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가치갈등 상황과 콜버그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이론은 인지적 요인을 중시한다. 콜버그는 교육에서 도덕적 추론능력 혹은 도덕판단 능력을 신장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토론식 수업을 제안했으며, 이것의 효과를 여러 연구에서 입증하였다. 그는 학교에서 도덕성을 직접 심어줄 것이 아니라, 학생의 도덕성 판단 단계에 맞게 소집단을 형성하여 도덕성 문제 및 도덕적 가치 갈등에 대하여 토론을 하게 함으로써 도덕성이 하위단계에서 다음 상위단계로 발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학생은 자신의 현재 도덕성 단계보다 한 단계 상위단계는 이해할 수 있으며, 보다 상위단계의 판단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 가치갈등상황 1: 하인즈가 약을 훔치다
- 유럽의 한 부인이 특수한 종류의 암을 앓아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그 부인의 병을 치료하는 데는 오직 한 가지 약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 약은 같은 마을에 사는 어느 약사가 최근에 발명한 라디움 종류의 약이었다. 그 약을 만드는 데는 원가가 상당히 비싼데다가, 그 약사는 약값을 원가의 10 배나 요구하였다. 라디움을 200 달러에 구입해 가지고 그 조그만 약을 2,000 달러에 팔려고 한 것이다. 병든 부인의 남편인 하인즈는 돈을 구하기 위해 아는 사람들 모두 찾아 다녔으나 그 약값의 절반밖에 안 되는 1,000 달러밖에 마련하지 못했다. 할 수 없이 하인츠는 그 약사에게 가서 자기 부인이 죽어가고 있다고 설명하고 그 약을 1,000 달러를 받고 싸게 팔거나, 아니면 외상으로라도 자기에게 팔아주면 다음에 그 돈을 갚겠다고 간청했다. 그러나, 그 약사는 “안 됩니다. 그 약은 내가 발명한 약인데, 나는 그 약으로 돈을 벌어야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절망에 빠진 하인즈는 결국 약방을 부수고 들어가서 자기 부인을 위하여 그 약을 훔쳐내었다. -
콜버그는 소년들의 도덕적 추론구조를 알아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였다.
․남편은 약을 훔쳤기 때문에 벌을 받아야만 하는가? ․약제사는 그렇게 터무니없이 비싼 약값을 요구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가? ․약제사가 부인을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하는 것은 정당한가? ․만약 정당하다면 그리고 부인이 중요한 인물이었다면, 약제사를 더 심하게 처벌해야 할까?
콜버그는 질문에서 단순하게 ‘예’ 혹은 ‘아니오’라는 응답에 관심을 둔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도덕적 논리에 관심을 두었다.
1) 제 1 수준: 인습 이전 수준 도덕적 선악의 개념은 있으나, 준거는 권위자의 힘이나 개인적 욕구에 관련시켜 해석한다.
(1) 1 단계(주관화 - 복종과 처벌지향) 하인즈가 약을 훔치는 것은 벌을 받게 되기 때문에 잘못이라고 판단한다. 권위자의 벌을 피하고, 권위에 복종한다. 3세 ~ 7세에서 나타나는 이 단계는 벌과 순종을 지향한다.
‘시험 중에 컨닝하는 친구를 고자질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질문을 받는다면, 이 나이 또래의 어린이는 “차라리 말하겠어. 그렇지 않으면 매 맞을 거야.”라고 말한다. (* 그 사람 말을 들어야 돼요. 안 들으면 혼나요.)
(2) 2 단계(상대화 - 상대적 쾌락주의) 약을 훔쳐서라도 하인즈는 자기 아내의 생명을 구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시기이다. 자신의 욕구충족이 도덕 판단의 기준이며, 욕구 배분의 동기는 있으나 자신의 욕구충족을 우선으로 한다. 올바른 행위는 자기 자신의 필요나,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행위이다. 인간관계는 일종의 교환 관계로 간주된다. 공정성, 상호성, 또는 공정한 분배 등의 개념이 나타나지만 이것은 반드시 실용적인 관점에서 해석될 뿐이고, 신의를 지킨다든가, 감사를 느낀다든가, 공정을 기한다든가 하는 생각과는 거리가 멀다. 8세 ~ 11세의 어린이에게 나타나는 이 단계는 순진한 도덕적 상대주의(naive instrumental relativism)라 할 수 있다.
앞 선 질문에 대하여 어린이는 오히려 다음과 같이 답변할 것이다. “그 아이와 잘 지내기 위해 고자질하지 않겠어요.” (* 한 마디로, ‘좋은 게 좋은 거다.’ 나도 좋고, 너도 좋고, 모두 좋으면 된다.)
2) 제 2 수준: 인습 수준 - 타율적 도덕성 자신이 속한 집단의 기대나 기준에 맞추어 행동하는 것을 이상으로 여기며 사회질서에 동조하고자 하고 힘 있는 사람과의 동일시를 하려 한다. 다른 사람의 상호작용을 고려한 사회 지향적 가치기준을 갖는다.
(3) 3 단계 (객체화 - 착한 아이 지향) 하인즈가 약을 훔치는 것은 약사의 권리를 침해하여 남에게 해를 끼치기 때문에 옳지 못하다고 판단한다. 대인 관계 및 타인의 승인을 중시한다. 청소년은 다른 사람의 관점과 의도를 이해할 수 있고 고려할 수 있다.12세 ~ 17세의 청소년에게 나타나는 이 시기는 상호 인격적 일치를 바탕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행동에 동화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정의는 다른 사람을 부정하고 해치지 않는 것으로서, 옳은 것에 대한 인습적 형상(image)을 포함한다.
(4) 4 단계 (사회화 - 사회질서와 권위 지향) 법은 어떤 경우에도 지켜져야 하기 때문에 하인즈의 행동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판단하는 시기이다. 법과 질서를 준수하며, 사회 속에서 개인의 의무를 다한다. 18세 ~ 25세의 시기에 주로 나타난다. 이 단계에서는법과 질서가 호소력이 있다.
친구의 비행을 말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그 행위가 법을 어겼는가, 또는 공공의 질서를 심각하게 방해하였는가’이다. 정의는 자신의 의무를 행함으로, 자기 자신의 사회적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소수의 권리에 대한 예리한 감각은 없다.
3) 제 3 수준: 인습 이후 수준 - 자율적 도덕성 자신의 가치관과 도덕적 원리원칙이 자신이 속한 집단과 별개임을 깨닫게 되면서 개인의 양심에 근거하여 행위를 하게 된다.
(5) 5 단계 (일반화 - 민주적 법률) 하인즈가 약방문을 부수고 들어간 것은 잘못이나 인명을 구하기 위한 일이므로 용서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시기이다. 인간으로서의 기본원리에 따라 행동한다. 사회적 책임으로서의 공리주의, 가치기준의 일반화를 추구한다. 25세 이상의 시기에 나타난다. 이 단계의 사람들은 신념이 서로 다른 사람들의 상호 유익을 위하여 합의를 시도하는 동시에 개인의 권리가 인정되는 것에도 관심을 갖는다.
친구의 비행을 말할 것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는 이제는 그 친구가 그 행위를 하게 된 이유에 달려 있게 되고, 보다 넓은 공동체에 끼칠 영향력을 고려하게 된다.
(6) 6 단계 (궁극화 - 보편적 원리) 법이나 관습 이전에 인간 생명이 관여된 문제이며, 생명의 가치는 무엇보다도 우선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보편적 도덕원리를 지향한다. 이 단계에서는 보편적 도덕의 원칙을 인식하여 스스로 선택한 도덕 원리, 양심의 결단에 따른다. 사회적 질서에 대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회와 모든 사람을 결속시키는 도덕적 원칙에 대한 존중이 극에 달하게 된다. 진실을 말하는 것은 인간관계의 지고의 측면에 인도하기 때문에 의무적이다. 모든 주장을 동등하게 생각하는 것이 정의이며, 모든 사람이 결코 수단으로만 여겨지지 않고 목적으로 여겨진다. 이 단계는 극히 소수만이 도달하게 되므로 나이를 정할 수 없다.
(7) 7단계 : 우주적 영생을 지향하는 단계 콜버그는 말년에 7 단계를 추가했다. 그것은 도덕 문제는 도덕이나 삶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우주적 질서와의 통합이라고 보는 단계이다. 예수, 간디, 마틴 루터 킹, 공자, 소크라테스, 칸트, 본 회퍼, 테레사 등의 위대한 도덕가나 종교지도자, 철인들의 목표가 곧 우주적인 원리이다. 우주적인 원리는 ‘내가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 등에 나타난다. 생명의 신성함, 최대다수를 위한 최선의 원리, 인간 성장을 조성하는 원리 등이 우주적인 원리에 속한다.
* 가치갈등상황 2: 시험 시간의 부정행위
- 수학 시험 시간이다. 주관식 한 문제가 아무리 해도 풀리지 않는다. 어제 저녁에 한번 풀어봤는데 해법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시간이 다 되어간다. 그런데 그 문제를 풀던 연습장이 쉽게 손닿는 곳에 있다. 감독 선생님의 눈도 피할 수 있다. 이 시험은 내신 성적에 반영되는 중요한 시험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
1 단계 : 만약 발각되어 처벌받을 위험성이 전혀 없다면 부정 행위를 하겠다고 말 할 수 있다. 또는 감독 선생님의 눈을 피할 수 있다 해도, 만에 하나 발각되면 선생님으로부터 매를 맞는 등 신체적 고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부정 행위를 안 하겠다고 말할 수도 있다.
2 단계 : 내신 상의 불이익을 받을까 봐 부정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말할 수 있다. 또는 내가 부정 행위를 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다른 학생의 내신이 불리해져도 나의 내신만 높이면 된다고 생각하고 부정 행위를 할 수도 있다.
3 단계 : 선생님에게 발각되지 않아도 옆의 친구들이 보고, 나를 부정 행위 잘하는 놈이라고 놀려댈까 봐 하지 않을 수도 있다.
4 단계 : 처벌에 상관없이, 나에게 이익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 상관없이,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에 상관없이, 부정 행위를 하는 것은 일종의 속임수이며 교칙에도 어긋나기 때문에 무조건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여 안 할 수 있다.
5 단계 : 단순히 교칙이나 사회 규범에 어긋나기 때문이 아니라, 부정 행위가 사회에 보편화되면 사회구성원들이 살기 힘들게 될 것이라는 넓은 시야에서 생각하고 부정 행위를 안 할 수도 있다.
6 단계 : 극히 일부의 철학자들에게나 나타나며, 보통 사람들에게는 별로 나타나지 않는다.
* 가치갈등상황 3: 형과 아우
- 형과 아우가 있었다. 형이 아버지에게 캠핑 갈 돈 50 달러를 주십사 했을 때 아버지는 “네가 50 달러를 벌어서 가라”고 말씀하셨다. 형은 그 50 달러를 벌려고 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도중에 아버지가 갑자기 마음을 바꾸어, 번 돈을 모두 내놓으라고 하셨다. 형은 일을 마친 뒤에 아버지에게는 10 달러 밖에 벌지 못했다고 하고 그것만 아버지에게 드렸다. 그러나, 이것은 거짓말이었다. 형은 나머지 40 달러로 캠핑을 가면서, 동생에게는 사실대로 이야기를 했다. 동생은 어버지에게 형의 거짓말을 일러야 할 것인가, 아니며 이르지 말아야 할 것인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
* 가치갈등상황 4: 아버지와 딸
- 아버지와 어떤 굳은 약속을 한 어느 소녀의 이야기가 있다. 소녀는 성격이 활달하고 모험을 좋아하기 때문에 험한 언덕에도 가고 꽤 높은 나무에도 오르기를 좋아한다. 그러다가 하루는 자기의 키보다 두 배나 높은 나무에서 떨어져 크게 부상을 입었다. 저녁에 집에 들어간 소녀는 아버지로부터 크게 꾸중을 듣고 이제부터는 다시 나무에 오르지 않기로 약속을 하였다. 그리고 소녀는 더 이상 나무에 오르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어느 날 소녀는 친구들과 함께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소나무의 가지가 반쯤 꺾어져 있는 틈에 어린 고양이가 끼어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소녀와 함께 있던 아이들은 고양이를 구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무도 나무에 올라가려고 하지 않았다. 나무에 오를 수 있는 아이는 그 소녀밖에는 없었다. 고양이도 생명이니 구해야 한다는 마음은 있지만 아버지와의 약속을 어긴다고 생각할 때 소녀는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 내가 그 소녀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
* 가치갈등상황 5: 부모의 도리, 자식의 도리
- 어느 가난한 농부가 있다. 그 농부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고등학교에 보내기 위하여 몇 년 동안 열심히 일하면서 절약하고 저축하여 적어도 고등학교 3년을 어렵게나마 끝낼 수 있는 학비를 간신히 마련하였다. 공부를 못해 본 농부 부부는 아들에게 고등학교 교육을 꼭 시키고 싶었다. 그 학비를 장만하기 위하여 갖은 고생을 다 했으며, 아들도 열심히 공부하여 고등학교 진학시험에 합격하였다. 온 가족은 그들의 노력의 대가로 받게 된 기쁨을 감출 길이 없었다. 그러나 아들과 그들이 기쁨을 누리고 있는 순간, 농부는 그 형님으로부터 불행한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것은, 농부의 어머님이 위독하여 병원에 가야 하겠으나 형님 혼자의 힘으로는 감당할 길이 없으니 그 병원비를 나누어 부담하자는 애절한 사연이었다. 그 농부가 도와야 할 액수는 그가 모은 아들의 학비 절반이 훨씬 넘는 엄청난 것이었다. 그 비용을 감당한다면, 아들을 고등학교에 보낸다는 생각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농부는 고을에서 이름난 효자였으며, 평생 동안 부모님을 잘 섬겨 온 마을의 모범이 되었던 사람이다. 이때 농부는 늙으신 어머님의 생명을 건져야 하느냐, 아니면 자기 아들의 창창한 장래를 생각해야 하느냐의 문제를 두고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만약 내가 그 농부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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