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60323)
담쟁이/ 황윤현
가을이 상강의 하얀 이불을 덮고
담벼락 햇살 그림자 늘려 가면
물관을 비워야 하는 얼마간의 시간
조금 더 높이 손 뻗은 자세 그대로
삼동三冬 긴 잠에 빠질 때까지
안간힘을 쓰고 있는 저것
다시 봄 오고
담벼락에 햇살 왕성할 때
새로 피어나는 이파리
더 높은 곳에서 세상을 보라고
저렇게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쉴 줄 몰라 검버섯 가득 피어나고
무엇 하나 비우지도 못한 채,
긴 세월 살도록 아등바등
햇살 아래로 밀어 올리려는 천형
가을의 끄트머리는 왜 슬픈 것인지
겨울이 지나며 잊어버리고 말
짧은 시선이 서럽다
(시감상)
봄이 오면 초록이 무성한 여름이 올 것이며, 그 여름을 타고 담쟁이덩굴이 자랄 것이다. 땅이든, 벽 틈이든 담쟁이는 담을 타고 계절을 넘는다. 삶이 늘 그렇듯이 하나의 담을 넘어 나를 키우는 것이 담쟁이덩굴. 좀 더 높은 곳에 더 많은 곳을 보는 것이 본능인가 보다. 작은 담조차 넘을 생각도 못 하는 나는 담 앞에서 멈춘다. 이내 말라버린다. 봄이다. 여름이 올 것이다. 올해는 저기 저 담을 넘어 볕 무성한 다른 세계를 봐야 한다. 폭우가 내려도, 태풍이 불어도 의연하게 견디고 담을 넘는 담쟁이가 되어야 할 것이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황윤현프로필)
모던포엠 등단, 건축가, 평론가, 시집(곤지곤지 죔죔) (세상의 고아), 세종문화 예술 대상
황윤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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