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yal Bath로 돔형 유황온천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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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세기 그루지야의 동부 이베리아왕국을 지배하던 바흐탕왕(King Vakhtang Gorgasali)은 도읍 므츠헤타(Mtskheta)를 벗어나 근교로 사냥을 나섰다..... 왕이 자신의 오른 손목에 앉은 매에게 신호를 보내자 순식간에 비상하여 하늘로 치솟아 오르더니 므츠크바리(Mtskvari)강 절벽 위를 날아가는 꿩을 향해 수직으로 하강하여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으로 낚아챈 후 사선을 그으며 왕을 향해 자랑스럽게 사냥감을 떨어뜨렸다. 이에 왕은 환호하는 수행원들에 둘러싸인 채 말을 타고 꿩이 떨어진 곳을 향했으나 꿩은 이미 뜨거운 온천수에 빠져 잘 익은 요리가 되어 왕의 식탁에 올라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또 다른 전설로는 왕이 사냥하러 왔다가 사슴을 만나 시위를 당겨 화살을 명중시켰는데 심하게 다친 이 녀석이 뜨거운 온천수에 몸을 담그자마자 놀랍게도 상처가 치유되어 곧 바로 뛰쳐 나와 줄행랑치는 것이 아닌가?..... 왕은 이를 길조라 여기고 왕국의 수도를 이곳으로 옮기도록 명령하였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트빌리시'의 탄생에 얽힌 설화로 제가 좀 더 리얼하게 각색한 것입니다만 우리나라에서 유황성분이 가장 강한 곳으로 알려진 도고온천에도 역시 학이 온천수로 다리를 치유했다고 하는 비슷한 ‘학다리 전설’이 전해지고 있군요. 사실 트빌리시에 가면 구시가지 중심에 아바노투바니(Abanotubali)라고 하는 지역이 있는데 이 곳이 바로 유명한 유황온천욕을 할 수 있는 구역으로 그루지아어로 '트릴리'가 뜨거운이란 뜻이고 '아바노스'가 목욕이란 의미입니다. 이 지역에 언제부터 온천욕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문헌에 따르면 13세기에 이미 65개의 온천이 개발되었다는데 이는 동방견문록의 저자 마르코폴로가 1298년 겨울 그루지야를 방문 중 눈 덮힌 코카서스산맥을 배경으로한 '아름다운 트빌리시'를 묘사하면서 이 곳 온천을 언급한데서도 당시의 인기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 후 수 많은 외침으로 파괴와 재건이 반복되면서 마침내 악명 높은 페르시아의 왕 샤 압바스(Sha Abbas)가 17세기초 트빌리시를 점령했을 때 '아바노투바니' 지구에 오늘날 볼 수 있는 아라비아식 돔의 온천욕장 원형을 선보였다 합니다. 이 때 '샤'가 메테히(Metekhi)다리 근처에 상징적으로 세웠던 그루지야 최초의 모스크('시아파')는 유감스럽게도 1950년 베리아의 종교 탄압으로 파괴되었고 나리칼라(Narikala)요새 아래로 푸르고 흰 첨탑과 벽돌 미나레가 보이는 모스크('수니파')는 원래 18세기 오스만터키 치하에 세워진 것을 1864년 재건한 것으로 트빌리시에 현존하는 유일한 회교사원입니다.
19세기에 와서는 온천 주인의 이름을 딴 온천욕장이 유행하기 시작했다는데 블루베스(Blue Bath)로 알려진 푸른 타일의 중앙아시아 풍의 오르벨리아니(Orbelianai)와 벽돌로 만들어진 돔 형식으로 가장 오래된 Irakli Bath를 포함 Bebutov, Zubalov 와 Sumbatov 등이 아직까지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1829년 러시아의 시인 푸쉬킨이 그루지아에 머물면서 '블루베스'를 자주 이용하였다는데 이 곳을 잊지 못해 "내 생애에서 트빌리시 온천욕은 러시아나 터키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화려함 자체였다."고 극찬하였고 1858년 트빌리시를 방문한 프랑스 극작가 알렉산더 듀마 역시 유황온천욕과 마사지에 반하여 "왜 환락의 도시 파리에는 이와 같은 목욕탕이 없는가?" 하며 한탄하였답니다.
이 곳 현지인에 따르면 20세기초 그루지야가 소비에트의 일개 공화국이 되면서도 국유화 된 유황온천은 여전히 그루지아인을 포함한 소련인민의 사랑을 받아왔으나 1960~70년대 이 지역에 대한 잦은 유정탐사와 트빌리시 지하철 건설을 위한 터널공사 등으로 온천수가 말라 버리는 바람에 이제는 새로운 온천정을 찾기가 어려워 '아바노투바니'가 더 이상 옛날의 영화를 누리기가 힘들다는 설명입니다.
자 이제는 제가 자주 찾는 Royal Bath 온천욕장(위사진)으로 한번 들어가 보실까요? 유일하게 지상에 세워진 '블루베스'(아래사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벌집모양의 돔을 통해 뜨거운 열기와 수증기를 배출하는 지하 목욕탕입니다. 지하계단을 따라 내려 가면 바로 ?은 달걀(?)에서 나는 둣한 유황냄새가 코를 찌르는데 입구 카운터에서 계산한 후 수건과 비누를 받으시고 이 때 탕에서 마실 따뜻한 차나 시원한 음료를 주문하거나 원하면 마사지도 함께 신청하시면 됩니다. 이용료는 시설과 방 크기에 따라 차이가 나나 사우나와 욕탕이 갖추어진 개인룸은 1시간에 보통 20~30불정도 이고 마사지는 1인당 10불 내외 입니다.
안내를 받아 예약된 개인룸에 들어가 탈의실에서 옷을 벗고 2~3명이 동시에 들어 갈 수 있을 정도 크기의 탕에 들어가 우리식으로 때(?)를 불립니다. 짙은 녹색 온천물에 몸을 담그면 비릿한 유황과 증기에 숨이 막히면서 순간적으로 탄성이 터져 나옵니다. 그리고는 옆에 있는 찬물로 샤워한 다음 바로 나무로 꾸며진 러시아식 사우나로 들어가면 이미 불에 잘 달궈진 돌더미에서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데 이 때 찬물 한 바가지를 부어 주면 '칙' 하는 소리와 함께 더운 수증기가 온몸을 덮습니다.
잠시 열기를 식히기 위해 탈의실로 돌아와 준비된 시원한 맥주를 한잔하고 일행과 담소하는데 이는 러시아식 사우나 '바뇨'에서도 똑 같이 경험할 수 있는 즐거움입니다. 사실 유사한 터키식 하맘(Hammam)과 다른 점은 그루지아 유황온천욕장에서는 대중탕이라도 완전히 벌거벗은 채로 탕에 입장할 수 있으며 단순히 목욕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준비해 간 음식과 음료를 먹으며 편안하게 대화 가능한 '사교의 장'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 입니다. 이제 다시 탕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근육질의 아저씨가 수영팬티만 입고 들어와서 탕 옆에 있는 하얀 대리석 침대에 손님을 눕히고 마사지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말이 '마사지'이지 실제로는 '목욕타올' 대신 말털로 만들었다는 그루지아식 때밀이 벙어리장갑을 끼고 사정없이 온몸을 박박 문지르는데 영락 없는 '한국식 때밀이'입니다. 그리고 나서 때밀이 아저씨는 신기에 가까운 솜씨로 '비누거품'을 만들어 상처난(?) 피부를 부드럽게 마사지 해줍니다. 마치 여름날 뜨거운 태양에서 일광욕 한 후 벗겨진 살갖을 부드러운 오일로 감싸듯이...
이제 거칠었던 제 피부가 미끌미끌하고 촉촉해졌을 뿐아니라 여행에 찌든 피로가 말끔이 가셔졌고 몸도 가뿐해 졌습니다. 물론 온천욕 내내 미처 손가락에서 빼지 못해던 은반지도 유황을 흠뻑 먹었는지 그새 검푸른 색으로 변했지만 그 날 이후로 제가 생각하는 때밀이의 원조(?)는 더 이상 한국이 아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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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사진은 그루지아식 때밀이 벙어리장갑
아래는 Blue Bath와 뒤로 보이는 것은 Mosque입니다.
트빌리시에 관해서는 아래 에세이 http://blog.daum.net/gvino/12 와 아바노투바니에서 민속춤을 추는 동영상 http://blog.daum.net/gvino/105 를 참조하세요
...원래 Tbilisi란 말 뜻은 그루지야 옛 말로 "따뜻한 곳"이란 의미로 중세부터 오랫동안 터키를 중심으로 한 주변국가에서는 이곳을 Tiflis로 불렀다 하는데 5세기 말 이 도시를 세운 Vakhtang Gorgasali 왕의 전설과도 얽혀있습니다. 지금도 구시가지 Abanotubani 에는 수세기 동안 정복자들도 꼭 들렀다는 유황온천이 자리 잡고 있는데 실제로 이 곳은 19세기 초 러시아 시인 푸시킨이 Tiflis에 머물 때 자주 이용하며 극찬했었던 곳이며 그로부터 약100년후 20세기 초 "알리와 니노"의 두 주인공이 소설속에서도 찾았던 유명한 명소이기도 합니다.물론 저도 또 한세기 지난 21세기 초 이 곳을 찾아 온천욕하는 행운을 가졌음은 말할 것도 없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