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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예술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 법정 스님, 불일암의 사계절, 15년의 시간…최순희 사진

작성자boly|작성시간17.04.29|조회수497 목록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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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송광사 불일암의 봄 풍경을 찍은 최순희 작가의 작품.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 - 불일암 사계ㅣ법정, 맑고향기롭게(엮음) 지음ㅣ최순희 사진ㅣ책읽는섬



스님을 만나 오랫동안 잊었던 마음의 평화를 다시 찾았습니다.”
법정 스님의 자비와 최순희 할머니의 믿음이 만든 삶의 아름다운 풍경들

[책 소개]
법정 스님, 불일암의 사계절, 15년의 시간…
그 모든 것이 그녀의 삶을 어루만졌다


깊이 있고 절제된 문장을 통해 일상과 자연 속에 담긴 놀라운 깨달음을 전해 주는 법정 스님의 글과, 불일암을 십수 년 동안 오가며 그곳의 사계절과 소소한 풍경을 담은 최순희 할머니의 사진을 엮은 책이다. 한국 전쟁과 이념 대립이라는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을 운명처럼 떠안은 채 고통 속에 유폐되어 있던 한 여인이 법정 스님과 불일암을 통해 삶의 평온을 되찾아가는 시간의 흔적이 소담한 사진과 법정 스님의 유려한 글을 통해 되살아나고 있다. 아름다운 삶이 남긴 향기와 여운은 이토록 진하고 오래가는 것임을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리뷰]
불일암의 이름 모를 수행자


1979년 한 여인이 법정 스님이 머물고 있는 불일암에 나타났다. 법정 스님의 문도(門徒)들에게는 그다지 낯선 일이 아니었다. 법정 스님을 따르는 불자들이 적지 않았고, 3년 전에 펴낸 수필집 『무소유』가 널리 읽히면서 ‘팬’들이 심심찮게 찾아오던 터였다. 하지만 여인은 달랐다. 아침나절에 찾아온 그녀는 법정 스님에게 꾸벅 절을 하고는 암자의 잔일을 돌보다가 저녁이 되기 전에 총총히 산을 내려갔다. 잊을 만하면 찾아와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다가 서둘러 돌아가기를 되풀이했다. 법정 스님은 여인을 반기는 눈치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멀리하지도 않았다. 문도들은 그녀가 궁금했지만 속가의 일을 따지는 것은 수도자의 도리가 아니었다. 그저 나름의 수행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레짐작할 뿐이었다.
그렇게 한 계절이 지나고 두 번째 계절이 찾아왔다. 1년이 지나고 2년을 넘기고 십수 년의 시간이 쌓였다. 그 사이 여인에 대해서 하나둘 드러났지만, 불일암에서 그녀는 여전히 무명인(無名人)이었다.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비극이 새겨진 삶
그리고 아픔을 묵묵히 지켜봐주었던 법정 스님과 60번의 계절


그녀의 이름은 최순희.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를 다니고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엘리트 신여성이었다. 사회주의자였던 남편을 따라 북으로 향했던 그녀는 평양국립예술극장의 공훈배우로 활동하던 중 한국 전쟁 때 광주로 향하다가 국군의 반격으로 지리산에 숨어 들어가 남부군 문화공작대 문화부장으로 활동했다. 1952년 생포되어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남부군의 자수를 권유하는 삐라와 방송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전쟁이 끝나고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건만 그녀의 삶은 여전히 한국 전쟁 속에 유폐되어 있었다.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과 북에 두고 온 아들 때문에 그녀는 오랜 세월 고통스러운 시간에 갇혀 있어야만 했다.
1970년대 후반 법정 스님이 잡지에 기고한 글을 접한 최순희는 장문의 편지를 쓴 뒤 무작정 불일암으로 향했다. 이후 그녀는 시간이 허락될 때마다 불일암에 올랐다. 십수 년의 시간이 쌓이는 동안 그녀는 서서히 불일암의 일부가 되어갔다. 불일암은 최순희에게 상처를 치유하는 공간이었고, 법정 스님은 거의 유일하게 믿고 따를 수 있는 존재였다.

법정 스님과 불일암을 추억하다

최순희는 불일암을 오르내린 지 15년째 되던 1994년에 『불일암 사계』라는 사진집을 펴냈다. 소량만 만들어 시중에는 팔지 않고 지인들에게만 나누어준 비매품 도서였다. 이 책에는 자신의 삶을 더듬고 마음을 추스르는 동안 틈틈이 카메라에 담았던 불일암의 봄여름가을겨울이 담겨 있다. 처음 불일암을 오를 때 오십대 중반이었던 나이는 어느덧 이른 살이 되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펴낸 책의 서문에 이렇게 썼다.

불일암을 오르내리기 열다섯 해째입니다.
이젠 눈을 감아도 초입 풀섶에 이 계절 어떤 빛깔의 풀꽃들이 소담스레 피어 있을지도 환하게 떠오릅니다. 그러나 정작 법정 스님과 대화를 나눈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행여 수행 생활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워, 눈에 안 띄는 곳만 찾아 바람처럼, 그림자마냥 그렇게 다녀왔을 뿐입니다. 맑고 투명하게 살아가시는 법정 스님의 면모를 이 작고 보잘것없는 사진집으로부터 접하는 계기가 된다면, 더없는 기쁨이겠습니다.
이제껏 그래왔듯이 불일암은 앞으로도 두 다리의 힘이 성성할 때까지 변함없이 찾을 것입니다. 지나온 세월들을 부처님 전에 간절히 참회하면서, 이 책을 인연 있는 모든 분들께 바칩니다. 최순희 (1994년, 비매품 사진집 『불일암 사계』를 펴내면서)

나이 칠십에 이르러 법정 스님, 불일암과의 만남을 기념하며 사진집을 펴낸 이후 최순희와 불일암의 인연이 언제까지 이어졌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지리산 지킴이’였던 함태식 씨가 2002년에 출간한 책 『그곳에 가면 따뜻한 사람이 있다』에 소개된 뒤 몇 차례 언론의 주목을 끈 이후로 법정 스님과 불일암에 누가 될까 저어하여 발길이 뜸해졌을 것으로 추측할 따름이다. 최순희는 2015년 향년 91세로 세상을 떠났다.

법정 스님과 최순희 할머니의 아름다운 만남이 만든 책

새롭게 펴낸 책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 : 불일암 사계』는 최순희가 손수 찍은 오래된 사진과 법정 스님의 글을 엮은 것이다. 최순희의 사진 속 어디에도 법정 스님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그녀는 법정 스님을 자신의 카메라에 담는 것을 큰 실례로 여겼나 보다. 하지만 불일암의 구석구석과 사계절의 흐름 속에서 언뜻언뜻 법정 스님이 느껴지는 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 이유는 사진 속 모든 풍경에 법정 스님의 손길과 눈길이 머물렀기 때문일 것이다.
1994년에 『불일암 사계』를 펴내면서 최순희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서문의 간단한 인사말과 법정 스님의 글귀 몇 편을 조심스럽게 옮겨놓았을 뿐, 책의 모든 공간은 오롯이 불일암과 그곳에 담겨 있는 시간, 소박한 풍경에 내주었다.
이 오래된 사진첩 같은 책을 새롭게 꾸미면서 몇 가지를 덧붙였다. 첫 번째는 최순희의 사진에 어울릴 만한 법정 스님의 글을 짝을 지어 배치한 것이다(이 작업은 맑고 향기롭게 재단에서 진행했다). 깊이 있고 절제된 법정 스님의 수필 속 문장들은 따로 떼어놓으면 그대로 시가 된다. 소소한 일상과 자연 속의 지극히 당연한 이치들이 법정 스님과 만나면 크나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리고 소설가 정지아의 글을 덧붙였다. 부모가 최순희와 함께 지리산 남부군으로 활동했던 인연으로 인해 오래전부터 최순희와 알고 지냈던 소설가 정지아는 한 시대의 비극이 새겨진 아픈 삶을 짧지만 강렬한 필치로 그려내어 책의 무게와 감동을 더해주고 있다.

참된 수행자 법정 스님이 남긴 사라지지 않을 향기

앞서 밝혔듯, 최순희의 사진 속 어디에도 법정 스님은 없다. 어쩌면 그녀의 카메라 앵글은 일부러 법정 스님을 비껴갔을지도 모른다. 그 조심스러움은 법정 스님을 향한 존경의 한 표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굳이 눈으로 사로잡아두지 않아도 얼마든지 마음으로 품을 수 있다는 넉넉한 믿음이기도 했을 것이다.
이 책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는 묵묵히 지켜봐주고 조용히 곁에 머물렀던 두 사람의 마음이 빚은 책이다. 근현대사의 아픔을 삶의 생채기로 안고 살아야 했던 한 여인과, 그 상처를 묵묵히 어루만져주었던 아름다운 만남이 소담한 사진과 법정 스님의 유려한 글을 통해 되살아나고 있다.
그리고 한 가지 깨닫게 된 것은, 삶을 아름답게 살아낸 사람의 향기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법정 스님의 입적 이후, 오히려 살아서는 알려지지 않았던 고귀한 행적들이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에 의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어쩌면 법정 스님은 아직 우리를 떠나지 않았고, 우리 역시 그를 떠나보내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사진에 담은 법정 스님 발자취…'불일암 사계' 재출간 [연합뉴스] 2017.04.26



"불일암을 오르내리기가 열다섯 해째입니다. 이젠 눈을 감아도 초입 풀숲에 이 계절 어떤 빛깔의 풀꽃들이 소담스레 피어 있을지도 환하게 떠오릅니다."

최순희(1924∼2015) 작가는 1994년 펴낸 사진집 '불일암 사계의 머리말에서 이같이 말했다.

조계산 송광사의 암자인 불일암은 '무소유'의 참된 가치를 일깨워준 법정(1932∼2010) 스님이 머물렀던 곳이며 최 작가는 이곳 불일암의 꽃과 나무, 눈 내린 풍경 등을 사진에 담아 '불일암 사계'를 출간했다.

하지만 시중에 판매할 목적이 아니라 지인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소량 제작된 탓에 '불일암 사계'는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다만 애서가들 사이에 입소문을 통해 알려지며 인기를 끌었다.

신간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 : 불일암 사계(읽는섬. 216쪽. 1만4천 원)'는 최 작가의 사진집에 법정 스님의 글을 더해 재출간한 책이다.

법정 스님의 유지를 받드는 시민모임인 '맑고향기롭게'는 '불일암 사계'의 사진에 어울리는 법정 스님의 수필 속 문장을 선별해 짝을 지어 배치했다.

작가 최순희는 이태의 소설 '남부군'에 등장하는 '최문희'의 실존 인물로도 유명하다. 1924년에 태어난 그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일본 유학을 다녀온 엘리트 여성이었다.

시인 김영랑의 동생 김하식과 결혼한 뒤 남편을 따라 북으로 올라가 평양국립예술극장의 공훈배우로 활동하기도 했다.

한국전쟁 때 지리산에 숨어 들어가 남부군 문화지도원으로 활동하던 중 국군에 생포됐다. 하지만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과 북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평생을 고통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1970년대 후반 법정 스님이 잡지에 기고한 글을 읽고 스님에게 장문의 편지를 쓴 뒤 불일암으로 향했고 스님과의 인연으로 삶의 평안을 조금씩 회복했다. 이 책에는 자신의 삶을 더듬고 마음을 추스르는 동안 틈틈이 카메라에 담은 불일암의 봄·여름·가을·겨울이 담겼다.

1994년 '불일암 사계'를 낸 이후 좀체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는 2015년 91세로 세상을 떠났다.

또 이 사진집에는 법정 스님의 모습이 직접 보이지는 않지만, 불일암의 구석구석에서 법정 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기운이 느껴진다.

최순희 작가는 '불일암 사계'의 초판 서문에서 "행여 수행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워, 눈에 안 띄는 곳만 찾아 바람처럼, 그림자마냥 그렇게 다녀왔을 뿐이다"며 "맑고 투명하게 살아가시는 법정 스님의 면모를 이 작고 보잘것없는 사진집으로부터 접하는 계기가 된다면, 더없는 기쁨이겠다"고 밝혔다.




법정과 빨치산 여인의 `인연` [매일경제] 2017.04.26

사진집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라` 최순희가 찍은 송광사 불일암과 법정스님의 주옥 같은 산문



1979년 법정스님이 머물고 있던 송광사 불일암에 한 여인이 찾아온다. 있는 듯 없는 듯 암자에 머물다 가기를 수년. 사람들이 그에 대해서 알 게 된 것은 세월이 한참 지나서였다.

그의 이름은 최순희. 이화여대를 나와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그는 사회주의자였던 남편을 따라 북으로 갔다가 우여곡절 끝에 빨치산 남부군이 된 비운의 주인공. 고통스러운 삶을 살던 그는 불일암에 와서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

그는 불일암에 올 때마다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꽃과 풀, 장독대, 처마 끝 등 그가 찍은 사진들은 대단한 예술작품은 아니지만 한 컷 한 컷 깨달음으로 마무리됐다.

비매품으로 발간된 적이 있기는 하지만 거의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던 최순희의 불일암 사진을 모은 사진집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라'가 출간됐다. 오래된 사진 속에서는 금방이라도 법정스님이 걸어 나올 것 같다. 책에는 최씨의 사진과 법정스님의 글이 짝을 이뤄 수록되어 있다. 불일암 창문 밖으로 신록의 푸른 산이 펼쳐져 있는 사진 옆에는 이런 글이 수록되어 있다.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또 다른 의미이다."

법정스님은 2010년, 최씨는 2015년 세상을 떠났다. 두 사람의 인연은 이제야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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