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고스 대성당 첨탑을 올려다 보면서
시인 동주의 잘생긴 얼굴과
그의 시 십자가를 떠올렸다
힘든 시절을 견디며 사는 일은
또한 힘든 일이어서
누구나 제 몫의 십자가를 지고 가지만
뾰족한 탑 위에 자리잡은 십자가는
신의 피뢰침과도 같아서
소돔과 고모라의 세상이 버티어 내도록
저렇게 높이 매달린 것이리
누군가를 위해
작은 피뢰침이 되는 삶
그게 길의 예술이라는 걸
기억의 힘이라는 걸
희망의 근거라는 걸
저 돌들이 소리치는 사자후가
쇄도하는 이 자리에
서 있다 나는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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