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60327)
살바도르 달리를 뒤로한 채/ 전하라
현수막을 찾으러 거래처로 가는 길목
을지로3가역 9번 출구 노숙 중인 달리를 만난다
깊이 팬 주름은 이미 세상을 점령한 채
계단을 걸쳐 늘어진 시계는 멈추었는지 미동이 없다
어쩌다 저리되었을까 의문을 털며 걸음을 재촉한다
한참을 가다 돌아보니 그는 ‘ 기억의 영속’에 갇혀 있다
달리의 시계처럼 늘어진 그에게
빵을 주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노숙자에게도 바다로 향한 꿈이 있었을까
삶의 망망대해에서 돌아온 그가 계단에 걸려 있다
타성에 젖은 내 발걸음은
이미 지하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9번 출구 나뭇가지에 자화상을 걸쳐놓고 전철을 탄다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
시집 (빙하기에서 온 여자 31쪽/ 김포신문 기고)
(시감상)
예술은 멀리 있지 않고 을지로 지하도 계단 위에도 존재한다는 것. 주름진 얼굴과 늘어진 몸을 달리의 (흘러내리는 시계)로 치환한 것이 시적 질감을 풍성하게 만든다. 돌아보면 타성의 연속이다. 노숙자의 시간과 나의 시간을 비교하여 시인 역시 그 풍경의 일부가 된 것 같은 느낌. 우린 누구나 기억의 영속에 갇혀 산다. 초현실과 현실은 이음동의어다. 삶의 관점을 가치관보다 풍경을 스케치하는 내 관점이라는 영속의 시간. 봄이다. 꿈이 없다면 꿈을 품에 안아보자. 연둣빛 꿈을.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전하라프로필)
2012년 《스토리문학》등단, 시집 『발가락 옹이』『구름모자 가게』『빙하기에서 온 여자』반년간 스토리문학 편집장, 스토리문학 대상 수상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