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눈으로 본 세상 만평 2511』
동시 童詩의 세계로
김부회 시인, 평론가, 수필가, 아동문학가
동시는 어른이 어린이를 위하여 어린이다운 심리와 정서로 표현한 시를 말한다.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와 소박한 사상, 감정을 담았기에 순수하고 교육적인 요소를 가진 것이 특징이다. 동시를 구성하는 필요불가결한 조건은 주제, 표현 및 언어, 정서가 명확하고 명징해야 한다. 의인법, 의태어, 의성어 등을 충분히 활용하여 깔끔하고 생동감 있는 표현력이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성인이 된 우리가 뒤안길을 보며 가장 아쉬운 것은 (순수)라는 말. 어른이 된다는 것과 순수를 잃었다는 말은 같은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관계의 범위가 넓어지고, 관계와 관계에서 비롯된 셈법이 많아진다. 관련된 집단의 이익을 위해 타 집단의 이익쯤은 쉽게 망각할 수 있는 것. 이런 것이 세상 이치. 유년 시절엔 그런 것이 없다. 사칙연산만 하면 되는데 구태여 인수분해나 미적분 같은 공식을 배우거나 사용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가을이다. 좋다.로 끝나야 할 문장이 가을이 왜 좋은지, 내년 가을은 좋을지 아닐지 생각하는 것이 없다. 현상에 치중하기 때문에 반응 빈도가 높다. 웃어야 하는지 따져 가며 웃는 것은 웃음의 계산이다. 사람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 표현인 웃음과 울음에도 이유를 따져 가며 산다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파안대소라는 말이 있다. 매우 즐거운 표정으로 한바탕 크게 웃는다는 말이다. 생각해 보자 우리가 마지막 파안대소를 지은 날이 언제인지? 성인이 된다는 것은 많은 것을 얻기도 하지만 많은 것을 잃기도 하는 것이다.
시로 돌아가 생각해 본다. 성인 시, 현대 시와 동시의 차이는 학술적인 것을 떠나 아주 단순하게 보면 많은 비교점이 교차한다. 비틀기, 함축, 시어의 선택, 문장 구성에 대한 논리적 계산, 주제와 소재의 기준점에 대한 복잡한 잣대 등등. 많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서정과 결합하여 한 편의 시를 만드는 것이 현대 시라고 보면 얼추 맞을 것이다. 동시가 안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동시 역시 위 과정을 모두 거쳐야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생각의 시발점이다. 어느 동시는 착상이 대단히 기발하다. 기상천외라는 말이 맞을 것이다. 상상의 한계가 없다. 주제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은 단점이지만 장점이다. 어느 동시 심사평에 이런 말이 있다. ‘외출하기 전 거울 앞에서 옷을 매만지듯이’. 옷을 매만진다는 것은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일까? 나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일까? 두 가지 질문은 매우 중요한 관점을 가진다. 타자와 나와의 관계에서 가장 먼저 선행될 생각은 자신이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타인을 사랑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아이들의 시선이 그렇다. 남을 위해 옷매무새를 다듬는 것이 아닌, 자신을 위해 다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아이들의 행동반경이 좁다는 것은 그만큼 생각의 깊이가 깊을 수 있고 잣대가 단순할 수 있다. 좋은 것, 싫은 것의 구분이 명확하다.
동시를 쓴다는 것은 아이가 된다는 것. 아이가 된다는 것은, 순수의 시대로 나를 인입하는 것. 그곳에서 덜 자란 어른이 된 나를 반성하고 성찰해 보는 것이 동시를 쓰는 일이다. 한 번쯤 동시를 써보자. 보이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유년의 나를 써보는 것에서 묘한 청량감을 느낄 수 있다. 수없이 많은 계산을 하며 살아왔으니, 이제는 아무 계산 없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순수! 단어만 봐도 가슴이 설렌다.
2025.11.22 김포신문 기고
김부회 프로필
2011년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당선/제3회 《문예바다》 신인상 /제9회 중봉문학상 대상/제12회 《모던포엠》 최우수 평론상 /제17회 《문학세계》 문학상 평론 부문 대상/가온 문학상 대상/목월 문학상/제1회 평택디카시 공모전 최우수상/ 계간 시 전문지 사이편 (동시) 시인상 외 다수 수상. 시집 『시답지 않은 소리』『러시안룰렛』평론집 『시는 물이다』 외 공저 동인지 『시선』등 20여권 출간/ 계간 문예바다 편집부주간/ 월간 모던포엠 편집위원/도서출판 사색의 정원 편집 주간/김포신문, 대구신문 시 전문 해설위원 및 『시인의 눈으로 본 세상 만평』『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신문 연재 중/계간 문학리더스 평론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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