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늦은 사랑과 이른 전쟁》은 2014-2024년 퓰리처 시문학상 수상 시집을 집약적으로 조망한 국내 최초의 평설집이다. 다문화, 탈식민, 인종, 젠더, 전쟁, 생태 등 21세기 미국 시의 가장 예민한 문제의식을 시 번역과 정밀한 읽기를 통해 소개한다. 시 원문과 번역을 병치하고 해설을 덧붙여 독자의 심층 독해를 돕는다. 이론을 앞세우지 않되 사유의 깊이를 잃지 않으며, ‘시를 이해하는 방법’이 아니라 ‘시와 함께 사유하는 방법’을 제안하는 책이다. 동시대 미국 시의 지형을 한눈에 조망하려는 독자와 연구자에게 유용한 안내서가 된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저자
양균원
양균원은 1981년 《광주일보》와 2004년 《서정시학》 시 부문으로 등단하여 지금까지 네 권의 시집을 상재한 국내 중견 시인이다. 시집으로 《허공에 줄을 긋다》 《딱따구리에게는 두통이 없다》 《집밥의 왕자》 《목탁귀》가 있다. 그는 또한 영시를 가르치고 번역하며 사유해 온 평론가·교수이기도 하다. 최근 시집 《목탁귀》는 An Ear to Moktak’s Knocking이라는 제목을 나란히 달고 2025년에 한영 상성(相成) 시집(Korean-English Symbiotic Poetry)으로 출판된 바 있다. 그는 한국어와 영어 사이에서 두 언어가 서로를 밝게 비추는 지점을 계속 탐색해 왔다. 특히 동시대의 영시와 한국시 사이에서 상생의 번역과 상호 보완적 사유의 가능성을 모색해 왔고 《늦은 사랑과 이른 전쟁》은 최근 십여 년의 번역과 평설을 한 권으로 묶은 결과물이다. 이 책에 앞서 동시대 미국 시에 관한 연구 방향에서 《1990년대 미국시의 경향》과 《욕망의 고삐를 늦추다: 퓰리처상 수상 시인들에 관한 에세이》를 출간한 바 있다. 이로써 그의 연구는 1990년대에서 2020년대에 이르기까지 수십 명에 달하는 퓰리처 시문학상 계보를 아우르면서 그 연속성과 다양성을 국내 독자에게 안내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러한 연속 작업에서 그는 굳게 믿고 있는 듯하다. 시인은 차이의 쓸모를 구현하는 자이며 번역가와 평론가는 삶의 방식의 교차점에서 ‘잘 보이지 않는’ 그 쓸모를 드러나게 하는 자라는 사실을.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목차
프롤로그
01 영혼의 쓸모: 비제이 시샤드리(Vijay Seshadri)
02 역사와 현재, 혈족과 나, 그리고 시: 그레고리 파드로(Gregory Pardlo)
03 운명의 검은 개에게 거는 기대: 피터 버라키언(Peter Balakian)
04 공연예술로서의 시: 타이힘바 제스(Thehimba Jess)
05 삶의 지형학: 프랭크 비다트(Frank Bidart)
06 동행의 해제: 포리스트 갠더(Forrest Gander)
07 우리가 물려받은 폭력: 제리코 브라운(Jericho Brown)
08 불안의 전사(戰士): 나타리 디아즈(Natalie Diaz)
09 정(靜)에서 동(動)으로: 다이앤 슈스(Diane Seuss)
10 비무장으로 치르는 전쟁: 칼 피립스(Carl Philips)
11 부서진 전화에 귀 기울이기: 브랜던 솜(Brandon Som)
에필로그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책 속으로
불안의 전사(戰士): 나타리 디아즈(Natalie Diaz)
(…)
당신을 위해 흙먼지 뒤집어쓰고 있다.
당신의 엉덩이는 석영-빛으로 위험하다,
부드러운 사막의 너울을 오르는 장밋빛 뿔이 돋은 두 마리 숫양,
십일월의 하늘이 백 년의 홍수를 풀어놓아─
사막이 갑자기 고대의 바다로 돌아가기 전에.
I am in the dirt for you.
Your hips are quartz-light and dangerous,
two rose-horned rams ascending a soft desert wash
before the November sky untethers a hundred-year flood─
the desert returned suddenly to its ancient sea.
-〈탈식민지의 사랑 시〉(“Postcolonial Love Poem”) 중에서
두 연인의 사랑은 사막에 “백 년의 홍수”를 일으키는 제식 같은 것일 수 있다. “당신의 엉덩이”는 살로 된 육체이지만 사막의 광물 “석영”의 빛을 발하고 있다. 그것은 육체의 요소이면서 또한 사막의 요소여서 치명적으로 아름답다. 두 엉덩이의 곡선이 사막의 부드러운 너울에 그리고 “장밋빛 뿔이 돋은 두 마리 숫양”에 연결된다. “장밋빛 뿔이 돋은” 상태는 성적 흥분상태를 지시할 것이다. 육체를 탐하여 깨우는 일이 사막을 깨우는 일과 함께 진행되고 있다. 욕망의 절정에서 “백 년의 홍수”가 범람할 수 있다. 이 홍수가 갑자기 사막을 일깨워 “고대의 바다”로 돌려놓을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현재 시제로 이어지다가 대시 이후 마지막 문장에서 과거 시제가 사용된다. 일어날 수 없는 일을 꿈꾸는 내용이어서 가정법 구문으로 처리한 듯하다. 직전의 대시가 가정법으로 전환하는 일시적 휴지 역할을 한다. 두 연인의 사랑은 어떤 의미에서 탈인간적이기까지 하다. 육체적 사랑은 사막의 근원에 자리한 생명을 되살리려는 욕망과 맞물려 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