 힘들게 일하고

있다는 게 미안해서인지

지친 아빠라는 이름 위에 놓인

고마움 하나를 얹어보고 있었습니다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오른 세 남매는

아빠를 앉힐 빈자리가 없나

두리번거리기에 바빠 보이는데요


(((삐)))

다음 정거장에서 내린

할머니 자리에 냉큼 앉은 첫째는


"아빠…. 여기.."


띄엄거리며 다가온 아빠에게

냉큼 자리를 양보하고는

차창 틈 사이로 바람 한 점이라도

아빠에게 불어올까 봐

달을 지키는 별들처럼 둘러서서

재잘거리며 행복을 실어 나르고 있었답니다


다음 날


새벽별 보고 먼저 출근 한 아빠를

도와주러 한 낮을 걸어간 세 남매는

무엇을 본 건지 숨 쉴 틈 없이

뛰어가더니


"왜 우리 아빠 괴롭히는 거예요"


"어린놈들이 어디 어른한테…."



아빠에게 다가가지 못하게

벽처럼 막아선 세 남매는



"우리 아빠를 힘들게 하면 우리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누나….

경찰에 신고하자"



그 말에 뒤꽁무니를 빼며

멀어진 남자가 점이 되자 마자



"아빠….괜찮아?"



"너네들은 괜찮아?"


성급히 대답한 아빠는

뛰어오느라 풀린

세 남매의 신발 끈을 묶어주며


"이번 가을 운동회에서 달리기

꼭 일 등 할 거지?"



"일등 해서 연필이랑 노트

꼭 받아 올게"



별 같은

하루하루가 지나간 자리에

찾아온 가을 운동회 날


((자 지금부터는 아빠와 다리 묶고

...... 뛰기 순서입니다.))



"우리 아빠 힘내라"

"우리 누나 힘내라"



차츰차츰 꼴찌로 처지던 아빠가

힘에 부쳐 그만 넘어지는 바람에

누나까지 덩달아 넘어져 일어서지

못하는 걸 보며 뛰어간 두 동생은

넘어진 아버지를 일으켜 세워

양손을 나누어 잡고는


느리지만

한걸음 두 걸음 결승선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며



(((((괜찮아…. 괜찮아 ))))



사람들이 보내주는 응원의 함성을

들으며 한 발 한 발 결승선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두 계절이 가고

봄이 만개한 거리엔 화사한 꽃들이

저마다 뽐을 내고 있었고



세 남매는

대문 앞에 서서 아빠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요


"아빠 뭐해….

바람이 훔쳐 가면 어떡해"


세 남매가 지저귀는 소리에 이끌려

출근을 준비하던 아빠는

. 신발도 채 신지 못한 채

떠밀려 나오더니



"어...어…. 어"



연거푸 신음소리 같은 감탄사가

입가에서 흘러나오고

세 남매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환호성 같은 박수를 치고 있었는데요



" 아빠가 준 용돈 모으고"



"셋이서 빈 병이나 폐지 모아서

산 거야"


"아빠 얼른 타봐"


낡은 전동 휠체어가 고장이 나

목발을 짚고 버스를 타면서도

한마디 불평 없는

아빠의 얼굴에 매달린 눈물을

닦아주던 세 남매의 손에 이끌려

전동휠체어에 앉아 맑게 갠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여보….

나 혼자 행복해서 미안해"



무엇하나 제대로 해주지 못한

미안함만 매달고 멀어지는 아빠를

보며 세 남매는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아빤 !


우리에게 영원한 영웅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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