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원 측이 답변을 내놓을지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이들 하는 말로 평가원은 보통 '쫄리면' 답변을 안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죠. 이런 경향이 본수능에서도 보이기 때문에, 궁극적 해결책은 소송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소송의 어려움이 있다는 건 이전 글에서 얘기했고요. 평가원이 혹시 이번에 답변을 내놓을 용기가 있다면,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해보시기 바랍니다.
첫째, 레건은 왜 '삶의 주체'를 논하면서 '자의식, 쾌고감수능력, 개인적 복지 등'을 "(삶의 주체가 갖는) 특성들"이라고 할 뿐, '(삶의 주체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을까?
둘째, 왜 레건은 삶의 주체가 되는 동물인가를 판정하기 위한 기준으로 '정신적으로 정상적인 1세 이상의 포유류'를 제시했을까? 만일, 삶의 주체가 갖는 "(쾌고감수능력 등의) 특성들"이 삶의 주체가 되기 위한(도덕적 지위를 인정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었다면 '정신적으로 정상적인 1세 이상의 포유류'라는 기준은 정말 불필요했을 겁니다. 왜냐하면, 10여 개의 "특성들"을 어떤 개체가 갖고 있는지 조사하여 그러한 특성들을 다 갖추고 있다면 '삶의 주체'라고 판정하면 될 일이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별도로 '정신적으로 정상적인 1세 이상의 포유류'라는 기준을 덧붙일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10여 개의 특성들이 필요조건이었다면 삶의 주체가 되는 동물이 반드시 '포유류'이어야 할 이유도 없었을 겁니다. 조류 중에도 그런 특성들을 가진 개체는 정말 많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레건은 '유정성(有情性:자의식-쾌고감수능력 등)'을 기준으로 삶의 주체를 인정하고자 했는데, "경험적으로" 이런 조건을 다 갖춘 개체는 보통 포유류, 그것도 정신적으로 정상적인 1세 이상의 포유류였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정상적인 1세 이상의 포유류'라면 10여 개의 특성들을 실제로 다 갖추고 있는지 조사할 필요 없이 '삶의 주체'로 인정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삶의 주체들은 보통 10여 개의 특성들을 갖추고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10여 개의 특성들이 평가원의 생각처럼 '필요조건'이었다면 어떤 개체가 삶의 주체가 되는지를 판정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그러한 특성들을 하나하나 다 가지고 있는지 반드시 조사해야 할 것입니다. 실제로 조사해봤더니 10여 개의 특성 중 1개를 결여하고 있었다면 어떻게 할까요? 그럼 삶의 주체에서 탈락할까요? 이전 글에서 나는 '무통증 환자(인간)'를 예로 들었습니다. 무통증 환자는 더 이상 삶의 주체가 아닐까요? 곰곰이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차제에, '정신적으로 정상적인 1세 이상의 포유류'라는 기준도 '중추신경계의 소유' 여부로 바꾸었다고 하니, 이러한 사실도 명확하게 하는 게 필요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