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60202)
탁발/ 강병길
오늘은 일이 없어 가게를 보는데
회색 옷 입은 탁발승이 시주를 왔다
나는 나대로 적은 금액이나마 준비를 하고
그도 자기 일을 보듯 독송에 들었는데
몇 소절 듣자 하니 해괴하기 그지없었다
첫머리만 그럴듯하고
염불이 길어질수록 생소한 단어들이 흘러나왔다
오호라 이자가 장삼은 걸쳤으나
탁발을 핑계로 잔돈푼이나 뜯어내는 잡놈이렷다!
이골이 난 건 그대와 견줄 만하니
골려 먹을 마음이 샘 솟을밖에!
천 원짜리 두 장을 합장 사이에 끼우고
그가 염불 공사를 마칠 때까지
지그시 노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삼십여 초도 버티지 못하고
그의 머리에서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하더니
이내 눈썹을 타고 내리며 가슴에 떨어졌다
‘돈은 땀 흘려 벌어야 하느니
바랑을 채우려면 공부 좀 하고 다녀라’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을 삼키고
이천 원을 잘 펴서 내어 주었다.
(시감상)
시주의 반대편에 탁발이 있다. 탁발은 수행의 한 방편이기도 하지만 수행자의 행동을 말하기도 한다. 탁발을 핑계 삼는 것은 종교를 떠나 수행자의 태도가 아니다. 요즘은 탁발을 보기 어렵지만, 예전엔 바랑을 등에 짊어지고 탁발하는 스님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끼니를 해결할 것인가, 재물을 쌓을 것인가. 그 관점에서 탁발을 정의하고 공부해야 할 것이다. 도 道란 본디 내 가슴 속에 쌓아두는 것이다. 산이 품고 있는 푸른 씨앗이 저 멀리 보인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강병길 프로필)
경기 이천, 시집 『도배일기』 『소리가 다른 책』. <사람과 시>, <중원문학>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