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60202) 탁발/ 강병길

작성자사마난추|작성시간26.01.30|조회수31 목록 댓글 0

(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60202)

 

발/ 강병길

 

오늘은 일이 없어 가게를 보는데

회색 옷 입은 탁발승이 시주를 왔다

나는 나대로 적은 금액이나마 준비를 하고

그도 자기 일을 보듯 독송에 들었는데

몇 소절 듣자 하니 해괴하기 그지없었다

첫머리만 그럴듯하고

염불이 길어질수록 생소한 단어들이 흘러나왔다

오호라 이자가 장삼은 걸쳤으나

탁발을 핑계로 잔돈푼이나 뜯어내는 잡놈이렷다!

이골이 난 건 그대와 견줄 만하니

골려 먹을 마음이 샘 솟을밖에!

천 원짜리 두 장을 합장 사이에 끼우고

그가 염불 공사를 마칠 때까지

지그시 노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삼십여 초도 버티지 못하고

그의 머리에서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하더니

이내 눈썹을 타고 내리며 가슴에 떨어졌다

‘돈은 땀 흘려 벌어야 하느니

바랑을 채우려면 공부 좀 하고 다녀라’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을 삼키고

이천 원을 잘 펴서 내어 주었다.

 

(시감상)

 

시주의 반대편에 탁발이 있다. 탁발은 수행의 한 방편이기도 하지만 수행자의 행동을 말하기도 한다. 탁발을 핑계 삼는 것은 종교를 떠나 수행자의 태도가 아니다. 요즘은 탁발을 보기 어렵지만, 예전엔 바랑을 등에 짊어지고 탁발하는 스님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끼니를 해결할 것인가, 재물을 쌓을 것인가. 그 관점에서 탁발을 정의하고 공부해야 할 것이다. 도 道란 본디 내 가슴 속에 쌓아두는 것이다. 산이 품고 있는 푸른 씨앗이 저 멀리 보인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강병길 프로필)

경기 이천, 시집 『도배일기』 『소리가 다른 책』. <사람과 시>, <중원문학> 동인.

강병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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