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일곱번째 서신 / 의자 - 조병화

작성자햇살편지|작성시간18.08.08|조회수71 목록 댓글 0

의자

의자

서른일곱번째 서신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입추(立秋)가 지나고 오늘은 말복(末伏)이라는데도 날씨는 이렇게도 덥습니다.
 어떻게 지내십니까. 이러한 무더운 날씨에 잠을 설치고, 이 생각 저 생각하다가 다음과 같은 시가 생겼습니다. 사실 요즘 늙는다는 것, 이 세상하곤 멀어져 간다는 것, 그러다가 세상 아주 떠나 버린다는 것 등, 소모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갑니다.
 이래서는 더 슬퍼지기만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이 늙으면
   먼저 그리움이 사라지더라

   그리움이 고요히 사라지면서
   사랑이 따라서 사라지더라

   사랑이 따라서 사라지면서
   꿈이 소리 없이 사라지더라

   꿈이 소리 없이 사라지면서
   몸이 공기처럼 비어 가더라

   몸이 공기처럼 비어 가면서
   아, 꽁꽁 숨겨 두었던
   너까지 쑥 빠져 나가더라.
                                          「사람이 늙으면」

 늙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이러한 형식으로 이렇게 시로 꾸며 본 거지요.
 인생이라는 것은 큰 그리움, 그 사람, 그 꿈이었는데 이렇게 늙어보니, 그리움도 점차 사라지고, 따라서 사람도 멀어지고, 따라서 그리움과 사람과 함께 그 많았던 꿈도 희미해져 버립니다.
 이러한 것이 하나가 되어 ‘너’로 뭉쳐 있었던 나의 힘도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면서 몸이 쑥 빠져 버리는 느낌입니다.
 욕망 ․ 정열 ․ 꿈, 이러한 것이 불타던 시절은 이미 찾아볼 수 없고, 가련한 헛몸만 남아서 비실비실 죽음을 기다리는 요즘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 청춘이여, 사랑이여, 다 가 버렸습니다. 그럼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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