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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 땅끝에 서다

[스크랩] 이 세상에 잠시 살다가 가는 것이 인생이다.

작성자햇살편지|작성시간26.06.19|조회수21 목록 댓글 0

이 세상에 잠시 살다가 가는 것이 인생이다.

 

한국과학기술원의 입구에 천체도가 그려져 있고, 그 아래에 다음과 같이 글이 쓰여져 있었다.

 

무한한 천체 속인 한 점인 지구, 우리는 그 위에서 잠시 살다가 간다.”

 

이 말은 진실로 맞다. 은하계에서도 태양계는 얼마나 작은가, 그중에서도 지구는 작은 별에 속한다. 그렇다면 지구는 얼마나 작은가? 한참을 들여다보아야 겨우 보이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은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과 북으로 나뉘어 있다. 반쪽뿐인 남한은 어떤가? 경상도네 충청도네 전라도네, 서로 나뉘어 있다. 서울은 어떤가? 강남과 강북으로 나뉘고 대학끼리 나뉜다. 지방은 지방대로 도시와 도시로 나뉜다. 도시는 또 어떤가? 무슨 고등학교네 무슨 고등학교네 하여 나누어지고 나누어진 나라, 그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그 대한민국에서 동과 서가 있고, 저마다 다른 당파로 나뉘어져 자기들만이 모든 것을 갖고자 싸움판이 벌어지고, 같은 당파 사람들 마저도 그 안에서 기득권을 갖고자 또 다시 나뉘어 싸우고 있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는 세상,

저마다 세상의 최고라 여기며 우물 안, 개구리처럼 목에 힘주고 살아가며 스스로가 사라진다는 생각들은 추호도 없는 모양이다. 그러나 보라. 진시황도 네로도 스탈린도 다 사라지지 않았는가?
정치와 경제 그 어디고 간에 성한 곳이 없을 것 같다. 그런데, 그런대로 잘 굴러가는 나라에서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다른 목소리를 내며 서로, 자기를 위해 잘 살고 있다.
이런 인간들에게 나직하게 충고한 사람이 철학자인 쇼펜하우어였다.

 

이렇듯 덧없이 지나가 버리는 삶 속에 고정된 것은 하나도 없다. 무한한 고통도 영원한 즐거움도 없다. 따라서 한결같은 인상, 오래 지속되는 열정, 한평생 변하지 않을 결심도 있을 수 없으며, 모든 게 시간의 흐름 속에 녹아 없어지고 만다. 시간의 분초分秒 작은 물질에 깃든 무수한 원자, 우리의 단편적인 행동 하나하나는 위대하고 용감한 것들을 썩게 만드는 치충齒蟲들이다.
세상에는 진지하게 대할만한 것이 없다. 세상은 먼지구덩이와 다름없는데, 그럴 가치가 있겠는가? 인생은 크고 작은 일을 그저 잠시 존속하는 것이다. 인생이 우리에게 무언가 약속했다 하더라도 이루어지지 않는 게 보통이며 이루어지더라도 우리에게 그 소원의 대상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것인가를 알려줄 뿐이다.
우리를 속이는 것은 우리가 희망한 것이기도 하다. 인생에 우리에게 무언가 주었다면 그것은 도로 찾아갈 수 있기 때문에 잠시 빌려준 것일 뿐이다. 먼 곳에 있는 대상이 주는 매력은 우리에게 낙원 같은 그리움을 불러일으키지만, 막상 거기에 이끌려가게 되면 환상처럼 사라져 버린다. 다시 말해 행복은 언제나 미래 아니면 과거 속에 있으며, 현재는 마치 햇살을 담뿍 받은 벌판에서 바라보는 한 조각 뜬 구름처럼 앞뒤가 환히 비쳐 보이지만 언제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쇼펜하우어의 <삶의 괴로움>에 실린 글이다.

 

인생은 하룻밤 가장 무도회냐.” 라는 대중가요 노랫말이 있다. 그런 인생을 일컬어 부평초같다고도 하고, ‘뜬구름같다고도 한다. 어찌 보면 다 맞는 말이다.

 

그렇듯 고정된 것은 하나도 없는, 이 지상에서 잠시 살다가 가는 인간,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삶인가, 알 수 없는 것이 이 세상이다. 아무 가진 것 없이 태어났다가 갈 때는 이무것도 가지지 않고 빈손으로 돌아간다. 그것을 잘 알면서도 끊임없이 재물과 권력을 탐하고 탐하다가 그가 지녔던 모든 자리, 그리고 10원짜리 하나도 가지고 가는 사람이 없다.
그것은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은 본래 누군가 한 사람의 것이 아니고, 잠시 지구라는 거대한 집에게 빌려서 살다가 가는 것이라서 그렇다.
그것이 이 지상에서 살다가 가는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이치다. 슬프지 아니한가?

 

2026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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