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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오솔길

라벤더꽃이 필 때 / 이형권

작성자루미 530|작성시간26.06.17|조회수54 목록 댓글 0

라벤더꽃이 필 때

 

 

이형권

 

 

 

 

보랏빛은 슬픈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꽃밭에 가면 마음이 들뜨기 마련이지만

보랏빛 라벤더밭에 가면

발길이 멈춰지고 마음이 서늘해진다

아련한 기억 속의 바람 한 줄기가 살아나

가슴 한 곳을 스치고 간다

 

나의 생은 어느 길목을 지나가는 것일까

아침에 또 한 사람의 부고가 날아왔다

그의 향기는 라벤더꽃처럼 깊고 슬펐지만

소멸은 무정하고 냉정한 법

잠시 피었다 지는 꽃처럼 잊힐 것이다

 

2천 미터의 고봉이 펼쳐지는 설산에 가면

한 철을 짧게 살다 가는 꽃들의 나라가 있다

시린 눈송이들이 후두둑 떨어지고

홍적기의 밤처럼 무거운 침묵이 흐를 때

그 시간의 파문을 견디며 살아난 꽃들이

축일을 열고 어여쁜 노래를 부른다

 

생은 눈부시게 피었다가 소멸하는 꽃들과 같으리라

 

 

 

 

 

 

 

 

 

📷

사진 / 이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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