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51208」
사십 원/ 임영자
서랍을 정리하다 닳아진 통장을 만났습니다
한쪽 귀퉁이가 뜯긴 낱장에 찍힌
잔돈 사십 원
여덟 개의 손이 당신을 쓸어 갈 때마다
구부러진 허리
늑골 드러난 야윈 몸처럼 동전들이 찰랑거립니다
맨발로 거두던 냄새
우의를 입지도 않은 채 세찬 비 맞아가며
고구마 순 치고 깻대 묶던 당신의 그 모습
손 마디마디 줄기를 올리고 알곡을 맺었지요
서랍 속 축축한 냄새에
저만치 물러선 내 방종의 뜰에서
아직, 당신은 그림자로 살아 어른거립니다.
2025 시집 (겹꽃으로 피어나는 손 – 54쪽)
(시감상)
12월이다. 연말이다. 가을 수확기를 지나 농한기가 되어간다. 아직 유효한 단어인지 모르지만, 농한기.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사십 원이라는 잔고. 그 시절엔 학비를 내고, 군것질하면서도 그 돈의 출처는 생각하지 않은 철부지 시절이었다. 돈의 의미와 가치를 알았다면 더 열심히 했을 텐데. 뭐든. 네 남매를 먹고 키우느라 쪼그라든 몸피의 아버지. 한 해가 가면 유독 그리운 것은, 아버지 냄새. 사십 원의 가치는 강남 몇십 평 아파트의 세속적인 가치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돈은 있다가도 없어지지만, 아버지는 한번 가시면 안 오신다. 그리워할 수 있을 때 그리워하자.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임영자프로필)
전남 보성, 시와 사람 등단, 2025 시집(겹꽃으로 피어나는 손)
임영자 시인
https://www.youtube.com/shorts/oYYx1fM8zF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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