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선의 시간
김혜자
여명 속 닻배가 우직한 몸 일으키며
붉은 바다 껴안고 파도 소리를 채운다
해무 속 만선의 언어 한 곳만 보고 직진이다
근육질의 그물코가 집어등 불빛 업고
금빛 조기에 황석어 갯장어에 멸치까지
갈매기 바쁜 입질로 은빛 무늬 낚는다
해풍이 파도를 달래 돌아오는 뱃길 열고
어창에 가득 채운 그리움이 낙찰되면
간절함 배인 몸짓들 바다를 향해 출렁인다
어슬녘 내리는 겨울비에
김혜자
새들이 머문 자리에 젖은 울음 떠다니고
잎 떨군 생채기로 나무들이 앓는다
묵힌 채 마음 쓰던 일
바람이 되어 글썽인다
빗소리 낮게 깔리며 기억의 뒤편 두드린다
그리운 것들 빠르게 헐거워져 허허로운
어슬녘 내리는 겨울비
사랑이었나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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