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스승의 날이라 명명되어진 하루...기억나는 스승님께 안부 인사를 미리 전하고
간만에 찾아든 무설재 신선의 친구와 쥔장의 친구를 만나기 위해 양평으로 달려갔다.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찾아들었던 덕분에 실컷 얼굴 보고 놀면서도 시간적인 여유가 생겨
미리 약속 해놓은 "통칙" 스님의 "어울림 갤러리"로 날아갔다.
양평군 지평면 수곡1리 953-2번지...찾아드는 길이 쉽지는 않았고 가면서도 마음 한 켠으로는
남루하고 어설픈 갤러리이면 어쩌나 싶은 노파심이 일었다.
하지만 막상 "어울림 갤러리"에 도착하고 보니 괜한 우려와 근심이었다는 생각이 들만큼
앞으로 너른 들판을 휘감아 도는 마을 한켠에 자리한 갤러리는 비오는 날의 정경에 꼭 알맞게 조촐하게 아름다웠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갤러리 안에 세팅 되어진 작품과 그에 걸맞는 보조,
그러니까 작품을 빛나게 하기 위해 준비되어지거나 꾸며진 모습이 남다른 감각이 아님이었으니
첫눈에 보아도 센스 넘치고 아기자기 하다 못해 섬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호라....작은 감동이 절로 밀려온다.
이것이 과연 통칙 스님의 솜씨라는 말이지?
어느 것 하나 흠잡을 곳 없이 진열되어진 작품은 말할 것도 없고 조연의 자리에서도 빛나는 소품들도 주인공인 듯 하였다.
어쨋거나 한참을 단순하지만 의미있는 작품을 들여다 보면서 마음 한 켠이 따스해져왔다.
게다가 무심한 듯 자리를 꿰차고 앉아있으나 주연 못지 않은 저 다담에나 어울릴 듯한 소소한 한 잎, 아이비의 존재감이라니.
더구나 바닥면에 꽂은 아이비조차 기가 막힌 발상이었으며 완성품이 되지 못한 채 굽다가 흠이 생겨버린 도자기 접시에 꽂힌 아이비까지...
완전 결정판의 감동을 주더라 뭐 그런 말이다.
그러나 감동은 그 뒤에도 이어져 올해 처음 만나는 차, 우전의 향기와 그맛은 그야말로 그동안의 피로를 녹여줄만큼 압권에 압권이었으니
무설재 쥔장으로서는 비오는 날의 운치를 그야말로 백프로를 즐긴 셈이지만 쥔장 없는 무설재를 다녀간 다담꾼들의 발길을 생각하면 미안하기 그지 없다.
대신 통칙 스님의 전시 작품으로 미안함을 상쇄하고자 한다.
**************통틱 스님의 푸른 햇살 아래 "나"를 내어 놓으며
계절을 넘어서는 일이 이제는 수월해졌다.
그렇게 조금은 수월해진 길을 따라 수행의 이정표를 하나씩 남기고 있다.
선으로, 점으로 이어지는 작품들이 내 수행의 깊이를 가늠하게 하는 이력인 셈이다.
짧지 않은 시간 공들인 작품들을 햇빛속에 내어 놓는다.
선 禪으로 감는 길에서 나타내고 싶은 무아의 경지나 우리들 삶의 형태 역시
부처님이라는 동일한 주제에 대한 변형에 다름 아니며
그런 의미에서 오늘 세상에 내어 놓는 작품들은 수행의 연장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언제부터 철이 났다고 해야 옳을까.
한철 한철을 나며 "나"를 들여다보는 때가 많아졌다.
그렇게 익어가는 중이다.
전람회를 빌려 속내를 전해야 할 일이 있다.
다름 아닌, 철부지 못난 자식을 노스님 품에서 크게 끔 만들어주신 어머니,
이제는 내 삶의 언덕이 부처님으로 변하여 그 명호를 읊조리는 날이 되었으나
당신의 안내로 난 고암 스님의 턱 밑에서 행을 익혔고 습을 바꿀 수 있었음을 밝힌다.
여기, 오뉴월 햇살 아래 선을 보이는 작품들엔 이 자리에서 선 당신의 공부길과
우리의 사무량심 가득하여 향기로 화할 것임을 천하에 알리고픈 오늘 입니다 ************
그렇게 그 하루가 늦도록 환희심으로 넘. 쳤. 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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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pinks 작성시간 16.05.22 통칙스님이라기에 이름이 독특하여 베트남 분이신가~? 했네요~!
작품들이 무척 깔끔하네요. ^ ^ -
답댓글 작성자햇살편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6.05.23 여러면에서 감탄하고 감동한 그런 날이었습니다.
더불어 간만에 마신 통도사 스님께서 만들어주셨다는 우전차...어찌나 맛있던지 지금도 그 기억으로 황홀지경입니다. -
작성자하늘꽃 작성시간 16.06.07 언제까지 전시하는지....가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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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햇살편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6.06.08 스님의 갤러리 공간이므로 언제든 가시면 작품을 보실 수 있을 듯 합니다.
통칙 스님의 전번은 010 5477 7746 입니다.
작품으로 만나시면 더욱 좋을 터....건강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