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약속된 여행을 무탈하게 지킨다는 것은 쉽지 않을 일....작년 9월 이후
다시 오키나와를 찾아가는 길은 체력과 건강이 무한지대여야만 한다.
사소하게 벌어지는 곤혹스런 일들은 그렇다 치고 막판에 감기 몸살로 된통 고생한지라
과연 별 일 없이 오키나와를 찾아들 수 있으려나 싶었다.
하지만 역시 약속 이행을 실행할 만큼 회복도 빨라져 드디어 오키나와로 향하게 되었다.
재작년과 작년에는 거의 리조트에서 휴식과 식탐과 바다 구경으로 일정을 마쳤다면
이번에는 아무 스케줄을 계획하지 아니하고 무작정 일상적인 오키나와를 탐해 보기로 했다.
개인적인 성향상 무계획은 좀 아니지 않을까 싶어도 더러 무작정 움직이는 동선도 가능한데다
무슨 일이 벌어지거나 해결해야 할 일이 생기면 또 그런대로 잘 버텨내는 성격인고로 그때 그때 날씨와 상황을 보면서
예정 없이 움직이며 더러 오키나와에서 여행 기간 중에 만나는 억수로 내리는 비를 무념무상으로 즐기기도 했다.
사실 오키나와는 비행기로 단 두시간이면 찾아들 수 있는 곳인지라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휘리릭 찾아들기 좋은 곳이고
굳이 거창한 스케줄이 필요하지도 않는 곳이 류큐왕국의 전설이 숨쉬는 오키나와이기도 하다.
일본이면서도 일본같지 않은, 독특한 류큐왕국의 숨결과 에메랄드 바다가 공존하는 곳이면서도
우리나라와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는 곳이 또 오키나와 라는 말이기도 하다.
하여 별다른 스케줄을 계획하지 않았어도 일정은 그런대로 만족할만 했고 모든 것이 해피해피 수순이 되었다.
첫날은 그런대로 가벼운 식탐거리를 찾아 움직임을 최소화한 고로 나름 만족하였다.
그리고 둘째날은 억수로 퍼붓는 비, 장마의 힘을 느끼며 외출을 포기하고 넷플릭스로 "참교육" 시청을 마무리 하고
그동안 관심이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프로그램들을 섭렵하는 걸로 지나갔다.
셋째날인 그 다음 날 역시 감당하기 어려운 천둥 번개를 동반한 장맛비가 주룩주룩 주루룩인지라
몸의 상태를 건사하기 위한 온전한 휴식 시간을 주는구나 싶었다.
해서 들고간 책을 전부 읽으면서 양자역학이 생각보다 쉽게 읽히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알고보면 일상은 양자역학으로 돌아가며 지배한다는 것.
나흘째 되던 날, 드디어 구멍 뚫린 하늘이 잠잠해지고 흐릿한 하늘이 등장하니 사진 찍기도 좋을 그런 날...슈리성으로 간다.
사실 "슈리성"은 2019년에 화재가 나서 그동안 찾아보지는 못했던 까닭에 더욱 더 찾는 발걸음이 즐거웠지만
아직 완전히 개방한 상태가 아니라서 조금은 아쉬운 부분도 있었어도 나름 좋았다.
그러나 아니러니 하게도 한참 전에 화재가 나서 2019년 10월 31일에 드디어 다시 개축된 슈리성을 축하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개방 전날 미리 축하쇼와 파티를 하려던 그 순간에 다시 불꽃이 일어 소실이 되었음이니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이었을지 상상이 되질 않는다...축하연 자리가 아수라장이 되었던 그 순간 말이다.
그후로 여태 새로 단장 중이던 슈리성이 드디어 단장과 정리가 완료되어가는 시점인지라 운좋게 슈리성을 방문할 수 있었다.
사실 류큐 왕국을 상징하는 슈리성은 과거 450년간 번영했던 류큐 왕국의 정치, 문화, 외교의 중심지였고
일본 본토의 성들과 달리 중국과 조선, 동남아시아와의 교류 흔적이 짙게 남겨져 있어
붉은 기와와 화려한 장식이 눈길을 사로잡으며 특히 기와와 막새 부분은 아무리 보아도
삼별초 난 때 류큐 왕국까지 밀려간 우리나라 사람들의 솜씨인 듯 보여져서 뭉클하기도 했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장인들이 옛날 방식 그대로 나무를 깎고 단청을 입히며
정전을 정성스럽게 되살리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본다는 것은 사실 감동이기도 했다.
아마도 오키나와 사람들은 슬퍼하면서 속상해 하기보다는 슈리성을 재생시키는 장면까지도 보여주며
새로움이 아닌 과거를 보존하며 부흥이라는 테마로 승화시킨 듯하다.
사실 생각보다 관광객이 많아서 복잡하긴 했지만 과거와 현재가 쉼 없이 대화하는 듯한 느낌의 성벽을 따라 걷다보면
지금 이 순간 슈리성을 마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동이 밀려오기도 했고 류큐왕국인들의 생존력에 감탄을 하기도 했다.
또한 성터에서 내려다 보는 나하 시내와 멀리 보이는 섬-쿠타카섬, 오키나와에서 가장 신성한 섬-과 바다 전경과
시원한 바람은 두말할 나위 없는 오키나와 사람들의 자부심이요 스스로도 류큐왕국을 존중하는 자존감이 느껴져서도 울컥이었다.
하여 그렇게 슈리성에서의 반나절은 그냥 하루종일 있어도 아쉽지 않을 만큼 감동이기도 했다.
* 슈레이문 : 편액의 슈레이노 쿠니는 "류큐는 예절을 중시하는 나라이다" 라는 뜻으로
오키나와 전투에서 파괴되어 1958년에 복원되었다.
* 쇼노햔우타기 석문 : 국왕이 외출할때 이 석문 앞에서 안전을 기원했다.
오키나와 전투에서 일부 파괴되어 1957년에 복원, 2000년 12월에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었다.
* 우타키란 성지 : 슈리성의 제사 의레는 국왕을 비롯한 남성이 담당하는 의례와 여성 신관이 담당하는 의례로 나뉘어져 있다.
우타키와 하누칸을 대상으로 국왕의 만수무강, 국가번영, 항해의 안전과 풍작을 기원함.
기도하는 장소의 총칭으로 신앙과 제사에 있어 중요한 장소로 가장 성스러운 장소이다.
나무의 기운이 장난이 아니다 싶을 정도로 에너지가 강하다.
* 호신문 : 3개의 입구 중 가장 가운데 문은 국왕 등 한정된 높은 신분의 사람만 지나갈 수 있으며
개문을 알리는 아침 의식 "우케조"를 볼 수 있다.
* 고후쿠문 : 편액의 고후쿠는 "복을 널리 퍼뜨린다 는 뜻.
* 이 우물과 같은 모양은 발굴 조사에 의해 빗물을 저장하기 위한 시설이었을 것으로 추정함.
* 동굴유적 : 절벽 아래석축 안쪽에 사람이 만든 동굴 유적이 있다.
슈리왕부의 궁녀들의 휴식공간으로 사용되었다는데 정사에는 남겨져 있지 않다고 한다.
* 아가리노아자나 : 성곽 동쪽에 세워진 전망대로 슈리성 공원과 나하시내를 바라 볼 수 있다.
동쪽은 해가 떠오르는 곳이기 때문에 "東"을 한자 방언으로 "아가리- 일본어로올라온다 라는 뜻-이라 한다.
* 류큐왕국 시절의 복장을 착용한 채로 문지기 역할을 수행하는 중인 오키나와 시민.
* 반코쿠신료노카네 : 1458년 주조되어 슈리성 셍이덴 - 정전- 앞에 걸려있던 동종이다.
반쿄큐신료노카네는 "세계의 가교"라는 의미다.
이곳에 전시된 종은 오키나와 현립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실물을 바탕으로 주조 당시 상태로 복제하였다.
이어 점심을 간단히 먹고 국제 거리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