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한가로운 하루를 보내게 되어 OTT 프로그램 속으로 진입을 하였다.
평상시에도 시간만 나면 엄청나게 파고 들어서 이제는 들여다 볼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그래도 찾아보면 또 뭔가가 등장하기 마련이고 오늘이 그러했다.
OTT 프로그램마다 제 특성들이 있어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하고 그중에서도 찾아지는 영화나 드라마
혹은 그 어떤 프로그램이 있으면 마치 횡재라도 한 듯한 느낌이 들고는 한다.
어쨋거나 오늘의 수확은 철도 오타쿠의 이야기이면서 카메라 촬영에 따르는 풍광의 멋스러움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이 흘러가는 등장 인물은 주어진 역할 일 뿐이지만 나름 제 본분에 은근한 매력을 첨가했다는 것이고
그 매력 발산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역시나 제작진의 발품으로 이뤄진 풍광의 앵글이 절묘하였다는 것.
그로인해 별 것 아닌 것이 참으로 중요한 것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인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평범하지만 사진작가에 의해 촬영되어 특별해지는 장면 장면들.
가구 업체 직원이지만 "여행과 철도" 라는 잡지에 사진과 간단한 글을 기고하는 여주인공 미치코.
"엔진의 고동을 듣고 있으면 열차 또한 우리와 같은 생명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라는 내레이션으로 화면이 시작된다.
이미 첫장면에서 혼자 철도 여행하는 그녀로 인해 가슴이 따스해짐을 전달받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매력 하나요
세분화된 일본 철도의 노선별 차이점과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서 즐거움을 찾아내는
여주인공의 무표정이었지만 무표정 속에서도 미세한 표정의 변화를 느끼는 것이 두번째 매력이요
지역적 특성에 걸맞는 "에끼벤"의 등장이 정말로 반가운 매력 포인트 세번째요
매회차마다 가볍게 등장을 하는 조연들의 별나지 않은 출연이 소소한 기대감을 갖게 되는 것이 네번째 매력이기도 하다.
어쨋든 직장인으로서 부여받은 사회생활의 의무와 책임은 당연하고
그 와중에 자신이 즐기고 좋아하는 취미 하나쯤 확실하게 지닌다면 그런 삶자락은 그 누구보다 소확행의 지름길을 가는 것 일 터.
좋아하는 일, 취미가 있다는 것은 인생 참맛의 비중을 높이는 일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주인공 미치코 역시 그러하다.
가구 업체 직원이지만 시간이 날 때 마다 혹은 출장길에는 어김 없이 기차를 타고 철도 유람을 하다가
어느 곳이던지 마음이 끌리는 대로 내려본다.
물론 사전 조사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도 있고 그에 수반되는 "에끼벤"에 대한 애정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매니아감이고
특히 역사에 대한 기록과 내린 곳에 대한 특징과 징표는 확실하게 포착하여 촬영해두는 것도 잊지 않는다.
게다가 장비도 화려하지 않고 렌즈 또한 오로지 단렌즈 하나로 촬영하고 있다.
그 덕분에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기차역에 대한 애정도 생기고
우리는 왜 저런 발상이나 획기적이지는 않아도 소소한 재미를 드러내어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역사가 없을까 싶기도 했다.
아마도 관광이라는 명목에 미쳐 거창한 것만을 양산해내고픈 소인배들의 같잖은 목적이 우선이어서 일까?
암튼 옥의 티를 먼저 말하자면 아무리 추운 겨울이어도 절대 장갑낀 손으로 촬영하지 않고
손맛, 손가락의 느낌을 즐겨가며 촬영하던 쥔장의 마인드와 좀 다른 여주인공의 장갑낀 촬영은 보는내내 못마땅하긴 했다.
게다가 한 겨울 뿐만 아니라 사철동안 치마를 입고 촬영한다는 것은 생각해본적도 없는 쥔장으로서는 그녀의 스커트 차림새가 부러웠다.
거추장스럽다고 사계절 내내 늘 바지 복장으로 마치 여성성 제로 상태인 것 처럼
촬영한답시고 여기저기 선머슴아처럼 뛰어다니던 생각을 하면 철부지였을라나?
여하튼 일본 전국 어디에나 기차를 타고 떠날 수 있다는 것도 행운이요
무인역도 엄청 많고 이용객이 없어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역사.....훌쩍 떠났던 누군가가 어느 곳에 내려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일본 철도를 정말 죄다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도 스멀스멀.
일본 여행이라면 참으로 오래도록 숱하게 다녔어도 편한 차량 이용에 빠져 기차 여행은 몇번해보지 않았으니 새삼 후회가 되지만
카메라 하나 들고 촬영하는 재미를 느낄 철도여행은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스스로 위로는 해본다.
과연 체력이, 코로나가 종식되면 그 재미를 느끼게 해줄라나?
게다가 여주인공 미치코 뿐만 아니라 일본 철도여행의 플러스 알파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에끼벤"이다.
그 지역의 대표주자 특산물을 활용함은 물론 더불어 다양한 지역 홍보와 생산품을
도시락-벤또-이나 포장지 혹은 설명서를 통해 여행객이나 외부인들에게 전달하는 센스도 굿굿굿이다,
12편으로 제작된 드라마성 다큐 프로그램으로 많은 사람이 출연하지 않아도, 시끌벅쩍 하지 않아도
충분히 공감가는 평범한 장면장면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며 촬영되어지는 풍경은 정말 평범 속의 보석이다.
늘 멋진, 근사한, 화려한. 독특함만을 추구하며 촬영하였다면 좀 식상했을지도 모를 일이겠다.
지극히 보잘 것 없는 풍광과 수려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와닿는 장면을 선택하여 촬영해내는 것.
역시 촬영자의 시선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며 남들과 다른 포인트를 찾아 그 장면을 가슴으로 끌어안게 하는 것 또한
쥔장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누구나 좋아하는 비슷한 아류 장면보다는 새로운 시각의 촬영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고로-남들의 평가는 상관 없다-
이 프로그램은 정말 마음에 들어 몰아보기로 빠져들어 시청하였다.
물론 등장인물을 통해 프로그램 제작자의 눈으로 카메라 촬영이 이뤄졌다는 것을 알고 보면서도
소소한 감동이 있는 그런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도 아무 곳이나 내려 만나는 따스한 풍광이라든지
타고 내리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도 무인역으로 존재하면 찾아드는 사람들이 즐거워 할 그런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찌든 일상으로 부터 탈출하여 자신만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 만나는 소소함이 특별하게 여겨지도록 말이다.
없애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거늘....
우리는 새로움을 위해 과거에 존재하던 것들을 무작위로 마구 헐어내고 있음이니 이 또한 안타까운 일이다.
무튼, 오늘 하루는 일본 철도 오타쿠가 되어 하루종일 "에끼벤"의 음식을 상상하며 즐거운 여행을 하였다.
"힘껏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것이야" 라는 첫 여행지 여주인의 말이나
"여기가 어디냐고"......외치지만 "아무도 없음이 있다" 라고 말하는
여주인공 미치코가 전하는 메시지에 빠져 하루를 저당잡혔어도 엄청나게 행복한 하루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