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대부분의 선생님들께서는 중․고등학교나 대학 시절에 플라톤의 대화편 한두 권을 읽었을 것입니다. 저는 오늘 플라톤의 대화편 중에서 우리 교육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한 편을 다시금 음미해보고자 합니다. 그것은 바로 너무나도 유명한 『메논』입니다. 대학에서 교육학 원론이라도 들은 사람이라면 ‘산파술’이나 ‘소크라테스의 대화법’ 등을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메논』은 바로 그러한 ‘교육적 대화’의 원형을 담고 있는 고전 중의 고전입니다. 그래서 서양의 교육철학자들은 『메논』으로부터 교육적 논의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메논』은 소크라테스적 대화법에 의한 교수(teaching)의 구체적 사례를 담고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 대화법 시범은 ‘메논의 패러독스’라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메논의 패러독스가 등장하게 되는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화편 『메논』은 메논이라는 젊은이가 소크라테스에게 “덕(virtue)은 가르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함으로써 시작되는 일련의 대화를 담고 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이 질문에 답을 얻기 전에 먼저 “덕이란 무엇인가?”를 밝혀야 한다고 하면서 메논에게 덕에 대해 정의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메논은 여러 차례 시도를 했지만 덕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데 실패하고 소크라테스에게 자신의 무지(無知)를 드러내고 맙니다. 메논은 자기가 궁지에 몰리자 소크라테스에게 당시에 유행하던 궤변 하나를 내놓게 됩니다. 그것은 “학습이나 탐구에 의해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메논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제시합니다.
“우리가 x가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하는 모든 경우들은 우리가 x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면 새롭게 알아내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탐구의 결과로 만약 우리가 x를 만나게 된다 하더라도 우리는 우리가 만난 것이 원래 우리가 찾던 x인지 알 수 없다.”
소크라테스는 이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자신의 학습이론 곧 '회상설(theory of recollection)'을 내놓습니다. 곧 학습이란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가 전생(前生)에서 학습한 것을 회상해내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이러한 주장을 증명해보이기 위해 일자무식이었던 노예소년이 기하학의 정리(theorem)를 도출해내는 대화법 시범을 보이게 됩니다. 이 대화의 과정은 일찍이 미국에서 ‘학문중심 교육과정’ 논의가 한창 이루어졌던 60-70년대에 브루너(J. S. Bruner)가 언급함으로써 널리 알려졌습니다.
교사인 소크라테스와 학생인 노예소년이 대화의 과정을 통해 어떻게 학습을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교육적 대화의 원형으로 인류에 회자되는 것이 바로 이 장면입니다. 이 대화의 과정에서 교사는 학생의 수준에 알맞게 질문을 던져서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고, 답을 하게 합니다. 물론 학생의 답은 처음에는 매우 거칠고 틀린 답입니다. 소크라테스는 다시 학생에게 질문을 하여 그 다음 단계의 생각을 해보도록 이끌어 줍니다.
그래서 끝내는 교사의 입이 아니라 학생의 입으로 옳은 답을 말하게 하는 완벽한 학습의 과정은 보여줍니다. 이 과정은 학생의 머리 속에 들어있는 옳은 답을 잘 유도하여 찾아내게 하는 것이 마치 산파가 산모로부터 아기를 받아내는 과정과 같다고 하여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이라고도 불립니다.
이러한 『메논』의 내용은 사실 오늘날의 교육적 아이디어들, 학습자 중심, 탐구학습, 토론과 대화법 등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은 대화 상대자들 간에 이루어지는 편안한 감정의 교류와 같은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대화 상대자가 자신의 사고 능력을 총동원하여 다시 말하여 머리를 쥐어짜면서 답을 해나가는 지극히 힘들고 지루한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소크라테스적 대화법을 엘렝커스(elenchos) 곧 심문 혹은 논박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이 힘들고 지루하지만 교사와 학생이 지식을 깨우쳐 참된 기쁨을 얻는 그런 과정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우리 교육에서도 토론 수업, 논술 교육 등의 필요가 절박하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의 방향에 공감하는 선생님들께 교육적 대화의 원형을 담고 있는 플라톤의 『메논』을 한 번 읽어보시도록 권하고 싶습니다. 물론 『메논』에는 이 대화법 외에 본래의 대화 주제인 도덕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논의가 포함되어 있어서 그 점에서도 깊은 통찰을 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조난심 한국교육과정평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