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과 열정 사이/월광 오정현
누가 나를 단두대 위에 세울 것인가
첫사랑은 끊임없는 열정을 주고
허락되지 않은 사랑은 바닷물처럼 마셔도
해소되지 않은 갈증을 느끼게 하여
끝내는 자신을 태워버리고야 마는
집착이 풀숲처럼 자라났다
세월의 무덤이 산처럼 쌓이고
서늘한 바람이 마음을 흩어지게 하였고
내가 바라는 모든 것을 집착이라
부른다고 해도 좋아라
누가 나를 이슬로 사라져 버릴
단두대 위에 세울 수 있는가
무모하리만큼 어리석은 인생은
집착과 열정 사이에서
늘
갈망하게 한다
서서히 사막이 되어가는
자신을 끌어안으며.
개미 /월광 오정현
아침은 빛의 아우성이다
닫혀있는 문을
빛의 파장으로 거세게 밀어내면
웅덩이 안에서 웅크리고 있는
구겨진 다리는
온 힘을 다해 몸을 일으켜 세운다
동여맨 허리춤에는 태어날 때부터
부모가 나에게 던져준
더럽고 추잡스러운 유산 같은 밥통을
보물 인양 꼬옥 껴안고
다시 하루를 시작한다
녹아드는 희망이라는 놈이
골수가 핏물처럼 흐르는 것도 잊어버리고
가지로 뻗쳐있는 생의 물길 따라
서서히 스며들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밀물로 가득 찬 푸른 하늘 위로
날아가는 새들이
아슬한 경적을 울리며 수직으로 하강하다
어깨를 짓누르는 빛을 쪼아 먹는다
허무에 찬 눈망울이
붉은 석양의 잔해 속으로
사라져 가는 새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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